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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월급은 참는대가" (200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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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론실
댓글 0건 조회 1,116회 작성일 02-05-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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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월급은 참는대가" (2001.09.27)



난상 토론..."상사에 깨지고 부하에 받히고"
절반의 삶...성공...포기..."나는 40세 샐러리맨"

평범하지만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의 속 깊은 얘기와 애환을 담는 ‘난상토론’ 코너를 신설했다. 형식도, 격식도 없다. 이들이 자유롭게 쏟아내는 육성을 지면에 생생하게 싣는다.

첫 회에는 58년생 개띠에서 64년생 용띠까지,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샐러리맨 6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론 참가자들'

-김범수 한빛은행 국제금융팀 중국데스크 팀장 58년생/중앙대 응용통계학과 76학번/두 딸(13·9)의 아빠

-이광수 하나로통신 하나넷기술실 시스템운영팀장 58년생/한양대 전자공학과 78학번/두 딸(13·9)의 아빠

-유종수 텔슨전자 기획조정실 차장 62년생/서울대 언어학과 82학번/여섯 살짜리 딸과 두 살배기 아들·딸 쌍둥이 키우느라 처가 옆 거주

-정형민 오리콤 SC팀 부장 62년생/한국외국어대 영어과 81학번/서른여덟 노총각 때 결혼해 5개월 난 아들을 둠

-류한철 제일모직 경영지원팀 차장 63년생/국민대 경영학과 82학번/네 살배기 딸 하나를 둔 아빠

-권순민 LGIBM PC㈜ IT팀 부장 64년생/광운대 전자계산기공학과 83학번/5세 연하 아내와의 사이에 6세 된 아들 하나

◆마음만 20대

=마흔 넘으니까 확실히 달라요. 야근 다음날 몸은 살아있는데 머릿속에서는 판단이 잘 안 서요. 보고하러 들어가 실컷 깨진 뒤, 옆사람한테 ‘내가 뭘 잘못했지’하고 물어볼 정도예요.

=술 먹고 필름 끊어지는 횟수도 잦고…. 아이 유치원에서 전략줄다리기라는 걸 했는데 힘이 달려 이 악물고 오기로 하긴 했는데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갔어요. 우리 이런 얘기 공개했다가 회사에서 40대들 전부 잘라내는 것 아냐?

=친구들 보면, 머리 벗겨지고 아저씨 되어가면서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씁니다. 회사 헬스클럽 보면 정말 대단들 해요. 식구들 몰래 병원 가서 진찰 받고, 음식도 엄청 가려 먹어요.

=우리 나이에는 술 접대보다 맨정신에 하는 골프 접대가 나아요. 술 접대하면 내가 헛소리 하는지도 몰라.

=나는 골프 치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못 치는데….

=에이, 샐러리맨이 어떻게 자기 돈 내고 골프 치나. 접대하는 거지.


◆우리는 샌드위치 세대

=경험도 쌓이고, 실패도 해본 나이니 우리가 가장 왕성하게 사회활동 해야 할 세대입니다. 그런데도 벌써 직장에서 종착역이 가까워졌다는 위기의식을 느낍니다.

=우리 상사들은 50~100명 입사 동기 중에 살아남아 이사로 승진했으니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밑을 내려다보면 후배들도 별 고민이 없어요. 틈새에 낀 우리가 걱정이지.

=젊은 애들은 토익 점수가 900~950이나 됩니다. 자격증도 잔뜩 갖고 있어요. 언제든 딴 데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직장 다니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게 안됩니다. 그런 게 별로 필요없던 시절에 살았으니 준비를 못한 거지요.

=객관화된 이상한 통계수치들이 40대를 필요 이상으로 위축시킵니다. 경쟁률이 100대1이니 어쩌니 하면서 미리부터 떠드니까 지레 위축되는 것 같아요. 사회구조적으로는 ‘너희들은 중심이 아니야’라고 합니다.

=그런 경쟁률 수치라는 것도 결국은 조직이 40대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쓰는 수법 아닐까요?(웃음)

◆월급은 직장에서 ‘참는 대가’

=내 동기들 중에는 딱히 써먹을 데도 없는데 아직도 영어 공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막연한 위기의식 때문이지요. 감원하면 제일 먼저 목표가 되니까. 감원이란 게 결국 흠집 고르기잖아요.

=승진에 누락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폭삭 늙는 것 같아요. 명퇴 기준을 잡을 때 직급은 어디, 나이는 몇년생으로 하니까 승진에 누락됐다 하면 일단 경쟁에서 패배한 거지요.

=요즘은 부하직원한테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니, 윗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는 피해갈 요령도 생겼어요. 이런 상사는 이렇게, 저런 상사는 저렇게 맞추면 되는데, 요즘 젊은 애들은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랑은 전혀 패턴이 달라 도무지 방법을 못 찾겠어요.

=샐러리맨이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참는 대가’라고 하더군요. 사실 위로 올라갈수록 많이 참습니다. 내 위의 임원들 봐도, 회의 들어가서 혼나는 게 초등학생이 선생님한테 꾸지람 듣는 것 저리 가라예요.

◆이민, 다들 생각은 해봤지

=TV에서 이민 특집이 방영된 날, 회사 내에서 열풍이 불었어요.

=샐러리맨 누구나 이민을 한 번씩은 생각해봤겠지. 두려운 건 이민 가서 뭘하고 살까 하는 겁니다.

=배관공, 세탁소…. 이런 것 아니면 우리가 가서 할 일이 없어요. 한국서 갖고 있는 이만한 직업을 유색인종한테 줄 리도 없지요.

=교육문제나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이민 가는 거라면 몰라도, 돈 벌자는 목적이라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돈 벌겠다는 목적이라면 이민 가서 노력하는 만큼 한국서 열심히 해도 돈 벌어요.

=3년 전, 데이콤의 제 입사 동기 108명 중 40명이 회사를 나갔습니다. 그 중 30명이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 갔어요. 당시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프로젝트 끝나고 정식계약 맺은 사람이 없어요. 현재 반이 미국으로 건너가고, 나머지는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고민합니다. 소식 끊긴 사람이 대부분이죠.

◆평생직이 부럽다

=50대 이상은 명예로, 40대는 돈으로, 30대 이하는 사랑을 먹고 산다지요. 이 나이 되니 자식들 편히 키울 수 있게 경제적 기반을 갖춘 사람이 부럽습니다. 나보다 일찍 애 낳아 자식을 고등학교, 대학교 보낸 친구도 부러워요.

=샐러리맨 입장에서는 자격증 가진 평생직이 부럽지요.

=업종 전환하고, 사업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위험 부담을 떨치고 변신한 친구를 보면 그 용기가 부럽습니다.

=딸아이가 커서 헤어스타일리스트 한다기에, 그럼 아빠가 빗자루로 머리카락 쓸어줄게 라고 맞장구쳤다가 마누라한테 욕만 진탕 먹었어요. 내가 해보지 못한 자유직이고, 머리 열심히 잘라도 남한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샐러리맨보다야 낫지.

=우리처럼 직장에 시달린 사람들은 자유직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친구 중에 대기업 다니다가 오퍼상 하는 친구가 있어요. 1년 지나니까 머리가 하얗게 샜어요.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속은 편한 것 같아요.

=받는 스트레스가 다르지요. 우리 같은 샐러리맨은 양계장 닭이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야생닭입니다. 고양이한테 잡아먹히고 매한테 채여가고, 온갖 위험을 감수해야지요. 양계장 닭은 앉아서 먹이 받아먹고 알만 낳으면 되니 값이 쌀 수밖에. 전 사업하는 사람 존경해요.

◆월급봉투, 내 권위의 밑천

=사회생활 해보니 현실의 벽이 높아 아빠들은 점점 기대치를 낮추지요. 하지만 엄마들은 ‘내가 못했으니 네가 해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바람을 잔뜩 집어넣습니다. 아빠와 엄마들의 생각 차가 커요. 자식 교육 때문에 많이 싸웁니다.

=저는 목동의 27평 아파트에 전세 사는데, 온 동네가 난리예요. 월급의 절반은 생활비, 나머지 절반은 과외비로 씁니다. 엄마들은 귀가 얇아서 누가 뭐 시킨다 그러면 무조건 따라시켜야지, 안그러면 스트레스 받아요.

=아내가 아이를 한 달에 50만~90만원 하는 영어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해 싸운 적이 있어요. 아내 보고 제가 그랬습니다. ‘공부란 스스로 하고 싶어야 한다. 그리고 공부 잘해봤자 나처럼 샐러리맨이다.’ 저는 영어유치원 보내지 말고, 애가 재미있어 하는 것 시키자고 했어요.

=하지만 아빠들이 더이상 가족의 중심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모계사회가 된 것 같아요.

=회사 직책으로 말하면 남자는 가정의 고문, 옵서버 역할밖에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정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해서지요.

=그래서 전 월급을 제가 관리하고 매달 생활비를 아내한테 줍니다. 요즘 아이들이 영악해서 아빠가 경제권을 쥐면 아빠 밑으로, 엄마가 쥐면 엄마 밑으로 모여요. ‘이것마저 뺏기면 내가 완전히 힘 빠진다’는 위기감이 들어요.

=전 월급을 통째로 아내한테 맡깁니다. 샐러리맨 월급이 뻔한데, 그 적은 월급 쪼개서 생활하자면 스트레스 받잖아요. 적은 돈 갖고 남자가 관여하면 불리해요. 아예 여자한테 다 줘버리는 게 나아요.

◆10년, 20년 뒤엔…

=이 직장을 얼마나 더 다닐지 모르지만, 승진할수록 끝이 가깝다고 느낍니다. 마음속으로 이별 연습을 합니다. 내가 떠날 때 나를 오랫동안 고용해준 직장에 감사하자고. 분노를 갖고 떠나면 그걸 푸는 데 1년씩 걸리다가 결국은 늙고 병들어요.

=이 나이에 대학원 간다고 쫓아다녀요.

=5년 뒤에는 자유롭고 싶어요. 그러려면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워야지.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경제적인 안정을 이룰까, 집사람과 같이 고민합니다.

=저는 주식투자도 안하고, 월급 쪼개 모은 돈으로 집 마련하면서 꽁생원처럼, 개미처럼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지요. 저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제가 하는 일이 좋고 마음도 편합니다.

=장충단공원이나 남산공원에 나와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아내와 나는 노년을 어떻게 하면 가치롭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가정이 제일 소중한데, 가정을 등한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싫어요.

=우리 부부도 맛있는 음식 생기면 애보다는 우리가 더 챙겨먹자고 해요. 아이가 스무 살 될 때까지 우리가 건강해야 하니까.

=나이들수록 아내는 파트너,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아내가 남편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남편들이 아내를 더 생각할는지 몰라요.

=저도 아이들한테 그래요. 아빠가 번 돈은 아빠랑 엄마가 다 쓸게, 대신 너희들은 세상을 다 가지라고….

( 정리=강경희기자 khkang@chosun.com ) ( 조형래기자 hrch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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