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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컴 파산 신청] 세계통신업계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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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지역만 10여곳 파산… 50만명 해고
수요 예측 잘못… 중복 과잉투자가 원인
‘신경제의 주역’, ‘21세기를 주도할 산업’으로 각광받아온 세계 통신산업이 인터넷 산업의 뒤를 이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2위의 장거
리 통신회사 월드컴의 파산과 유럽·일본의 대형 통신망 사업자의 주가 하락은 서곡(序曲)일 뿐, 파산 도미노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
기되고 있다. 특히 통신산업은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커, 일파만파(一波萬波)의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마이클 파월(Powell)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을 ‘절대적인 위기’라고 표현했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일자)는 “통신산업 붕괴는 닷컴 산업 붕괴의 10배 이상이며, 통신산업의 흥망은 사상 최대의 거품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 거인들의 추락
38억달러의 분식(粉飾)회계 의혹을 받는 월드컴은 21일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410억달러의 부채와 10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월드컴은
사상 최대의 파산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또 광섬유 네트워크 업체에서 출발, 2년 전 지역 전화회사 유에스퀘스트를 인수하며 거대 통신업체가 된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 인터내셔널
도 회계부정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월드컴과 퀘스트는 실적 부진과 과도한 부채를 숨기기 위해 ‘범죄’도 불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년 이후 북미 지역에서 파산을 신청한 통신업체는 글로벌 크로싱, PSINet, 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스 등 10여개. 미국의 통신업체와 장비업
체에서 지난 1년6개월간 해고된 종업원만도 50여만명에 달한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케이블TV 부문의 시장가치 하락으로 2분기에 12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23일 발
표했다. 이날 미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루슨트 테크놀러지도 79억달러의 분기 손실을 냈다고 발표한 뒤 직원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
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 합작기업인 KPN 퀘스트가 5월 말에 파산신청을 냈다.
유럽의 양대 통신망 업체인 독일의 도이체 텔레콤과 프랑스 텔레콤의 주가는 2년 전에 비해 6분의 1로 떨어졌다. 도이체 텔레콤은 실적 부진
의 책임을 물어 1995년부터 CEO를 맡아왔던 론 좀머(Sommer) 회장을 지난 16일 전격 교체했다. 민영화 이후 실적 부진에 빠진 프랑스 텔레
콤은 다시 공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일본의 통신망 사업자인 일본전신전화(NTT)는 지난 3월 말 끝난 2001회계연도에 8121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NTT는 전해에는
4640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 위기의 원인
인터넷 열풍에 눈이 먼 통신업체들이 수요를 잘못 예측, 과잉 투자를 한 게 위기의 원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통신업계는 인터넷
통신량이 100일마다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광통신 케이블을 앞다퉈 깔았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전송 설비 능력은 500배가
늘어났으나 수요는 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내에만 10개 이상의 전국적인 통신망이 깔렸고, 서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유럽
업체들은 수요 예측이 어려운 3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기 위해 9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본격화된 각국 통신시장의 독점구조 해체와 대외 개방도 과열 경쟁을 낳았고, 이는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민영화된 영국·독일·프
랑스의 기간 통신망 업체들은 첨단설비투자에 앞서있던 선발·신규 업체와 가격 인하, 설비 교체·확장 경쟁을 벌였다. 글로벌 경쟁에 맞춰 해
외 업체의 인수, 지분 참여도 유행처럼 번졌다. 그 결과 도이체 텔레콤은 700억달러, 프랑스 텔레콤은 600억달러의 빚을 각각 안게 됐고, 전세
계 통신업계의 부채규모는 1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 파장과 전망
이코노미스트는 통신업체의 연쇄 파산, 즉 도미노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업체는 망해도 과잉설비는 그대로 남아 나머지 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취약 기업의 추가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인터넷 환경에 맞춰 신기술과 신장비에 투자했던 신진기업들
이 몰락함으로써, 재무상태가 좋은 지역 전화회사 등 전통 기업들이 광대역 인터넷 통신시장에 진출하는 등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국영에
서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후원을 받는 각국 기간망 사업체들의 사세 확장도 예상된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통신업체의 위기는 마르코니, 알카텔 등 통신장비 업체의 연쇄 경영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
나 블룸버그 통신은 파산 업체의 고객들이 경쟁사로 옮겨가면서 창출될 신규 수요의 혜택을 보는 장비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든 남은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부채 축소가 우선과제다. 발빠른 브리티시 텔레콤은 이미 일부 계열사와 사업을 처분, 100억달러 이
상의 부채를 줄였다. 하지만 곤두박질친 주식 가치로는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부채 축소를 통해 신뢰 회복
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이동통신사업 분야에서 광범위한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 金然極기자 yk-kim@chosun.com )
수요 예측 잘못… 중복 과잉투자가 원인
‘신경제의 주역’, ‘21세기를 주도할 산업’으로 각광받아온 세계 통신산업이 인터넷 산업의 뒤를 이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2위의 장거
리 통신회사 월드컴의 파산과 유럽·일본의 대형 통신망 사업자의 주가 하락은 서곡(序曲)일 뿐, 파산 도미노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
기되고 있다. 특히 통신산업은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커, 일파만파(一波萬波)의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마이클 파월(Powell)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을 ‘절대적인 위기’라고 표현했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일자)는 “통신산업 붕괴는 닷컴 산업 붕괴의 10배 이상이며, 통신산업의 흥망은 사상 최대의 거품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 거인들의 추락
38억달러의 분식(粉飾)회계 의혹을 받는 월드컴은 21일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410억달러의 부채와 10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월드컴은
사상 최대의 파산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또 광섬유 네트워크 업체에서 출발, 2년 전 지역 전화회사 유에스퀘스트를 인수하며 거대 통신업체가 된 퀘스트 커뮤니케이션스 인터내셔널
도 회계부정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월드컴과 퀘스트는 실적 부진과 과도한 부채를 숨기기 위해 ‘범죄’도 불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년 이후 북미 지역에서 파산을 신청한 통신업체는 글로벌 크로싱, PSINet, 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스 등 10여개. 미국의 통신업체와 장비업
체에서 지난 1년6개월간 해고된 종업원만도 50여만명에 달한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케이블TV 부문의 시장가치 하락으로 2분기에 12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23일 발
표했다. 이날 미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루슨트 테크놀러지도 79억달러의 분기 손실을 냈다고 발표한 뒤 직원 7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
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 합작기업인 KPN 퀘스트가 5월 말에 파산신청을 냈다.
유럽의 양대 통신망 업체인 독일의 도이체 텔레콤과 프랑스 텔레콤의 주가는 2년 전에 비해 6분의 1로 떨어졌다. 도이체 텔레콤은 실적 부진
의 책임을 물어 1995년부터 CEO를 맡아왔던 론 좀머(Sommer) 회장을 지난 16일 전격 교체했다. 민영화 이후 실적 부진에 빠진 프랑스 텔레
콤은 다시 공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일본의 통신망 사업자인 일본전신전화(NTT)는 지난 3월 말 끝난 2001회계연도에 8121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NTT는 전해에는
4640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 위기의 원인
인터넷 열풍에 눈이 먼 통신업체들이 수요를 잘못 예측, 과잉 투자를 한 게 위기의 원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통신업계는 인터넷
통신량이 100일마다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광통신 케이블을 앞다퉈 깔았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전송 설비 능력은 500배가
늘어났으나 수요는 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내에만 10개 이상의 전국적인 통신망이 깔렸고, 서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유럽
업체들은 수요 예측이 어려운 3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기 위해 9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본격화된 각국 통신시장의 독점구조 해체와 대외 개방도 과열 경쟁을 낳았고, 이는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민영화된 영국·독일·프
랑스의 기간 통신망 업체들은 첨단설비투자에 앞서있던 선발·신규 업체와 가격 인하, 설비 교체·확장 경쟁을 벌였다. 글로벌 경쟁에 맞춰 해
외 업체의 인수, 지분 참여도 유행처럼 번졌다. 그 결과 도이체 텔레콤은 700억달러, 프랑스 텔레콤은 600억달러의 빚을 각각 안게 됐고, 전세
계 통신업계의 부채규모는 1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 파장과 전망
이코노미스트는 통신업체의 연쇄 파산, 즉 도미노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업체는 망해도 과잉설비는 그대로 남아 나머지 업체들 간 가격 인하
경쟁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취약 기업의 추가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인터넷 환경에 맞춰 신기술과 신장비에 투자했던 신진기업들
이 몰락함으로써, 재무상태가 좋은 지역 전화회사 등 전통 기업들이 광대역 인터넷 통신시장에 진출하는 등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국영에
서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후원을 받는 각국 기간망 사업체들의 사세 확장도 예상된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통신업체의 위기는 마르코니, 알카텔 등 통신장비 업체의 연쇄 경영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
나 블룸버그 통신은 파산 업체의 고객들이 경쟁사로 옮겨가면서 창출될 신규 수요의 혜택을 보는 장비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든 남은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부채 축소가 우선과제다. 발빠른 브리티시 텔레콤은 이미 일부 계열사와 사업을 처분, 100억달러 이
상의 부채를 줄였다. 하지만 곤두박질친 주식 가치로는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부채 축소를 통해 신뢰 회복
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이동통신사업 분야에서 광범위한 인수·합병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 金然極기자 yk-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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