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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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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는 끝내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재벌개혁 후속조처로 확정·발표된 내용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재벌개혁 의지를 무색케 한다. 특히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등 새로 덧붙여진 재벌개혁 3대 원칙을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하기에는 함량이 크게 떨어진다. 30대 재벌의 출자총액 제한제를 부활시키는 등 눈길을 끄는 방안들이 없지는 않으나 그 또한 제도 자체의 내용에 충실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철저한 재벌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이번 후속조처의 내용을 뜯어보면 금세 드러난다. 우선 정부는 순환출자를 억제하기 위해 출자총액 제한제를 재도입하겠다면서도 시행시기는 2001년 4월로 늦춰 잡고 있다. 더욱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출자 초과분 해소시한까지 주어질 예정이어서 이 제도가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앞으로 3년 넘게 기다려야 할 판이다. 당장 시행해야 할 제도를 이렇게 시간을 끈 뒤 도입한다면 시급한 재벌개혁에 어느 정도나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생보사와 투신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방침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계열사에 대한 투·융자 한도를 줄이고,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론 투·융자 한도 축소나 사외이사제 도입 등은 의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제2금융권에 대한 감시·견제를 강화할 수 있으나 애초 목표인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실현할 수는 없다. 또한 재벌총수의 부실경영을 묻기 위해 민형사상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다 빠졌다. 재벌개혁 후속조처가 이렇게 기대에 못미치게 된 데는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이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를 밝힌 뒤 재벌과 보수언론, 야당 등의 집단저항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재벌적 사고를 하는 일부 관료들의 발목잡기도 가세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현 집권층 지도부에 있다. 설사 역풍이 불더라도 철저한 재벌개혁을 이루겠다는 자세와 준비작업 및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시금 재벌개혁의 강도를 높일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재벌개혁을 힘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세력을 모으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구태에 젖은 인물과 사고로는 이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시장이 더이상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경축사 구절로 박제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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