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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인터넷 내용 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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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내용 등급제 토론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프란치스꼬 교육회관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열렸다.
인터넷상에서 불건전 정보의 유통을 막는다는 취지를 갖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2000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함께 도입됐다.
그렇지만 정보통신부가 민간 자율성을 존중하는 수정안을 준비 중이고 무분별한 인터넷 남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토론회에 참가했던 라봉하(羅奉河) 정보통신부 정보보호과장과 이상희(李相姬)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변호사)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보았다.
정부개입 강제성 없어 해외사이트도 분류 가능
◆ 찬성 : 유해 인터넷을 자율적으로 규제
“인터넷 내용 등급제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검열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라봉하 과장은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인터넷 정보 제공자(IP)가 자사 사이트의 내용을 분류해 놓을 테니 학부모나 교사가 판단 자료로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학부모나 교사들이 인터넷 내용 분류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유 의사”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등급을 매길 때에도 정부 개입이나 강제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라 과장은 “IP가 등급 기준을 참고해 자율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대해 등급을 매기게 된다”며 “등급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터넷 사이트라도 법적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며 다만 사회적 책임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0년에 통과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41조에 내용선별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하도록 돼있다”면서 “정부는 법률에 따라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내용 등급화 작업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용 등급제의 개념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 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 내용 등급제는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 유해매체지정 규정인 경우가 많으며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 선별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보급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포르노물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서버를 두고 있어 등급제가 실효성이 없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라 과장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해외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분류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며 “외국의 내용등급 분류기관과 협조해 정보를 교환하므로 실효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 라봉하 정통부 정보보호과장
'청소년 보호' 명목 검열 표현의 자유 위축될 것
◆ 반대 : 사실상 국가의 인터넷 검열
“내용 등급제의 최종 단계는 국가에 의한 인터넷 검열입니다.”
이상희 위원은 “정보통신부의 법안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독소 조항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민간자율기구라는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위원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경비를 정보통신부에서 보조 받고, 위원이 장관에 의해 위촉되고 위원장은 장관의 승인을 받는다”며 “헌법재판소로부터 행정기관으로 규정된 영화진흥위원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급에 강제성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위원은 정부 주도로 등급 서비스가 시행된다는 사실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며, 정부로서는 검열의 효과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청소년이 유해한 인터넷 매체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과 관련, “청소년의 유해 환경 접근을 막는 방법으로 등급 부여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소년 계몽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등급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청소년 보호’라는 손쉬운 공감대를 이용해 인터넷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청소년을 온라인상에서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 등급제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동성애 사이트도 음란하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할 정도로 편파적이다”면서 “유해 여부를 국가가 판단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 이상희 변호사
■ 연령따라 5단계 설정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정보 내용을 일정 기준에 따라 등급을 표시하면 이용자가 이를 참고해 정보를 선택하는 것으로 미국, 일본과 유럽 각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등급제를 희망하는 학부모, 교사 등은 먼저 PC에 프로그램을 깔고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12세 이상 이용 가능’으로 설정해 놓은 컴퓨터를 자녀가 이용하면 유해한 사이트가 차단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자녀가 유해한 사이트에 들어가려고 하면 자동으로 접속이 차단된다. 자녀 연령에 따라 등급을 5단계로 구분해 설정할 수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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