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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SOFA)는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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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소파(SOFA)'는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불편 없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소파가 될 것입니다" 2000년 12월 28일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개정 협상장 우리 측 대표였던 송민순 외교부 북미국장은 5년 넘게 끌어온 협상을 마무리하고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중요 범죄에 대한 미군 피의자의 신병인도 시기를 앞당기는 등 양국 모두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여름 낮 좌판에 놓인 해삼처럼 금세 녹아버렸다 이후 미군들의 사고는 계속됐고, 그때마다 "불평등한 소파를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SOFA는 주로 약소국이 자국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외국 군대에 제한된 범위의 편익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조약이다.
주둔지역 국가의 입장에서는 외국군대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대신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억제하거나 사법처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최다 체결국인 미국은 일본독일필리핀 등 전 세계 90여개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다.
한미 SOFA는 1967년 체결됐다 우리 정부가 끈질기게 미국 측에 요구해 부족하나마 미군을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전에는 살인강간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미군들을 우리가 처벌할 길이 거의 없었다
91년 처음 개정된 데 이어 2000년 다시 고쳐지면서 몇몇 독소조항은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SOFA는 지구촌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외국군대에 더 이상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개정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미군이 잇따라 저지른 성범죄 때문에 일본 열도가 끓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미군기지 주변의 환경오염 문제로 "뿌리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판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일 양주군 여중생 사망사건 재판에서 관제병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나온 직후 '제3차 개정'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맺고 있는 SOFA는 세계적으로 같은 내용이어서 한미 간에 개정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개정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평화공존을 위해 어떻게든 서로의 몸에 맞는 편안한 '소파'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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