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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 국내 하루 9억통…年 2조6000억원 허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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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한 네티즌이 화면 가득히 쌓여 있는 스팸메일을 지우고 있다. /이덕훈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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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유정선(26)씨는 월드컵 한국·독일 경기 직전인 지난 24일, 보낸 사람 ‘황선홍’에, 제목이 ‘내일 광화문에 오실 거죠?’라고 표시된 이메일을 받았다. 유씨는 기쁜 마음에 이메일을 열었지만, 메일 내용은 축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학원 광고였다. 유씨는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이제 월드컵 열기까지 악용하려 한다”고 씁쓸해 했다.
대학생 박세원(20)씨는 하루에 받는 이메일 30통 중 20통이 스팸메일이다. 컴퓨터에 능숙한 박씨는 ‘스팸메일 등록’ ‘수신 거부’ 등 스팸메일을 걸러주는 필터링(filtering) 기능을 활용하는데도 스팸메일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박씨는 “하루는 너무 화가 나 스팸메일에 적힌 전화번호로 항의 전화를 했더니, 오히려 그쪽에서 ‘고소할 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스팸메일을 규제하는 주무부서 장관도 ‘간 큰’ 스팸메일 업자들의 공세를 벗어나기 힘들다.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스팸메일의 피해를 실감했다고 한다. 1주일간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PC를 켜는 순간, 무려 500통의 스팸메일이 쌓여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성인 사이트나 물건 판매 등 광고성 메일이었다.
스팸메일을 보내는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知能化)하고 있다. 현행법상 광고성 이메일에는 ‘광고’ ‘정보’ 등의 문구를 반드시 붙여야 하지만, 스패머들은 ‘廣告’ ‘光高’ ‘과앙고’ ‘광^^고’ 등의 문구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
또 ‘왜 동창회 안 나오냐?’ 같이 친분이 있는 척 속이는 수법에서 ‘[긴급] 0교시 폐지 당신의 생각은?’처럼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를 제목으로 한 스팸메일도 등장했다.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심지어 재정경제부까지 나서서 단속 대책을 발표하지만 스팸메일 업자들은 여봐란 듯이 무차별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휴대전화기 스팸 문자 메시지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1:1 운세’ ‘성인채팅’ ‘나른한 오후를 날려 드립니다’ 같은 메시지가 뜨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700’ ‘060’ 등 유료 전화 서비스로 자동 연결되도록 하는 것. 특히 휴대전화 스팸 메시지는 ‘수신거부’ ‘걸러내기’ 기능도 쓸 수 없어, 사용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회사원 정철원(31)씨는 “스팸메일 지우기도 짜증나는데 이제는 스팸 메시지까지 속을 썩인다”면서 “스팸 메시지인 줄 모르고 사서함을 열었다가 통화요금까지 문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팸메일은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의 한 도메인 등록업체가 한국 내 사이트를 일시 폐쇄하고, 한국측 대행사에게 “앞으로 한 번만 더 스팸메일을 보내면 사이트를 모두 삭제하겠다”고 경고문을 보냈다. 이 국제적인 망신도 한국의 스팸메일 발송업자가 해외에까지 무차별 스팸메일을 보냈다가 빚어진 일이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동호회 사이트에서 양승택 정통부 장관 앞으로 “한국의 스팸메일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속히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항의메일을 수차례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스팸메일 때문에 기업과 사회가 치르는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엄청나다. 인터넷 리서치 전문업체 나라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팸메일로 인해 전체 국민들이 입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2조6451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손실규모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13개나 지을 수 있는 액수.
구체적으로 보면 하루에 유통되는 스팸메일 건수가 9억1504만통이며, 1인당 연간 44시간을 스팸메일을 지우는 데 허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팸메일을 수신하기 위해 쓰는 인터넷망 사용비용이 연간 634억6000만원이며, 스팸메일 저장장치 비용은 연간 1조4057억원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다음’ ‘야후’ 같은 웹메일 서비스업체는 스팸메일 때문에 매달 수억원씩 출혈(出血)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스팸메일로 인해 이메일 수신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서버 장치를 추가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원윤식 팀장은 “올해 초 하루에 수신되는 이메일 7000만통 중 1700만통이 스팸메일이었다”면서 “작년 서버 구입·유지 비용으로 290억원을 썼는데, 따지고 보면 매달 10억원 이상을 스팸메일 때문에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팸메일의 폐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스팸메일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인터넷 사이트들이 스팸메일 자율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스팸메일 자체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임일섭 책임연구원은 “스팸메일은 명백한 광고 행위임에도 이에 대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남발되고 있는 것”이라며 “광고 행위의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스팸메일...스팸 메일은 발신자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수신자에게 일방적으로 대량의 메일을 발송하는 것을 말한다. 쓰레기 메일이라는 의미에서 정크(junk)메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趙亨來기자 hrcho@chosun.com ) (朴乃善기자 nsu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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