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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졸업...과연 중산층은 살아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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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말에 불어닥친 외환위기 이후 크게 움츠러들었던 국내 경제가 작년 하반기중에 저점을 지나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가 지난 해 9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의 경기를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 역시 지난 해 7월 이후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산업생산지수 순환변동치와 도소매판매액지수 순환변동치가 작년 9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질 GDP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해 4/4분기에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경기관련 지수의 호조에 따라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당초 2% 내외로 예상했던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3.1∼4.3% 수준으로 높게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나 미국경제의 급속한 둔화와 같은 외적 불안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며, 내년에는 5%대 이상의 고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역시 수출이다. 최근 반도체를 비롯하여 자동차, 사무기기 등의 수출이 두 자릿수 이상의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꾸준한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조선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한편, 그동안 큰 폭으로 감소해 오던 재고도 최근 그 감소폭이 완화되어 증가세로 반전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경기회복 국면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얼어 붙었던 소비심리도 점차 회복되어 금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 아직도 적정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제조업의 가동률과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그것이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던 금융 및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외형적인 성장으로 돌아설 경우 우리 경제의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그동안의 급격한 경기 침체로 크게 낮아져 있는 수치를 베이스로 한 것으로써 절대치로 볼 때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분석을 전제로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경제는 회복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아직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기업의 재무구조, 여전히 높은 실업률,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설비투자 등이 그것이다. 열악한 기업의 재무구조는 또 다른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며, 미미한 설비투자 증가와 새로운 산업구조로 이어지지 않는 성장세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와 신규 고용창출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 경제의 중장기 비전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창의적인 기업활동에 근거하여 되살아나야 할 실물경제의 힘이 아직도 전통적인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취약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새 천년을 내다보는 철학과 시각이 부족한 가운데 단기적인 경기회복에만 매달릴 경우, 급격한 국제 경제질서의 변화속에서 또다시 우리의 몫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성장을 알리는 외형적인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실물경제의 근본 체질을 보다 튼튼히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 그러다 보면 서민가정에서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길것이다. 지금 개혁의 한 가운데에서 중산층이 살아나느니 뭐니 논할 시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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