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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 사회] 장애인 그림모임 ‘화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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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 오는 궂은날이면 회원들 더 많이 나와요"
“…마음의…세상…담을 수…있어…좋아요…꿈…희망….”
지난 17일 낮 ‘화사랑’ 강의실에서 휠체어에 앉아 입에 붓을 물고 수채화로 꽃 그림을 그리던 뇌성마비 장애인 이현정(28)씨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을 놀려 어렵게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말했다. ‘화사랑’ 회원들은 대부분 이씨처럼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 이상의 애정으로 똘똘 뭉쳐 장애를 잊는다.
정신지체인 김정옥(35)씨는 누구에게나 커피를 타주는 것이 낙이다. 만약 “됐다”고 겸양하면 대번에 입이 삐쭉 나오고 섭섭해한다. 심신은 불편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기에 그림은 어린이들 그림처럼 천진무구하다.
10여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1년여 전 ‘화사랑’을 찾았다는 직업화가 김순필(50)씨는 “그 전에는 혼자서 그림을 그렸는데 이 곳을 나온 뒤로는 저 백지장처럼 순수한 친구들을 보며 정이 흠뻑 들었다”고 말했다.
눈·비 오는 날 회원들의 바깥 나들이가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그런 날일수록 더욱 오기가 나서 평소보다도 더 많은 회원이 나온다고 한다. 오후 1시30분쯤 둘러앉아 먹는 도시락 점심시간에도 이야기 꽃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구민회관 정문에 경사로가 없어 둘러가야 하는 점 등 불편은 차라리 사소한 것이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한 여성회원은 “미래에 대한 보장만 있다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할 것”이라며 “선생님은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시지만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그림이나 그리고 있을 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사랑 전화 (02)417-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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