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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식 리더십’] 한국축구 한단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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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거스 히딩크 감독 | |
한국 축구가 월드컵 첫 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한 단계 높아졌다. 지난해 5월 프랑스에 5대0으로 졌던 한국이 1년이란 짧은 시간에 유럽 축구를 압도할 만큼 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정확한 문제진단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1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때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기존의 진단과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렸다. 그간 한국축구에 대한 평가는 ‘체력이나 정신력은 괜찮은데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기술은 유럽의 80% 수준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정신력은 강한 체력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한국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공간을 넓혀 놓은 채 경기를 했기 때문에 체력이 강한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는 것.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고갈시킨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공포의 ‘삑삑이’로 악명높은 왕복달리기(shuttle run)를 통해 선수 전원이 세계적 수준(120회)을 통과하도록 강도높은 체력훈련에 집중했다. 4일 폴란드전의 승리는 그의 진단이 정확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 대표팀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의 공간을 좁힌 채 그라운드를 누비며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완전히 압도했다. 프로축구 안양 조광래 감독은 “그동안 지구력만을 강조해왔는데 히딩크 감독은 스피드 있는 지구력, 파워 있는 지구력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카리스마와 융화
대표팀 중 ‘성격’있기로 유명한 최용수는 지난달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히딩크 감독은 체계적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시킨다”며 “부드럽게 굴리는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면 ‘노는 건지 훈련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과 똑같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웃고 떠들며 선수들과 늘 함께 뛴다. 그러나 자신의 훈련프로그램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경우 호된 질책이 뒤따른다. 선수 23명 모두 히딩크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 주전이나 교체멤버의 구분 없이 선수들은 모두 ‘베스트 11’이란 인식을 갖고 자신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일 이영표가 종아리 근육 파열로 부상을 당해 ‘엔트리 제외’ 이야기가 나왔을 때 히딩크 감독이 “내 선수는 내가 지킨다”며 일축한 것도 선수들에게 감동을 줬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사령탑 이회택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올려 놓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 ‘스타’보다는 ‘밸런스’
히딩크 감독의 소신있는 선수 선발도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성숙시킨 원동력이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같지도 않은 선수를 어디다 쓰려고 하느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송종국·김남일·이을용 등 새로운 얼굴을 과감히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학연과 지연을 따지는 선수 선발은 중요하지 않았다.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팀의 ‘밸런스’가 더 중요한 선발 요건이었다. 김도훈·고종수·이동국 등 ‘스타’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안정환·윤정환 등도 탈락 위기를 겪고 나서 팀워크에 도움이 된다는 히딩크 감독의 판단에 따라 합류할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은 누구나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포지션 간 밸런스를 고려해 엔트리를 짠다”고 밝혔다.
( 慶州=李漢洙기자 hs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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