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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논증 오류론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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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가 한 달 앞으로 가까워졌습니다. 시국이 불안정하다보니, 제대로 된 선거가 치러질 수 있을지 불안한 생각도 조금은 들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투표 결과가 나와야만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투표율이 높아야 할 것이며, 정치‘꾼’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꾼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선, 그들의 행위를 감시하고, 그들의 수사를 경계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선, 또한 스스로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꾼들은 수사학, 즉 거짓말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서 논리학을 배워서 사기 당하지 않도록 해야 겠죠. 그럴 때야 비로소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논리학에 관련된 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매슨 피리'의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How to win every argument”이라는 책입니다. 제목이 거창하지만 역설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은 논리학 영역 중에 오류론에 관해서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합니다. 어차피 논리학에서 오류론을 제외하면 거의 다 수학의 차원이기 때문에 전문 학자가 아니라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오류를 비판하려는 입장에 있기도 하지만, 오류를 알면서도 잘 써먹으면 ‘논쟁에서 이기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도 보여줍니다. 토론이라는 것도 어차피,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하는 행위이므로, 오류인 것을 알면서도 잘 써먹게되면 오류를 말빨의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말'로서 흥하는 자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모든 논쟁에서 이긴다라는 표어는 오히려 논쟁의 부질없음을 부각시키는 역설적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제목으로서 튀어보이는 목적도 있었겠죠.
오류는 큰 범주에서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 오류는 ‘삼단논법’과 관련된 논리적 문제들인데, 현실에서 써먹긴 좀 어려운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비형식적 오류들은 토론 게시판에서도 흔히 마주치는 것들, 또한 정치꾼들이 하는 말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토론장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하게 되는 편견이 비형식적 오류에 속합니다. 그에 관한 내용 중 제 임의로 빈도수가 높아 보이는 오류들을 꼽아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비형식적 오류
1. 결합의 오류 : 개별적 사례를 전체에 적용하는 것 : Ex)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이다.”
2. 분할의 오류 : 결합 오류의 역
3. 무지에 근거한 논증 : 입증도, 반증도 불가능한 것에 대해 논증하려는 오류 : "영혼이나 신의 존재에 관한 것"
4. 편향된 분석 : 장점 혹은 단점의 한 쪽 측면만 극대화시키는 오류
5. 입증 책임 전가 :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는 쪽이 먼저 근거를 제시해야 함
6. 허수아비 오류 : 상대편 논리를 반박하기 쉽도록 왜곡하여 반론하는 오류
7. 실현 불가능한 완벽성 : 어떤 대안도 ‘완벽’할 순 없음 : "낙태문제와 같은 딜레마의 상황"
8. 삼척동자도 안다 : 자신의 주관이 ‘상식’임을 강요하는 것 : "모두 아시다시피.......“
9. 발생학적 오류 : 논리가 아닌 주장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문제 삼는 것 : “그는 독재자이므로 그의 행위는 모두 잘못된 것”
10. 정황적 대인 논증 :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들춰내는 것
11. 감정에 호소 : 감정은 근거가 될 수 없음 : “화가 나지 않습니까?”
12. 우물에 독약 타기 : 반론 자체를 무마시킴
13. 포퓰리즘 :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여 선동하는 것
14. 폭주 기관차, 미끄러운 비탈길 : 극단적인 사례로 반박하는 것 : “마약을 허용하면 길거리에 중독자들이 넘쳐날 것입니다.”
15. 잘못된 비유, 유추 : 사회진화론 : “사회는 생물체가 아니다.”
16. 전통의 강조 :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 : “전통이란 것 자체가 긍정적 의미를 가진다.”
17. 새것의 강조 : 전통 강조의 반대
18. 선험적 추론 : 결론은 먼저 내려놓고 근거를 끼워 맞추는 식 : “노빠, 황빠, 디빠 등”
19. 도박꾼의 오류 : 확률의 오해 : “동전을 두 번 던지면 한번은 뒷면이 나올 것이다.”
20. 시간의 전후와 논리적 인과의 혼동 : “대통령 임기 기간의 경제 성장률로서 판단하는 것.”
21. 중도의 오류 : “서로 중간점에서 합의를 보시죠.”
'오류론'과 '지방 선거'를 연관 지은 이유는 정치꾼들의 오류에 스스로 속지 말아야 하겠다(그것이 의도된 거짓말이던지 혹은 의도치 않은 오류이던지, 또한 어느 정당인가를 떠나서)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리고 ‘공부’라는 것이 취업을 위한 목적보다도,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자기 주관을 지켜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그가 곧 훌륭한 사람은 아닌 것이죠.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의 서문에서 경고하는 바와 같이, 지식의 활용을 남의 등쳐먹는 데에 하면, 그것은 ‘머리 좋은 사기꾼’에 불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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