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붙은 뱀다리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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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경제와 문화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고려까지 더해져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복합체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 5위국이라는 위상에 비해 자동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죠. 자동차에 대한 솔직한 비판과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칭찬일색으로 판에 박힌 신차 시승기가 식상하셨죠? 그렇다면 저와 함께 솔직한 자동차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요.
지적할 것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게시판에 [RE:]를 달아주세요.동아일보를 만들어가는 기자들을 만나십시오. 지면에서 미처 드리지 못한 이야기, 개인적인 생각등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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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것을 덧붙여 일을 그르친 것을 일컬어 '사족(蛇足)'이라고 한다.
'사족'은 뱀을 잘 그리려고 다리를 붙여 넣어 오히려 그림을 망쳤다는 데서 유래한 이야기라는 것은 독자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것이다.
자동차에도 뱀의 다리처럼 필요없는 것들을 주렁주렁 붙이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 한 번 지적하고 넘어갈까 한다.

▶자동차의 사족(蛇足)은 사족(死足)◀
보통 불법부착물로 지칭되는 자동차의 사족은 그저 불필요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은 물론 본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기에 사족(死足)을 의미할 수도 있다.
최근의 자동차는 보행자나 다른 자동차와 충돌시의 충격을 감안해 설계되고 제작된다.
후드(일명 본네트)와 펜더는 보행자가 부딪힐 경우 쉽게 찌그러지도록 충격흡수가 좋은 철판을 쓰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미 그렇게 차를 만들어내는 업체도 있다. 또 대형차의 경우 후드 위에 붙어 있는 엠블럼의 크기도 작아지고 날카로운 모서리도 없어졌으며 스프링 장치가 달려있어 보행자가 후드 위로 넘어지면 찔리지 않도록 구부러진다.
과거 승용차의 사이드미러가 펜더 앞부분에 붙어있었지만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 쪽으로 옮겨진 이유 중의 하나도 보행자에 대한 안전 때문이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업체는 안전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오히려 필요없는 부착물을 붙여 제조업체의 수고를 허사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타인을 위험하게 하는 부착물◀
먼저 타인을 다치게 할 만한 사족들을 살펴보자.
기자가 가장 섬찟하게 생각하는 부착물은 후드 위에 붙이는 날카로운 형태의 엠블럼이다.(사진 독수리 엠블럼) 
사진에 나와 있는 독수리 엠블럼은 부리와 날개가 날카롭게 만들어져 있어 만약 보행자가 교통사고로 후드 위로 넘어진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후드 위에 송곳을 붙이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날카로운 날개는 보행자의 가슴이나 머리를 찔러 가벼운 사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차를 멋지게 보이게 하고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면 그것이 과연 멋진 것일까?

그 다음으로 4륜구동 차에 붙이는 대형 철제범퍼(일명 캥거루 범퍼)를 꼽을 수 있다.
본래 지프나 RV형 차는 산길의 풀숲을 헤치고 주행할 때 나뭇가지 등에 의해 범퍼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범퍼가이드바를 붙이기도 한다.
렉스턴이나 무쏘 갤로퍼 등에는 출고 때부터 옵션에 따라 범퍼가이드바가 부착돼 나오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범퍼 고유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애프터마켓용 범퍼가이드바는 대부분 굵은 쇠파이프로 만들어져 충격흡수 능력이 없다. 특히 정면충돌 사고시 상대 차에게 큰 충격을 줘 운전자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다.
철제범퍼 때문에 접촉사고 때 차에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자랑스레 이야기를 하는 운전자를 볼 때마다 속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상대차의 운전자가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자신이 그 철제범퍼의 희생자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를 위험하게 하는 부착물◀
운전자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실내 부착물도 많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안전벨트고리이다.
안전벨트가 가슴을 누르는 압박감을 줄이기 위해 붙이는 이 고리는 안전벨트의 기능을 0%로 만든다. 안전벨트의 기능이 상실될 때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너무 잘 알고 계실 것이기에 언급을 하지 않겠다.
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스티어링휠(일명 핸들)에 붙는 보조손잡이가 있다.(사진 보조손잡이) 
힘들이지 않고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편하게 운전하고 싶은 욕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보조손잡이 때문에 큰 부상을 입는 운전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얼굴과 가슴은 스티어링 휠 쪽으로 튀어나가게 된다.
불룩하게 튀어올라온 이 보조손잡이가 운전자의 눈과 부딪히면 바로 실명으로 이어지고 가슴과 부딪히면 심장이나 폐를 다치게 된다.
룸미러(일명 백미러)에 덧붙이는 대형 후사경도 사고 때 흉기로 돌변한다. 이 대형 후사경은 충격을 받으면 날카롭게 깨지면서 운전자의 얼굴에 큰 상처를 남긴다. 물론 눈에 유리조각이 들어가면 실명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밖에도 두꺼운 스티어링휠 덮개도 급조작시 손동작을 둔하게 하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 덮개도 사고 때 발과 발목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출고상태 이외의 자동차용품을 붙일 때는 그것이 왜 필요한지, 위급상황에서 흉기화할 소지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선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