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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일등'인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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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큰 아들 녀석에 대해 한번 얘기해야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들 자랑 심하게 한다고 질책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자랑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거짓이고, 솔직히 자랑 반, 걱정 반의 마음이다.
아내의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녀석이 전교 일등을 하였다는 것이다. 늘 상위권에만 머물다 졸업 전 기말고사에서 드디어 일등을 하였다고 아내는 기뻐서 조잘조잘댄다. 공부 잘하는 아들 둔 것에 어찌 나 역시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난 기쁜 한편으론, 그리 대수롭지도 않은 일처럼 가벼이 넘겨버리는 마음이 더 강하다. 그 정도 총명한 머리에 일등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 하고 말이다.
164. 높아도 너무 높다. 큰 아들녀석의 지능지수(IQ : Intelligence Quotient) 수치이다. 녀석은 영재모임이라는 한국 멘사(Mensa)에도 가입한 수재이다. 평범한 부모 아래 이리 머리가 비상한 놈이 태어난 걸 보니 돌연변이가 분명 있기는 있나 보다.
난 이 녀석이 공부를 진득이 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늘 게임에만 몰두해서 아내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컴퓨터를 끄고 책상머리에 억지로 앉곤 하였다. "남들은 과외다 학원에다가도 모잘라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한다는데 넌 어찌도 그리 공부를 안 한다니!"라는 말이 아내가 녀석을 보면 앵무새처럼 해대는 잔소리이다. 나의 중학시절과 비교해봐도 녀석이 공부를 안 하기는 정말 안 한다. 그러고도 전교 상위 석차가 나오는 걸 보면 지능검사가 제대로 되긴 된 모양이다.
한데 난 늘 그런 녀석이 못마땅했다. 남들은 죽어라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데 설렁설렁하면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는 그 불공평함 때문이다.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이 세상사가 아닐진대, 그런 녀석의 행동과 결과가 영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큰 녀석에 반해 어리버리하고 몸도 허약한 작은 녀석은 자기 딴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성적은 기껏해야 중간치를 약간 웃돈다. 그래도 난 작은 녀석을 큰 녀석보다는 더 대견하게 여기는 구석이 많다. 열심히 하는 데에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사람마다 공부 머리가 다 틀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니던가. 물론 작은 녀석도 몸이 약하여 시험을 코 앞에 두고도 잠만 잘 때가 많지만, 선천적으로 약한 몸이니 그걸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제 딴엔 아둥바둥하며 기를 쓰고 하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아내의 속을 그렇게 태우며 제대로 공부하지 않던 큰 녀석이 노트북도 숨겨놓으라는 각오와 더불어 그나마 과학고 시험 준비로 새벽 2시까지 좀 열심히 공부를 한다 했더니 역시나 좋은 성적을, 아니 당연한 성적을 얻어왔다. 따라서 이번에 받은 큰 녀석의 성적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결과일 뿐이니 그단 좋아할 일도 기뻐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들 녀석들에게 바라는 것은 정작 성적이 아니다. 난 아들 녀석들의 성적은 어떻든 그거야 다 자기 생긴 머리대로 열심히 한 만큼 거두는 것이니 별로 중요치 않게 여기는 반면, 정말 인간성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소위 명문대 출신에 각종 고시다 뭐다 붙은 똑똑한 사람들의 손에 의해 주도되어 흘러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 똑똑함이 올바른 사회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나를 생각해 보면 감히 그렇다고 얘기하기가 어렵다는 걸 공감하시리라. 머리만 똑똑하고 올바른 도덕성과 인간성을 갖추지 못한, 되도 않은 사람들이 많기에 외관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정작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 사회를 만들어온 게 아니던가. 더 이상 이에 대한 비판과 부정은 구태여 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그래서 난 아들 녀석들, 특히 큰 녀석이 너무 자신의 머리만 믿고 안하무인해질까봐 걱정이 심히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자기도 머리통 굵어졌다고 아내나 내가 잔소리 내지 훈계라도 할라치면 입을 내밀고 툴툴대거나 대꾸도 않고 자기 방에 쳐박히는 등 반항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반항이 사춘기의 예민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아내와 나는 생각하여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고 믿지만, 만에 하나 정말 똑똑한 머리를 과신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건 정말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에 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옷이나 신발이나 학용품이나 그 밖의 것들에 대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브랜드 타령을 한다거나 비싼 것만을 고집하는 헛바람이 들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사춘기의 고민에서 오는 무의식적 반항으로 믿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지능지수보다는 감성지수(EQ : Emotional Quotient)가 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두뇌의 총명함보다는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세상이다. 나 역시 동감이다. 사람의 뇌세포의 발달보다는 심리와 내면의 따스함이 더욱 요구되는 사회이다.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은 늘 조화로움 속에서 화합하며 밝고 따뜻하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난 아들 녀석들이 어떻게 하면 그 감성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것이다. 공부 잘 하는 것이 사회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아들 녀석들이 일등을 하든 중간치를 하든 그것은 큰 상관이 없지만, 사람다운 사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를 알고 올바른 도덕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 인간미가 폴폴 나는 사람이 되기를 난 아들 녀석들에게 진정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향기를 내품어 주위 사람들을 훈훈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난 아들 녀석들에게 진정 기대하고 있다.
남이 자기 자식에 대해서 칭찬을 하면 그 부모는 그 이상 기쁜 게 없다고들 하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식 농사 하나는 잘 지었네요하고 얘기를 하면 내 칭찬을 해주는 것보다 더 기쁠 것이다. 한데, 난 사람들이 아이들의 성적으로만 가지고 하는 칭찬에 대해서는 별 흥미를 못 느낀다. 내가 진정으로 아이들에 대해 듣고 싶은 칭찬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아휴. 자식들 잘 키우셨네요. 어쩌면 성품도 올곧고 저렇게 반듯하게 키우셨을까. 아드님들이 인간성 하나는 일등이네요!"
아들 녀석들이 올바른 인간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내가 아빠로서 본을 보여야 하는데 늘 술독에만 빠져 지내니 에휴. 그러니 이 아빠의 말에 툴툴대더라도 다 아비된 나의 잘못이려니 여겨야 되겠지? 내가 술을 끊으면 아들 녀석들이 인간성 일등의 사람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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