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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학연-혈연 연고주의 버릴때 참된 리더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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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지난 달 14일 열린 2002 월드컵 D조 예선 한국-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박지성이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서 (사진 위쪽)그의 품에 푹 안기고 있다./조선일보 DB사진 | |
‘거스 히딩크 감독’이란 수입 지도자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 ‘리더십(leadership·지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조선일보 ‘2020 미래로 가자’ 기획위원들은 “우리 사회도 학연·지연·혈연의 배타적인 생각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지도자를 뽑는다면, ‘2020 미래의 한국’에선 참된 리더를 만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처럼 지연·혈연 등에 의해 뽑힌 지도자는 그를 지지해준 사람들을 의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계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열린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2020기획위원들은 ‘히딩크 쇼크’와 관련, 우리 주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숱한 히딩크 수준의 지도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발견하고 활용하는가 하는 사회 시스템의 개선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송호근(宋虎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히딩크 감독을 통해 우리는 지도자의 중요성을 느꼈지만, 역설적으로 히딩크를 영웅이나 최고 리더십으로 떠받드는 것도 위험하다”며, “중요한 것은 히딩크가 했던 것, 예컨대 혈연·지연을 빼고 선수들에게 각방을 쓰게 하는 등 자기 스타일을 고집할 수 있는 당당한 리더십을 한국 사회가 인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들은 순수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특히 50~60대는 박지성 선수가 한 골 넣고 나서 히딩크 감독한테 달려가 안긴 것에 무척 감동받았다”며, “히딩크도 놀랍지만, 선수들이 히딩크라는 외국인 리더를 믿고 따르면서 스스로의 잠재력을 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더욱 새롭다”고 설명했다.
임혁백(任爀伯) 고려대 정경학부 교수는 “히딩크의 리더십은 그동안 우리가 몰라서 못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배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외국인 리더를 받아들임으로써 이만한 성과를 거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 역사상 외국인 리더가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킨 경우가 없었다. 이번 성과는 결국 우리 자신이 세계화 속에 동참하고 있는 과정이란 게 임 교수의 해석이다.
염재호(廉載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도 영·호남, 내 편 네 편 가리는 대신, 훌륭한 리더십에 표를 던지게 되면, 얼마든지 인치(人治)에 좌우되지 않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순봉(尹淳奉)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계약법 위에 ‘정서법’, 정서법 위에 ‘떼법’이 군림했었다”면서 “이번에 정서법·떼법이 안 통하니, 조직이 모처럼 제대로 돌아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020기획위원들은 또 리더십의 중요한 조건으로, 여러 가지 포지션을 두루 소화해내는 멀티 플레이어(multi player)의 유연성과 넓은 안목을 꼽았다. 김형수(金炯秀)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아날로그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넘어가면서, 결국은 다양한 역할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넓은 안목을 갖춘 멀티 플레이어만이 리더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멀티 플레이어의 출현은 한 업무를 오래 맡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진정한 프로페셔널 정신과 희생 정신으로 무장한 결과란 해석이다.
신완선(辛完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는 “훌륭한 리더십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을 조직의 한 부속품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멀티 플레이어’로서 훈련받으며 스스로의 ‘셀프 리더(self leader)’가 된 사람만이 리더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룰(rule·규칙)의 냉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도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2020기획위원들은 지적했다. 김진애(金鎭愛) 서울포럼 대표는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것은 심판의 오심 논란에도 불구, 승패의 룰은 냉엄하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는 룰을 인정하는 대신 무조건 부정하는 경험이 더 많았던 반면, 젊은 월드컵 세대들은 룰에 따라 남의 승리를 인정하고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일 줄 아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된 것이 우리 사회로서는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히딩크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전문성)의 승리 사례”라며 결국 프로페셔널리즘이 통하는 사회야말로 선진 사회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나 한국팀을 잘 알지도 못했던 히딩크 감독이 단기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철저히 전문가 조직을 동원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영·관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姜京希기자 khka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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