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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ce나그네
댓글 0건 조회 5,381회 작성일 09-08-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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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종주의 비판하기


'인종주의'란 책의 표지에 보면, 인종주의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인종주의는 인종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인간의 능력을 결정한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 정의는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으며, 인종 간 불평등은 어쩔 수 없거나 당연하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인종주의는 인종 사이에 유전적 우열이 있다고 보아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스스로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인간을 멸시하고 지배하는 것을 합리화한다. 이런 합리화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 짐승처럼 부리는 일이 벌어졌고, 문명화를 빙자한 식민화라는 비인간적인 지배가 초래되었으며, 수많은 학살과 살육을 낳았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인종주의의 역사'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종주의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생겨났고, 또한 어떤 이론적 토대 위에 근거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우선 던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종주의는 서구에서 시작된 개념이며, 그것도 처음에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주류였던 중세에야 종교적 정통성 문제 때문에 유태인을 대상으로 차별한 것이었지, 오늘날 흔히 인식하는 것처럼 피부색에 의한 차별이 아니었다. 그리고 백인을 제외한 기타 인종을 대상으로 한 인종주의가 태동한 이유가 유럽이 식민지를 넓히면서 경제적 이유로 인해 그들을 노예로 만고 땅을 빼앗을 필요성을 느꼈고 그 점을 정당화해야 했기 때문이지 타 인종들을 처음부터 차별했기에 그들을 노예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종주의를 뒷받침했던 이론적 토대는 무엇일까? 대략 서구 중심주의와 과학적 인종주의를 들 수 있다. 구체화를 위해 '서구중심주의' 설명을 우선 인용해 보자면, '서구 문화가 세계 역사를 만들어온 원천이고 주류고 미래이므로 서구에 속하지 않는 나라들은 하루빨리 서구를 따라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게 '서구 중심주의'다. 이 사상을 뒷받침하는 가정은 '첫째, 근대 서구 문명은 다른 문화보다 더 나은 정도가 아니라 인류 역사의 발전 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해 있다. 둘째, 동양이 이룬 것은 매우 특수한 데 반해 서구 문명의 발전 경로는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을 포함한 전 인류사에 영향을 끼치는 보편성을 지녔다. 셋째,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비서구 사회는 오직 서구 문명을 모방하고 수용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로써,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또다른 모습으로도 표출되었다. '서구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은 근대에 나타난 인종주의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라고 했지만 자기를 중심으로 남을 평가하고 타인을 자기보다 열등한 위치에 놓는다는 점에서 인종주의를 합리화하고 그것을 지탱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되었다고 '인종주의'란 책에서는 설명한다.

'과학적 인종주의'는 흑인보다 백인이 열등하다는 증거를, 즉 인종 간에 서열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찾고자 만들고자 했던 당시 과학자들의 노력에서 기반했다. '인종주의'란 책에서는 이러한 것을 '결론'이 이미 나와있는 상태에서 그에 맞는 증거를 꿰맞춘 셈이니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나, 내 생각은 다르다. 과학연구를 할 때, 입증하고자 하는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검증할 실험을 설계해서 수행한 후 그 결과를 살피는 것은 '연역적 연구 방법'이라고 해서 현대 과학계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방법이다. 다만,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말했듯이 그 실험 결과에 대해 '끊임없는 반증'을 제대로 했는데도 그 가설이 살아남으면 나중에 그 가설이 부정될 만한 결정적인 증거, 그리고 그 가설을 대체할 만한 가설이 나올 때까지만 그 가설을 기반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종주의'란 책을 살펴보면 인종 분류학을 실시했던 당시 과학자들은 자연적인 차이가 마치 가치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것처럼, 즉 각 인종의 신체적 특징 차이가 마치 각 인종의 우열을 결정한다는 듯한 '자연주의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종주의'란 책의 저자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논리적 근거가 박약한 주장을 하는 듯하다. 77쪽에 '인종을 구별하는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열을 가리기 위해 인종이라는 개념을 동원한다. 차이가 있어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만들어낸다.'라고 하며,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은연중에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모양이 그 같은 기준으로 삼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 물론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본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왜 지구의 특정 부분을 북극이나 남극으로 특정한 명칭을 지어주고 다른 지역과 '차별'을 해야 하는가? 즉 인간이 주위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한 방식이다. 그리고, 북극과 남극은 다른 지역보다 춥다고 하면, 우리는 언제든 그 반례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북극과 남극으로 그 지역을 특별히 구분하는 것은 지도 제작, 교통로 설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유용하기 때문에 인간이 쓰고 있는 것이며, 기준이 완벽히 명쾌할 수는 없다고 해도 당시 사회(과학계 포함)의 인식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합의'를 통해 이용하는 것이다. '인종'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인종 분류'를 나름의 이유, 나름의 기준에 의해 행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만도 아니고, 설정한 기준이 없는 차이를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차이는 언제나 존재한다. 다른 것을 똑같다고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서 좋고 나쁨의 가치기준이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이익/손해의 발생'이지 '자연적인 차이 그 자체'가 아닌 것이다. 결국 우리는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모양, 두개골의 용량, 뇌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비율 같은 것이 지능이나 도덕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이익과 손해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므로 '다른 점'간의 '우열'이 결정될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인종주의'란 책에선 '과학적 인종주의'란 대주제 안에 '사회적 다윈주의'를 소주제로 포함시켜놨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적 다윈주의는 다윈의 이론에 기초하기는 했으나 비유럽 국가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와 약탈을 행해야 했던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이었기에 '다윈'의 이론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책의 이 부분에서 프랑스의 인류학자 고비노는 1853년에 출판한 <인종 불평등론>에서 거의 모든 문명은 서양의 백인이 있었기에 발전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아리아인의 업적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종 혼합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인종 간 장벽을 무너뜨려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게 되고 결국 혼돈에 빠뜨리게 된다. 인종 혼합으로 나타나는 인종적인 변질이 모든 국가와 문명을 필연적으로 몰락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도 했다. 이 주장이 19세기 유럽 인종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체임벌린을 거쳐서 히틀러의 유태인 정책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는 설명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맞는 얘기니 말이다.

길고 긴 배경 설명을 넘어, 이제 이 쪽글의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특히 근대 이후에 어떤 이론이 정당화되고 힘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적 절차를 거쳤다', 또는 '합당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정당화하는 것이고, 따라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현대 과학계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는 '찰스 다윈'의 이론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상식'에 의존할 경우 '찰스 다윈'을 '자연선택'을 주창한 사람인건 널리 알려져 있으니 '적자생존'의 법칙을 정당화해서 마치 '인종 차별'을 정당화고자 했던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찰스 다윈도 그 시대의 사람이었기에 인간의 유래 1권 228쪽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 비해 영국인이 식민지 개척자로서 거둔 놀랄 만한 성공은 그들이 '모험적이고 끈질긴 에너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영국과 프랑스 혈통의 캐나다 사람들이 거둔 진보와 비교함으로써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인들이 어떻게 그런 에너지를 얻었는지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미국 사람들의 특징뿐만 아니라 미국이 거둔 놀랄 만한 진보가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믿음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왜냐하면 유럽의 모든 지역에서 지난 10세대에서 12세대 동안 그 위대한 나라로 이주해 그곳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모두 남보다 정력적이고 쉬지 않고 일하며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먼 미래를 생각해보면 나는 진케의 견해가 과장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진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스인이 높은 정신문화를 보유하고, 또 로마 제국이 성립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건이 서부로 향한 앵글로색슨족의 위대한 이주와 관련되어 있거나 그에 종속되어 있다고 여길 때에만 그 사건은 목적을 갖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애매한 점은 있지만, 오랜 시기에 걸쳐 높은 지성과 정력과 용감성과 애국심과 자애로움을 갖춘 사람이 많은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를 압도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다."

이것만 보면 사실 딱히 다윈이 '인종주의자'들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을 것이다. 당시 서구 사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사회적 분위기가 좋을 때면 사람들도 그 영향을 받아 활기가 넘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미화해서 자기 자신과 관련된 특성들을 띄우고 싶은 마음은 인종주의자나 다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간의 유래 2권', 결론 부분을 살펴보면 다윈에게서 '서구 문화가 세계 역사를 만들어온 원천이고 주류고 미래이므로'라는 식의 오만함을 찾아볼 수는 없다.

'이 작품에서 도달한 주요 결론, 즉 인간이 하등동물에서 유래했다는 결론은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의 비위를 크게 상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미개인에게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야생의 황폐한 해안에서 처음으로 푸에고 제도 원주민 무리를 보고 느꼈던 그 경악스러움을 나는 절대로 잊을 수 없다. 내 마음속에 하나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조상의 그림자였다.'

이 부분을 읽고 있자면, http://blog.naver.com/preciousjean?Redirect=Log&logNo=120072727738에서 헉슬리가 다윈의 불독을 자처했던 부분이 기억난다. 윌버포스 주교가 진화론자들에게 원숭이가 그들의 조부쪽 조상인지, 조모쪽 조상인지 묻자, 헉슬리가 원숭이의 후손이라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과 혈연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했던 사건 말이다. 위 블로그에 따르면 다윈은 헉슬리와 거리를 두었다고 했으며, 심지어 헉슬리가 다윈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 못한 부분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헉슬리는 중요한 얘기를 1893년의 대중 강연 때 했다. 바로 살아남은 개체가 언제나 우월한 개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유래'에서도 문명 국가에서 잦은 전쟁으로 인해 건강한 젊은 남자들이 죽고 군대를 면제받은 허약한 사람들이 오히려 번식의 기회를 더 많이 갖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한 데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리하자면 진화는 방향도 목적도 없는 과정, 단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남는 과정인 것이다.

'내 자신의 처지에서 본다면, 적을 괴롭히며 즐거워하고 엄청난 희생을 바치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유아를 살해하고 아내를 노예처럼 취급하며 예절이라고는 전혀 없고 천한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 미개인에게서 내가 유래되었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의 목숨을 구하려고 무서운 적에게 당당히 맞섰던 영웅적인 작은 원숭이나 산에서 내려와 사나운 개에게서 자신의 어린 동료를 구해 의기양양하게 사라진 늙은 개코원숭이에게서 내가 유래되었기를 바란다. 인간은 비록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생물계의 가장 높은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이, 먼 미래에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희망이나 두려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이성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진실을 발견하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나는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그 증거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인정해야만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귀한 자질, 가장 비천한 대상에게 느끼는 연민, 다른 사람뿐 아니라 가장 보잘것없는 하등동물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는 자비심, 태양계의 운동과 구성을 통찰하고 있는 존엄한 지성 같은 모든 고귀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의 신체 구조 속에는 비천한 기원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2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생태 사슬의 정상에 등극한 같은 생물종, 즉 '인간'으로 보았던 '미개인'보다도 원숭이를 우위에 두는 비유를 사용한 것이다. '미개인' 부분이 거슬릴 수는 있어도, 찰스 다윈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비천한 기원에서 출발해서 정상에 섰다고 마무리지었기에, 더군다나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전제 조건도 달았기에 그 의도는 모르겠으나 당시의 피식민지인들에게도 '가능성'을 남겨준 것이고 오만하게 굴지도 않았다는 게 명백하다. 다른 한 가지는, 다윈이 자신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그 증거를 제시했고, 진실을 발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본인이 '인종주의'의 저자의 관점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부분이긴 했으나, 다윈과 동시대에 살았던 과학자들이 '편향된 가설'에 기반해서 인종의 차이에 대한 관찰과, 그 결과에 대한 해석에 중대한 요류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래'를 번역한 김관선에 따르면 다윈은 애초부터 수많은 사례들을 검증해보고 그로부터 결론을 도출하고자 했다. 이러한 귀납적 방법은, 단 하나의 반례만 발생해도 무너지기 때문에 논리학의 영역에서는 '연역적 연구방법'에 비해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영역에서는 연역적 연구방법도 애초에 현실을 연구자의 제한적인 관점에서 판단한 가설을 검증하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종종 반례가 발생하고 가설을 수 차례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과학에서 경쟁하는 여러 가설의 타당성을 뒷받침 하는 것은, 증거 자료의 질과 수량 측면에서의 우위이다. 게다가 다윈이 귀납적 연구방법을 수행하면서 조사한 자료들은 그 '질과 양'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인종간의 객관적인 차이점과 공통점'을 검증하는데는, 다윈의 귀납적인 방법이 '과학적 인종주의'를 낳은 연역적 연구 방법보다 연구자의 편견을 보다 배제할 수 있었던 합당한 연구 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미개인 부분이 거슬린다면, 찰스 다윈이 '인종' 부분에 대해 언급한 '인간의 유래 1권 277~279쪽'의 몇 부분을 인용해 보겠다.
'현존하는 인종들이 피부색, 머리칼, 두개골 모양, 신체의 비율 등 많은 면에서 서로 다르더라도 전체 구조를 고려한다면 그들이 엄청나게 많은 면에서 서로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 중 많은 특징은 너무 하잘것없거나 지나치게 특이해서 이런 특징을 별개의 종이나 품종이 원래부터 독자적으로 획득했다고 여긴다는 것이 극히 불가능해 보인다. 대부분의 서로 다른 인종이 갖고 있는 정신 능력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각자의 정신 능력을 독자적으로 획득했다고 보기는 역시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알기로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유럽인의 정신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나는 비글 호에서 푸에고 제도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 그들의 정신이 우리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여주는 수없이 많은 세세한 특징들을 접하면서 계속해서 놀랐다. 그리고 나와 한때 친하게 지냈던 순수 혈통의 한 흑인도 마찬가지였다.'
'타일러와 러벅의 흥미로운 작품들을 읽게 될 사람은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 미각, 기질, 습성면에서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에 크게 감명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즐거울 때 그들은 모두 춤을 추고 격렬한 음악을 연주하며 연극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북을 친다. 그외에도 자신을 장식하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들은 동일한 감정에 고무되었을때 얼굴에 나타난 동일한 표정을 보고 동일하게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상대의 몸짓 언어를 서로 이해한다. 어찌 보면 똑같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유사성은 서로 다른 원숭이들이 서로 다른 얼굴 표정을 짓고 서로 다른 소리를 지르는 것과 비교해보면 정말 놀라운 것이다.'
'이것은 여러 인종이 갖고 있는 발명 능력과 정신 능력이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로만 설명될 수 있다.'
'여러 가축 품종이나 자연에서 발견되는 친척 동물 사이에 습성, 기호, 체질의 수많은 세부 항목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박물학자들은, 이들 동물들이 이 같은 특징을 제공한 공통 조상에게서 분기했다는 것을 주장하는 수단으로 이 사실을 이용한다. 또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가 한 종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수단으로 이 사실을 이용한다. 동일한 주장을 인종에게도 설득력있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총 4개의 인용 부분을 살펴볼 때, 나올 수 있는 결론이 당연히 다윈이 살던 시대에 지구상에 생존했던 모든 인종은 같은 종을 구성하고 있는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구성원들이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을 것이다.

심지어 다윈은 1권 294쪽에 문명화된 인종이 미개인에 비해 모든 종류의 변화를 훨씬 더 잘 견딘다고 얘기하면서 인종 불평등론이 들어설 자리조차 없는 발언을 한다. 그는 미개한 인종들이 절멸하는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환경의 변화로 인한 생식력의 저하를 꼽았다. 문명인 또한 환경이 변할 경우 적응하느라 힘들 수는 있어도 생식 기능이 크게 저하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온 경험과 다른 집단이나 아품종과 교배해서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적 구성을 이룩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토착 인종들의 경우 유럽인과 혼혈을 하면 제국주의 시절에 그들 자신이 처할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유럽인의 경우에도 토착 인종들의 땅에 보다 잘 정착할 수 있는 유전적 형질을 획득하므로 생존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윤리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없이, 게다가 당대의 시대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다윈의 이론만 가지고도 <인종 불평등론>에서 말하는 순혈주의, 그리고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 정책은 '인류가 유전적 다양성을 꾀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는 것을 가로막는' 자살골, 즉 손해보는 장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윈은 지금에 비해 유전학에 대한 지식이 훨씬 부족했던 과거에 살았던 사람이었고, 시대적인 한계를 마냥 뛰어넘을 수 없었던 한 명의 인간이었다. 그 때문에 그 또한 인종주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결론 부분에 한 것 같다. 2권 569~570쪽을 보면 '인간은 말, 소, 개를 교배시키기 전에 그들의 형질과 계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조사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결혼 문제에 이르면 그러한 사항은 거의 무시된다. 인간은 정신적 매력과 덕목에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둘 정도로 우수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동기는 자유스럽게 짝을 선택하라고 방치한 하등동물이 보이는 동기와 거의 다를 것이 없다. 한편으로 인간은 단지 상대의 부나 사회적 지위에 강하게 이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배우자 선택을 통해 자손의 체질과 신체 구조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과 도덕적 자질에 무언가 기여할 수도 있다. 남녀 모두는 자기보다 신체나 정신에서 훨씬 더 열등한 상대와는 결혼을 자제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유토피아적인 것으로서 실현될 수 없으며 유전 법칙들이 완전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부분적으로도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이 목적을 향해 도움을 주는 사람은 모두 훌륭한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처음 보면 당연히 '이 말대로라면 히틀러의 유태인 말살 정책이나 <인종 불평등론>출판이 훌륭한 기여가 될 수 있지 않는가?'라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다윈이 자신의 '인종주의적 제안'이 왜 유토피아라 했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자. 문명화된 인종이 살아남는 것은 수없이 다양한 환경을 겪고 수없는 혼혈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인 즉슨, '환경 A'에서는 생존에 우월했던 유전자가 '환경 B'에서는 그 종을 절멸시킬 수도 있는 열등 유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윈 자신이 그리스 인이나 로마인이 우월 형질을 갖고 있었으나 그들 역시 쇠락했다고 하면서 자연 선택이 결코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온 인종간의 우열을, 다윈의 이론에 기반해서 수천년이라는 역사적 시간 단위에 걸쳐 관찰했을 때, 가리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다윈의 이론에는 이러한 점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담겨 있고 그 때문에 다윈의 이론이 시대를 뛰어넘어, 당대의 통념과 편견을 뛰어넘어 현대까지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자료>
1. '인간의 유래' 1권+2권, 찰스 다윈 지음, 한길사 발행
2. '인종주의', 박경태 지음, 책세상 발행
3. http://blog.naver.com/preciousjean?Redirect=Log&logNo=120072727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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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원 주요 판결 2024년 6월 10일 정리 …
미국 연방 대법원 주요 결정 2024년 6월 9일 정리…
프랑스 헌법재판소 (Le Conseil constitu…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주요 결정 2024년 6월 9일 정…
대한민국 법원 주요 판결 2024년 6월 9일 정리 결…
대한민국 법원 주요 판결 2024년 6월 6일 정리 결…
2024년 6월 1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주요 결정 정…
2024년 5월 30일 대한민국 법원 주요 판결 정리 …
2024년 5월 27일 대한민국 법원 주요 판결 정리 …
2024년 5월 26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주요 결정 …
2024년 5월 23일 대한민국 법원 주요 판결 정리 …
(펌글)법무부, ′24년 1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
(펌글)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 89.2%로 ‘18년보다…
조규홍 본부장 주재 중앙사고수습본부 제31차 회의 개최…
(펌글)장애인고용공단-아이티센그룹 ‘자회사형 장애인표준…
(펌글)신직업 및 유망산업 분야 현직자의 생생한 취업 …
(펌글)인공지능(AI) 시대의 청년취업, 「고용24」와…
(펌글)(참고) 고용률ㆍ경제활동참가율 3월 기준 역대 …
(펌글)(설명) 환경부는 기후적응법 제정을 추진한 바 …
(펌글)국립공원 암벽장 55곳 합동 안전점검
(펌글)(동정) 제2의 볼티모어 교량 충돌사고 대비한다
(펌글)통일부 북한정보포털 대문 화면
(펌글)2024.4.12.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
(펌글)발코니 벽 해체에 아랫집 소송···대법원 "위험…
(펌글)전세금 돌려준다 속이고 점유권 이전한 집주인, …
[펌글]국적 잃을뻔한 다문화 남매...대법 "주민등록증…
[펌글]2024. 4. 10. 각급법원(제1,2심) 판…
2022년 12월 9일(금)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회…
2022년 12월 2일(금)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회…
2022년 11월 28일(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
2022년 11월 22일(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
2022년 11월 17일(목)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
2022년 11월 12일(토)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
2022년 11월 7일(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회…
2022년 11월 4일(금)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회…
2022년 10월 17일(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
2022년 10월 10일(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
(토론실 사이트 펌글)IDS X KIDA Korea 2…
2022년 9월 24일(토), 25일(일) 일기(다이어…
(토론실 사이트 펌글)IDS X KIDA Korea 2…
2022년 9월 21일(수), 22일(목), 23일(금…
2022년 9월 20일(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회…
2022년 9월 19일(월) 일기(다이어트, 청취력 회…
(토론실 사이트 펌글)IDS X KIDA Korea 2…
2022년 9월 17일(토), 18일(일) 일기
2022년 9월 18일(일) 일기(체중변화 기록, 20…
(토론실 사이트 펌글)IDS X KIDA Korea 2…
2022년 9월 15일(목), 16일(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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