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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세계인/고속출세끝 좌절한 최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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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론실
댓글 0건 조회 579회 작성일 02-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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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사의 세계인/고속출세끝 좌절한 최치원 (2001.01.16)




12세 조기유학, 18세에 당과거 합격...귀국후 요직 거치다 은둔

세계화는 한국의 고용 환경을 바꿔놓았다.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고용과 해고가 유연해지며 몇몇 창의적이고 국제적인 사람에게 보상이 집중되는 소위 ‘포스트 샐러리맨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 결과 이름만 남은 다수의 화이트 컬러 위에 두드러진 소수의 골드 컬러가 출현하고 있다.

글로벌 베이스의 전문 능력, 어학 능력, 교양, 리더십과 책임감으로 특징지워지는 골드 컬러의 요건은 역사 속의 선구자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12살에 조기 유학을 떠나 당나라에서 과거에 합격하고 문명을 떨쳤던 최치원이다.

최치원에 대한 사람들의 통념은 이규보의 열렬한 칭송에서 시작하여 조선조 김종직, 주세붕, 서유구 등의 추인을 거쳐 형성되었다. 최치원은 당나라에서 각광받은 불세출의 인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귀국한 뒤에는 신라 사회의 모순으로 말미암아 소외되었고 불우한 생애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같은 통념의 허실을 짚어보면 세계화 시대에 처한 재능 있는 개인의 운명이라는 최치원의 현대적 의의가 나타난다.

최치원은 857년 경주에서 태어나 868년 유학을 떠났고 874년 18살에 빈공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러한 출세는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특기할 만한 사실은 아니다.

당나라가 대제국을 이루고 로마에까지 교역을 펼치던 시대, 그 세계의 중심부로 유학간 신라인들은 엄청나게 많았다. 서기 840년, 같은 날 귀국한 유학생이 105인이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이토록 많은 유학생들이 당의 문화를 일시에 수입했었기에 고려, 조선시대까지 우리의 제도와 문물, 궁중복식, 한자음 들이 당나라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표준화되었던 것이다. 빈공과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만 실시하던 특수한 과거였으므로 당연히 신라인 합격자도 많았다. 빈공과에 합격한 신라 학생은 820년부터 906년 사이에만 58명에 달한다.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인정받고 득의의 나날을 보냈다는 대목은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치원은 빈공과에 합격한 후에도 계속 가난했다. 급제 직후 2년간은 낙양 등지를 떠돌면서 서류 대필로 생계를 꾸려갔다. 876년 현위 자리를 하나 얻었으나 1년만에 사직했다. 그 후 2년간은 다시 끼니를 걱정하는 극단적인 궁핍의 연속이었다. 그는 879년 회남절도사 고변에게 애원의 편지를 올린 끝에 그의 식객으로 받아들여져 간신히 굶주림을 면하게 된다.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최치원은 고변을 따라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유명한 <토황소격문>을 쓴다. 그 보상으로 승무랑 시어사내공봉(승무랑시어사내공봉)에 임명되는데 이것은 정식 관직이라기 보다 행영이라는 토벌군이 구성되었을 때 사기를 앙양시키기 위해 내리는 표창의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당서』 예문지에도 최치원은 고변 개인의 종사관, 개인비서로만 취급되고 있다. 고변은 882년에 직위에서 파면되었는데 그 뒤 신라로 귀국하는 885년까지 3년 동안 최치원이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것이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는 최치원 당나라 체류시대의 실체였다. 국내의 선망에 비해 그의 지위와 입장은 정말로 하잘 것 없었고 서글픔을 느낄 정도로 무력했다. 이규보는 『당서』 열전에 왜 최치원의 전이 없느냐고 흥분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록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통념과는 반대로 최치원이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은 것은 오히려 신라에서였다. 귀국 후 10여년 동안 최치원은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가 태수로 있었던 부성군(충남 서산)과 대산군(전북 태안)은 모두 해안을 낀 곡창지대로 당시의 손꼽히는 부읍이었다. 894년 최치원은 시무책 10여조를 진성여왕에게 올렸고 그 공으로 아찬에 임명되었다. 이것은 6두품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위였다.

그 얼마 후 최치원은 은거를 결심하고 가족과 함께 가야산으로 들어가 여생을 마쳤다. 이것을 두고 사람들은 최치원이 골품 제도의 모순 속에서 포부를 펼 수 없었고 시기와 비난 속에 소외와 좌절만을 당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당시 왕실과 민중을 움직이던 주류 이데올로기는 어디까지나 불교 사상이었으며 6두품 지식층이 학습한 유교는 사회 개혁의 이념으로 실천될 만큼 대중적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최치원의 은둔은 이런 시대적 한계의 산물이지 개인적인 시기와 비난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최치원은 이런 인생을 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욕을 가지고 대륙에 날개를 펴려 했던 1200년 전의 골드 컬러였다. 외국인의 불리함까지도 감내하려 했던 그에게 골품제도의 모순이 절대적인 절망이었을 리가 없다. 최치원의 은둔은 오히려 귀국 후 그가 너무 빨리 체제에 받아들여지고 안정되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차라리 사람들이 소외시키고 좌절시켰다면 그는 견훤에게로 간 최승우나 왕건에게로 간 최언위처럼 낡은 사회를 무너뜨리며 힘차게 태동하고 있는 새로운 역사적 힘을 찾아갔을 것이다. 우리가 『동문선』과 『계원필경』에 실린 최치원의 염세적인 시문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좌절감보다는 인생에 대한 피로감이다. 도전해야 할 적과 자기 자신에 대한 꿈을 잃은 자의 감출 수 없는 피로감. 이 점 거침없이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 시대의 수많은 최치원들에게 하나의 경계가 되고 있다. ( 이인화ㆍ소설가· 이화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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