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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cm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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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회초리로 다루는 것에 대한 논쟁은 인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체벌 논쟁은 있었다. 플라톤은 “체벌은 사람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며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영국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학교 체벌을 허용한 나라였으나 1999년 체벌 금지법을 채택함으로써 이젠 전 유럽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졌다.
체벌을 반대하는 측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체벌 논쟁만큼은 아직 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체벌의 교육적 효과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동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 에서다.
▷‘동몽선습(童蒙先習)’은 조선시대 어린이들이 천자문을 뗀 다음 배우는 일종의 교과서였다. 여기서 ‘동몽(童蒙)’이란 말은 ‘어리석고 몽매한 아이들’을 의미한다. 어리석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매를 드는 것은 당연했다.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만든 것은 아동 체벌 등 당시 불합리 한 사회적인 관행을 고쳐보자는 뜻이었다. 현대식 교육이 실시된 해방 이후에도 체벌은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영화 ‘친구’나 ‘여고 괴담’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장된 측면이 없진 않지만 학생들이 이런 영화에 빠지는 것은 체벌당하 는 영화 주인공과 자신들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지난 몇 년간 체벌 허용과 금지의 양 극단을 오갔다. 98년 체벌 금지 조치를 내놓았으나 3월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 방안에서는 체벌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학교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여서 우선 혼란스럽고, 한편으로 ‘오락가락’ 교육정책 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체벌 허용이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교사들도 최근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제 교육당국이 상세한 체벌 규정을 내놓았다. 어느 때 어떤 방법으로 체벌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고교생은 지름 1.5㎝ 이내, 길이 60㎝ 이내의 나무로 10회 이내에서 체벌을 가할 수 있으며 다른 학생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제3자가 입회한 상태라야 한다. 교사 손에 회 초리를 다시 쥐어준 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발전적인 방향은 아니다. 교사들이 요즘 학생들의 심리를 잘 읽어내 가능 한 한 체벌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우선이 아닐까.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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