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不毛’ 강북… 노원구 65만명에 도서관 1곳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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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 낙후된 강북 - (상) 문화·교육

서울의 강남·북 불균형이 사회 갈등을 낳고 있다. 교육·문화·교통 등 각 분야의 격차가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 차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3회에 걸쳐 강남·북 불균형의 현실을 알아보고, 그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인구 64만8000여명인 노원구. 주민 대부분이 20~30대 대졸 샐러리맨인 강북의 대표적인 아파트 지대다. 하지만 상계동 주부 배준경(42)씨는 불만이 많다. “중·고교생 자녀들과 체험 학습을 하거나 오페라 구경 한번 하려면 강남으로 가야 해요. 가는 데 1시간 반, 오는 데 1시간 반이 걸리죠. 이곳은 문화 불모지대입니다.”

노원구 문화공보과 조용덕(趙鏞德) 과장에 따르면 이곳에 300석 이상의 공연장은 1곳. “그것도 수준 높은 공연보다는 행사용으로 주로 쓰인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공연장만 없을까? 이곳의 공공 도서관은 376석짜리 1곳, 영화 개봉관은 2곳뿐이다.

같은 자치구이면서도 ‘특별구’로 불리는 강남구의 사정은 영 딴판이다. 1100석 규모의 LG아트센터 등 공연장이 2곳, 공공 도서관이 2곳이다. 영화 개봉관은 10곳이며 상영관은 무려 50개다. 인구 54만명인 이곳의 문화 인프라가 공연장 좌석 수로 노원의 2.15배, 영화 상영관은 5.5배에 이르는 셈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강남·북 불균형’ 발단은 올해 초 ‘빅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점화된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10평형 가격(2억8000만원)은 중랑구 면목동 두산 3차 아파트 35평형(2억2000만원)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겼을까. 올 3월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사 온 주부 김정은(27)씨는 식사, 쇼핑의 불편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대형 할인점을 좋아하는데 주변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그런 곳이 없어요. 결국 쇼핑은 1주일 단위로 정해 반포나 잠실을 이용하고 있죠.”

회사원 길태민(29)씨는 고민 끝에 올 11월 결혼을 앞두고 강남에 집을 얻었다. “광화문이 직장이어서 강북 일대를 돌아봤는데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내 될 사람의 의견도 그랬습니다.” 결국 길씨는 ‘문화·교육 인프라’를 위해 은행 융자를 더 지출해야 했다.

강북 주민들은 그래서 왠지 강남 사람만 만나면 주눅이 든다. 동창회에 다녀올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는 이화여대 83학번 이정숙(李正淑·40)씨도 그 중의 한 사람. 송파구 신천동,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친구들의 ‘강남 찬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40대라도 강북에서는 ‘아줌마’, 강남에서는 ‘사모님’이라 불린다더군요.”

이런 차이를 가장 잘 아는 곳이 바로 서울시다. 올 8월 서울시가 공개한 시·구정 정책회의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할인점 수는 강남구 9곳, 금천·성동·강북구 ‘0’, 학생 1만명당 입시학원 수 강남 17.3대 중구 0.5였다. 구로구는 인구 1만명당 문화시설 수는 아예 0.1곳이다. 이것이 아파트 평당 가격 강남구 1458만원, 도봉구 474만원이란 결과를 낳았다.

문화·교육 환경을 살펴보면 강북과 강남은 이미 별개 도시다. 외견상 통계는 강남·북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00석 이상 대형 공연장 강북 5곳, 강남 3곳 ▲300석 이상 공연장 강북 25곳, 강남 11곳 ▲공공 도서관 강북 24곳, 강남 16곳이기 때문.

문제는 세종문화회관, 국립중앙극장 등 강북의 문화 공연시설이 종로구·중구·용산구에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이 수치를 빼면 실질적으로 강북의 대형공연장은 1곳, 300석 이상 공연장은 10곳밖에 되지 않는다.

병원·입시학원 등 필수 시설의 강남·북 차이는 더 크다. 강북의 인구 1만명당 병원 수는 강북구 6.4, 노원구 6.9, 중랑구 7.7개. 강남구는 21.1개, 서초구는 15.3개로 2~3배를 웃돈다. 중랑구 관계자는 “제대로 된 일반 종합병원이 구에 한 곳도 없어 구청에서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1만명당 입시학원 숫자도 성동·성북·서대문구가 2.3~2.5곳에 머무는 반면 강남구 17.3개, 서초구 12.4개, 송파구 12.2개 등으로 6~7배에 이른다.

서울시는 ‘남북(南北)격차’가 커지자 최근 청계천 복원을 통한 강북 개발 구상을 밝힌 데 이어 강북 발전 특별 조례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립대 이인성(李仁盛·건축도시조경) 교수는 “강남·북 불균형은 주로 교육이나 문화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됐지만 이 문제를 시가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文甲植기자 gsmoon@chosun.com )

(金成炫기자 danp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