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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신 3인방] 조용히 빛난 ‘히딩크의 진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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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신 3인방] 조용히 빛난 ‘히딩크의 진주들’
▲사진설명 : 김남일, 송종국, 이을용(왼쪽부터) | |
TV 브라운관의 사각(死角)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다. 화려한 드리블이나 벼락 같은 슛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11명이 뛰는 축구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존재들. ‘히딩크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김남일(25)·이을용(27)·송종국(23)이 그들이다. 겉으로 알려진 이름이나 학연·지연 등의 텃세가 지배했던 한국 축구계에서 히딩크가 아무런 선입관 없이 뽑은 참신한 얼굴들. 이들은 자신을 뽑아준 히딩크의 자존심을 200% 세워주며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의 숨은 공신이 됐다.
4일 경기에서 TV카메라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다. 공만을 쫓는 그 변덕스런 존재는 그 반대 쪽에서 폴란드의 공격수들을 압박하고 있는 김남일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김남일은 폴란드의 올리사데베·카우지니·시비에르체프스키를 꽁꽁 묶었다. 강한 승부근성으로 무장, 악착같은 마크와 지능적인 반칙성 플레이로 상대 공격수들을 무력화시켰던 것. 폴란드 대표팀의 엥겔 감독과 클레인딘스트 코치도 이미 경기 전부터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게 놀랍다”며 “강한 근성과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플레이는 압박 축구의 전형”이라고 극찬했다.
지난해 7월 히딩크호에 뒤늦게 발탁된 그는 처음에는 어이없는 실수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골드컵대회, 최근의 평가전 등을 거치며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부상했다. 상대를 주눅들게 하는 격렬한 몸싸움이 트레이드 마크. 부평고·한양대를 거쳐 2000년부터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대표팀에 처음 합류할 때만 해도 송종국은 히딩크에게 ‘초보자(Novice)’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most improved player)”라는 소리를 듣는다. 체력에 기술까지 덧붙여져 어느 포지션을 맡겨도 소화해 내는, 바로 히딩크 감독이 요구하는 ‘멀티 플레이어’의 전형이 됐기 때문이다. 대 폴란드 전에서도 그는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배재고·연세대를 거쳐 부산 아이콘스 소속.
4일 경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이을용의 활약이었다. ‘이영표의 대타’ 소리를 들으며 출전했지만, 황선홍의 첫 골을 어시스트하며 그는 자신이 ‘대타’가 아님을 입증했다. 사타구니에 공을 직접 맞아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그에게 관중은 “이을용”을 연호했다. 94년 강릉상고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이 안 돼 공사판과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던 이을용은 아마추어팀 ‘한국철도’에서 혼자 연습하던 무명의 설움을 폴란드전에서 깨끗이 털어냈다. 98년 드래프트 2순위로 부천 SK에 입단한 그를 히딩크는 지난해 8월 체코 원정 때부터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4일의 활약으로 그는 히딩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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