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청률 효자 노릇… 동물프로 전성시대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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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브라운관에 넘쳐난다. 깜찍한 마르티스 강아지부터 흉칙한 바다 이구아나까지 갖가지 동물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오락·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동물은 연예인을 능가하는 ‘단골 손님’으로 떴다. TV의 위력을 업고 애완동물 시장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마다 온통 ‘동물 아이템’을 발굴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동물 프로그램 제작의 가장 큰 고충은 바로 ‘기다림’. 사람과 달리 원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없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찍어도 버리는 필름이 태반이다.

‘TV 동물농장’이 11월부터 방송할 새 코너 ‘끝없는 도전, 개와 고양이’는 4시간짜리 방송분량을 무려 6개월 걸려 사전제작했다. 개와 고양이가 한 집에서 사는 모습을 ‘시트콤’처럼 꾸미려고 VJ 두 사람이 6㎜ 카메라를 들고 일주일에 40시간씩 붙어살았다. 박두선PD는 “억지스럽지 않게 동물의 캐릭터를 의인화하기 위해서는 진득한 관찰이 필수”라고 말했다.

‘주주클럽’ 제작진도 ‘한국 호랑이 육아일기’에서 서울대공원 시베리아 호랑이 탄생 모습을 찍느라 6월 한달 내내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우리 옆 조그만 방에 틀어박혀 지내야 했다. 제작팀은 “적외선 카메라 4대를 24시간 돌아가게 설치했지만, 생생한 장면을 놓칠까봐 PD 2명이 돌아가면서 밤을 꼬박 새웠다”고 말했다.

이런 동물 출연자들의 돌발 행동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도 비일비재하다. 사육사가 안전하다고 보장한 맹수를 근접 촬영하다가 몸에 커다란 발톱자국이나 이빨자국을 얻기는 다반사. 다람쥐과 작은 동물인 프레리독을 찍다가 사람의 옷 속을 타고 오르는 버릇 때문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 여성 리포터가 기겁해 눈물을 쏟는 일은 하도 많아서 으레 그러려니 한단다.

동물 프로그램 붐을 타고 남아프리카는 가장 각광받는 ‘해외 촬영기지’로 떠올랐다. 야생동물들을 돌보는 동물 보호소가 많아 TV 촬영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 그중에도 인기 높은 나미비아의 하르나스농장은 하루 촬영에 100만원씩 받는 ‘한국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TV 동물농장’ 제작진은 500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20일간 이곳에 체류했다.

TV 속 동물 열풍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애견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애완견 숫자가 30만 마리였는데, 올해는 지난 6월31일로 이미 30만 마리를 넘겨버렸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애완견의 숫자도 예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김수봉 한국애견경매장 사장은 “TV에 자주 등장한 코커 스파니엘·시추·마르티스 등이 특히 인기”라며 “어느 프로그램에 나온 개를 보여달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동물 프로그램은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이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평가와 동시에 ‘동물 학대’ ‘소재주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일부 지나치게 작위적인 연출이 문제다. 14일 방송된 MBC ‘와우 동물천하’는 개에게 승용차를 끌게 해 빈축을 샀다. MBC ‘목표달성 토요일―JTL의 개 두마리’도 서울개와 시골개의 환경을 억지로 뒤바꾼 뒤 벌어지는 일을 방송해 ‘시청률을 위한 동물학대’란 비난을 받았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금선란 회장은 “일부 TV 프로그램들은 동물을 노리개 삼아 학대를 조장한다”며 “각 방송사 사장에게 항의 공문을 보내 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