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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컨설팅]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핵심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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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세계적 기업경영의 화두(話頭)는 ‘핵심인력’이란 네 글자로 요약된다. 우수한 10%가 나머지 90%를 먹여 살리는 시대라는 의미다. 핵심인력 확보의 최전선에 서있는 헤드헌팅업체 사장들이 2일 한자리에 모여 비즈니스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에는 고강식(49) 탑경영컨설팅 사장, 김한석(39) IBK컨설팅 사장, 유순신(45) 유니코써어치 사장, 장성현(63) SH장 & 어소시에이츠 사장, 홍승녀(49) P&E컨설팅 사장이 참석했다.
-요즘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재상(像)은?
▲일당백(一當百)이 아니라 일당만(一當萬)을 요구한다. ‘히딩크 CEO(최고경영자)’ 형(型)의 인재를 요구한다는 말도 있다. 수비 잘 하고 패스 잘 하는 사람보다는 골 잘 넣는 사람이 최고라는 얘기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돈을 벌어주는 사람이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고 본인이 CEO의 시각을 갖고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절대 필요하다.
▲요즘은 학벌보다 개성을 존중하고, 학교 성적보다는 순발력과 대처능력을 더 많이 본다. 어느 한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이나 실적을 쌓은 사람을 찾는다. 직업적 성실성이 있으면서 믿을 수 있고, 성실하고 배경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책임감과 성실성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개척정신, 어떤 의미에서는 모험심을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 IBM이나 삼성처럼 안정된 직장에 있던 사람보다는 한번은 ‘망가져 본’ 사람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산전수전을 겪었고, 망가진 사람이 아니라 망가졌다가 회복이 된 사람이 인기 높다.
-요즘 직장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직장 또는 업종은?
▲신용카드사가 인기있다. 인터넷 때문에 어느 기업이 큰 이익을 내고, 근무조건은 어떤지 다 알고 있다. IMF사태 이후 금융과 IT(정보기술) 업종은 항상 인기있는 직장이고, 직업으로 보면 이 두 가지가 주종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첫째는 성과와 보상이 연계되는 회사, 둘째로는 조직이 단순한 회사를 좋아한다. 요즘 사람들은 내가 가서 얼마만큼 기여하고 얼마만큼 내 경력관리를 할 수 있는가에 포커스(초점)를 맞춘다. 예전처럼 회사가 칼자루를 쥐는 상황이 아니다. 이 회사가 나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될 회사인가, 그걸 따진다.
-성공적인 전직(轉職)을 위해 구직자(求職者)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두가지다. 우선 직업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입증할 수 있는 자격이나 면허가 있으면 좋고 외국어 구사능력은 필수 중의 필수다. 또 하나는 일자리 찾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력서 쓰는 방법, 인터뷰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등을 알아둬야 한다. 직장은 승진이든 전직이든 결국 자기가 아는 인맥(人脈)을 통해 찾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광범한 인맥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평소 어려운 결정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도자(mentor)를 갖고 있어야 하고, 사보(社報)나 전문지 등에 기고해서 나를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국 잡지를 보니까 ‘어떻게 헤드헌팅을 당할 것인가(How to be headhunted?)’란 표현이 나오더라. 우리 같은 헤드헌팅 업체에서 전화를 받으려면, 우선 동종(同種) 업종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해서 자기 이름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헤드헌터와 계속 유대관계를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중견 관리자가 한 달에 두세 번씩 헤드헌터한테 전화를 못 받으면 불안하게 생각한다. 전화를 못 받으면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자기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서 ‘내가 사장이라면 나 같은 사람을 뽑겠느냐’하고 자문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성과가 나오면 가격, 즉 자기의 ‘몸값’이 나온다. 그 다음엔 마케팅 전략을 갖고 프로모션을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점(時點)이다. 내가 6개월 뒤 직장을 옮길 것인지, 1년 뒤 옮길 것인지 등등…. 이제는 개개인이 움직이는 회사다. 셀프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핵심인력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젊었을 때 ‘존슨&존슨’에서 일했을 때는 사장이 ‘인력 5개년 계획’을 갖고 있었다. 누구는 몇년 뒤에 어디로 옮겨주고, 그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우며, 어떤 직원은 1년간 어디에 보내 훈련시킨다거나, 좋은 인재는 특별한 재정적 배려를 해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난 몇 년간 서양 회사들은 유능한 인재를 보유하는 것을 큰 목표로 삼았다. 지금은 경기가 하강돼 사정이 좀 달라졌지만….
▲외국계 제약회사에서는 별도로 핵심인재 클럽 같은 것을 만들어 놓는다. 여기에 가입하면 회사로부터 해외연수나 승진 등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기개발에 노력한다. 또 하나, 인센티브(성과보상)가 중요하다. ‘칭찬은 즉시 하고 야단은 나중에 치라’는 말이 있듯이, 인재를 관리하기 위해서 빠른 인센티브제를 연구하는 기업이 많다.
▲외국기업은 우리와 달리 직무분석이 철저히 돼있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게 수치화돼 있다. 우리 기업들은 연말에 가서 특별보너스다 해서 사장이 적당히 ‘알아서’ 주는 식 아니냐. 외국기업은 계약서에 스톡옵션, 보너스 등이 수치화돼 있다. 요즘은 보상이 신속해진 것 같다. 옛날에는 1년 단위로 했는데 요즘은 분기별이나 반기별로 한다. 조직이 슬림화돼 있는 것도 중요하다. 입사 1년차, 2년차 사원이 사장한테 직접 보고한다.
▲우리 기업에서는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존중심과 존경심이 과도기적인 행태를 보인다. 의외로 외국기업은 보스에 대한 로열티(충성심)가 대단하다. 그만큼 팀장에게 많은 권한을 준다. 삼성·LG도 그 정도는 아니다. 팀제를 할 때는 확실히 권한부여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국적기업들은 한국 지사에서 뽑은 사람을 6개월에 한 번씩 전세계 다른 곳에 보내서 트레이닝을 시킨다. 3년쯤 뒤엔 한 사람당 두 사람의 멘토(후견인)를 붙인다. 3~5년 키워서 매니저감이 된다고 하면 다시 한 번 해외로 보내 경험을 쌓게 한다. 완전히 우리와 풍토가 다른 나라에서 서바이벌(생존)하면 능력을 인정하고 CEO 후보임을 알려준다. GE 같은 경우는 외부인을 뽑기보다 20·30대 등 연령대에 따라 미션(임무)을 부여해서 사람을 키운다.
( 사회=朴英哲기자 ycpark@chosun.com )
◆헤드헌팅이란?
‘헤드헌팅’의 ‘헤드(Head)’는 회장이나 사장, 중역 등의 고위 경영진을 뜻한다. 즉 ‘헤드헌팅’이란 기업의 고위 간부를 스카우트하는 것이다.
헤드헌팅 업체는 올림픽 전후인 1980년대 후반 처음 한국에 등장했으나 90년대 중반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은 평생직장 개념이 강해 사람을 자르거나 다른 기업에서 사람을 빼내 오는 방식에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헤드헌팅 업체는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부터 본격 성장했다. 구조조정이란 명목하에 평생직장의 신화(神話)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또 외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늘어나고 수시 채용이나 연봉제 등이 확산된 것도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공기업, 금융회사들까지 헤드헌팅 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헤드헌팅 업체 수도 97년에는 10여개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00개가 넘었다. 시장 규모도 98년 100억원대에서 올해는 1500억~2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 박영철기자 )
◇참석자 약력
▲고강식 :외국어대 영어과, 상업은행 근무, 한국 디놀 지사장, 탑경영컨설팅 대표이사, 한국헤드헌터협회(KESCA) 회장
▲김한석 :성균관대, 두산기계 근무, 한도물산 대표이사, IBK컨설팅 대표이사, KESCA 부회장
▲유순신 :성신여대 불문과, 대한항공 승무원, NCH코리아 세일즈매니저, 유니코써어치 대표이사,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장성현 :중앙대 약학과, 스위스 산도스 한국대표, 한국 쉐링 사장, SH장&어소시에이츠 대표이사, 한국·스위스 비즈니스협의회 회장
▲홍승녀 :고려대 가정학과, GE·GM 한국법인 근무, 뉴욕은행 서울지점 마케팅 부장, P&E컨설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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