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수출업체 바짝 긴장, 외환시장선 ‘당황’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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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외환시장은 예상치 못한 원강세에 크게 당황한 분위기였다.

외환 딜러들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자 하루 종일 환율 시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느라 바빴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동안 10원 이상 떨어진 것은 작년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개장 초 지난 5일보다 5.90원 낮은 1199원에 거래를 시작, 9시33분 1200.40원으로 잠시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후 계속 낙폭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부 국책은행을 빼고는 누구도 사자 주문을 내지 않았다”며 “1180원선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것은 미국 제약업체 머크사의 분식회계 뉴스가 전해진 데다, 서울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몰려 주식 매수가 급증했기 때
문이었다.
머크사 악재로 엔·달러 환율은 8일 도쿄시장에서 120.4엔에서 118.87엔(오후 4시30분 현재)으로 급락했고, 서울 외환시장 역시 외풍을 피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주식시장에서 1월 25일 이후 가장 많은 30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달러 공급 확대), 원·
달러 환율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외국인은 지난 27일부터 8일까지 약 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조문기 팀장은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늘어나자 환율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경계 심리도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환딜러들은 원화 강세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미국 경제는 기업 부실 회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반면, 우리 경제는 순탄한 성
장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외환딜러 이정태 과장은 “1180원대까지는 빠른 속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鄭晟鎭기자 sjchung@chosun.com )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수출 기업들이 비상이다.
현대자동차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영업이익이 연간 37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로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
지만, 원·달러 환율이 예상치(달러당 1150원) 아래로 하락하면 경영 계획을 완전히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또 달러 약세 기조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출시한 소형차 겟츠(국내명
클릭)의 유럽 수출을 늘리고, 중남미와 중동 지역의 수출 대금도 유로화로 받기로 했다.
대우자동차는 수출 물량의 절반을 달러화로, 나머지 절반은 유로화로 결제하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이지만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강세여서 아
직 큰 피해는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80억달러를 수출했던 삼성전자는 올해엔 환율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5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전체 결제비중
의 70%를 차지하는 달러화 결제비중을 줄이고, 가급적 유로화(貨)나 엔화 결제를 유도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해 사업기준 환율을 1250원으로 잡았으나 최근 환율이 급락하는 바람에 원화 표시 매출액과 채산성이 다소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하반기 기준환율을 1150~1200원로 잡되, 환율 변화에 따라 3개월 단위로 기준 환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趙亨來기자 hrch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