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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에 만연해 있던 서열주의 철저히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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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각자가 리더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라” “경기를 지배하고 스스로 판단하라”는 주문을 했다. 선수 각자가 ‘서브 리더(Sub Leader)’로 활약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지론이다. 송종국 박지성 유상철 이을용 같은 선수들이 수비와 공격 어느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Multi Player)’가 된 것도 충실한 ‘서브 리더’ 훈련을 거쳤기 때문이다.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때 코치들은 “상대 키커에 따라 이운재에게 수비 방향을 알려주자”고 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모든 판단을 이운재에게 맡겼다.
◆ 강력한 카리스마
히딩크 감독은 완벽에 가까운 독재자였다. 선수단이 완전히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부동의 수비수였던 홍명보마저 “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표팀에서 밀어내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히딩크의 속뜻을 알아챈 홍명보는 부단한 노력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마침내 히딩크의 신뢰를 찾았다.
◆ 전문가 활용과 철저한 데이터 관리
히딩크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대표팀 전력에는 플러스 요인이 됐다. 축구계의 고질적인 학연과 지연에 얽힌 선수 선발·청탁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한 것은 아니다. 일본 프로감독 등을 역임해 동양 선수들의 성향에 밝은 핌 베어벡 코치, 미국대표팀에서 일했던 압신 고트비 비디오 분석관, 네덜란드 왕립축구협회 소속의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 해당 분야에선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들을 참모로 영입하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또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한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모든 결과는 컴퓨터에 입력됐고, 선수 개개인마다 별도의 체력 프로그램을 받아 소화했다. ‘셔틀 런’(Shuttle Run·20m 왕복달리기)을 70회도 기록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있었지만 월드컵 직전에는 선수 전원이 120회를 거뜬히 넘길 정도로 발전했다.
◆ “서로 이름을 불러라”
한국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고참선수에서 후배선수로 흐르는 ‘일방 통행’이라는 점을 간파한 히딩크는 그 ‘벽’을 허물기로 했다. 히딩크는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후배들도 선배들의 이름을 부르라”고 지시했다. 히딩크는 일부러 대형 원탁을 식당에 마련하고 선후배가 골고루 섞여 앉아 이야기를 많이 나누도록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선수들은 경기 중에 ‘말을 많이 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기능을 강화했다. ‘새까만’ 후배가 함부로 이름을 불러대는 사상 초유의 대표팀이었지만, 선수들 간의 결속은 어느 때보다 단단했던 ‘히딩크 사단’이었다.
(趙正薰기자 donjua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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