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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법'과 '토론을 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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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 '참여정부', '토론정책'을 앞세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주장하는 내용도 각양각색, 그들의 시위는 하루에도 몇 번씩 광화문 일대와 서울의 도로 위를 점거하며 이어지고 있다. 이연택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가리켜 이른바 '토론의 과잉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토론하다 날 새겠군!
늦은 밤, T.V브라운관에 중년의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나같이 상대방의 허점이 보이기만 하면 이때다 싶게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는다. 그들의 논쟁은 누구 하나 물러섬이 없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자다, 깨다'를 반복한 후, 어느새 시계는 세벽 다섯시를 가리킨다. T.V속 사람들은 아직도 논쟁 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많이 지쳐 있었고, 처음에 보였던 그 확고했던 의지도 많이 수그러들어 있었다. '졸음 앞에 장사 없다'더니 자신과 다른 입장을 내세워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대략 수긍하는 눈치다.
아~ 과연, 우니나라에서 진정한 토론은 '대화'가 아닌 '생리적인 현상' 앞에서만 중재(仲裁)가 가능한 것이었던가? 지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15년 이상을 토론의 현장에서 살았던 이연택 교수(한양대학교 관광정책학과)에게 '토론의 정의'를 묻자 그는 '토론이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의견이 다른 여러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외침으로써 협의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사회 필수 요건인 토론문화 정착이 늦은 우리나라의 경우엔 아직 진정한 토론문화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힘이 들다.
"지금 우리나라는 개선하고 수정해야 할 사회 문제가 상당히 많습니다. 모든 사항이 다원화 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자기 주장을 펼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인내력이 조금 부족 것 같습니다." 토론은 '문제를 함께 풀자'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기도 하지만 설득당할 수도 있다는 포용적인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대화의 형식, 토론에도 기술이 있다.
'말'(言)이 가지는 해결 능력, 파워가 인정 받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은 저마다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번도 '말 잘하는 법'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것은 당연히 탤런트(Talent), 즉 선천적으로 얻어지는 능력으로 간주되어 왔고, 토론 역시 그런 재능으로 뭉쳐진 사람들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연택 교수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말 잘하는 것과 토론을 잘하는 것은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이 둘은 모두 '연습'(Training)을 통해 발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학습'(Learning)이란 말이 맞겠네요." 그가 말하는 '토론 잘하는 기술'이란 바로 이야기거리에 대한 선지식(先知識)을 쌓고, 이 것을 논리 정연하게 상대방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세, 그리고 상대방이 이야기 한 것에 대해 받아 들일 수 있는 자세를 학습하여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 받는 형식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10월에 우리나라 최초로 저희 학교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고등학생 토론대회'를 열러 보려 합니다."
이런 종류의 토론 대회는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가에서는 이 같은 모임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토론의 주제가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편향되는 것을 막고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주제로 삼아 서로 포용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진정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했다.
글출처: SK그릅 사외보 편집실
<토론의 기술>저자 이연택 교수
사진: 이연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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