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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대책 허둥지둥 대비체계 안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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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에 생수 쌓아두고 전달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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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호 태풍 ‘루사’ 피해지역 복구 작업이 당국의 무원칙한 대응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체계적인 위기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재난이 닥치자 지원받은 복구 자재와 물품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강릉시 홍제동사무소에는 4일 생수가 남아돌아 동사무소 앞에 쌓아두고 있다. 그러나 며칠째 목욕과 빨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수재민들이 갈아입을 옷은 강릉시청에 아무리 요구해도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동사무소 관계자는 말했다.
강릉시는 “구호 물품은 읍·면·동별로 배분하는데, 지원이 우선이라 수요 파악에 앞서 일단 들어오는 물건을 보내고 본다”고 말했다. 강릉시 여성복지과 관계자는 또 “구호품이 와도 짐을 내릴 직원이 없어 한나절 가까이 트럭을 세워놓고 짐을 내리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4일 현재 건설업체 등에서 보내준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총 74대의 복구 장비를 투입했으나, 실제 주민들이 요청하는 지역에 제때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복구 장비가 한두 대씩 띄엄띄엄 지원되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즉시 보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북 김천시청은 수해가 난 지 나흘 뒤인 3일에야 시청 회의실에 재해대책상황실을 만들었다. 그러나 상황실에는 4일 오후까지 한국전력·KT·도시가스공사 등 재해복구 관계기관 명패만 놓여 있고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 기관들은 “시청에서 상황실에 인력을 보내라고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천시는 지난해 9월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난시 관계기관 합동상황실’ 운영을 시범보여 우수 평가를 받은 곳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이번에 수해를 당해보니 서류 훈련과 실제 상황은 다르더라”고 말했다.
김천시는 지난달 19~23일까지 실시한 을지훈련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의 이동전화 번호를 이용해 ‘재난대비 비상연락망’을 만들었다. 그러나 4일까지 고립 상태인 김천시의 5개면은 휴대전화가 완전 불통 상태이다.
이처럼 우왕좌왕으로 일관하는 우리 사정과 달리, 미국·일본·유럽 주요국 등은 각종 재난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사후 대처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위험 상황을 예상, 대비하게 하는 것이다. 통상 ‘비상대처계획(Emergency Action Plan)’으로 불리는 이 재난 행동요령은 ‘홍수가 나면 어느 하천이 범람해 어디까지 침수되므로 주민들은 어떤 길을 통해 어느 지역으로 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세세히 명시한다. EAP는 소책자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배포되고, 공공장소에도 비치하게 돼 있다.
일본도 80년대 이후 전국 하천의 지도에 홍수가 났을 때 어느 지역까지 피해가 미친다는 것을 자세한 그림으로 표시한 책자를 배포하고 있다.
정창무(鄭昌武)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 방지 다짐만 하고 막상 위기 관리를 위한 시스템은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며 “같은 수해를 당해도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사상자 수가 왜 다른지에 대해 정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崔源錫기자 yuhwan29@chosun.com )(金泉=金旻九기자 roadrunner@chosun.com )(江陵=李泰勳기자 libr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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