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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주인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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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주인만들기
안녕하십니까.
저는 논설위원실에서 경제분야 논설을 맡고 있는 박영균입니다.
그동안 동아닷컴에서 세상보기 칼럼을 재미있게 만드셨던 황호택 논설위원이 한번 써보라고 적극 권유하는 데 힘입어 글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경제분야에 별로 재미있는 얘기가 많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만 흥미로운 글 보다는 경제정보나 최근에 바뀐 규정 등을 소개해드리는 데 중점을 두고 주제를 잡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로는 얼마전 부패방지위원장에 내정됐던 분이 그 자리를 사퇴한 빌미가 됐던 스톡옵션을 골랐습니다.》
스톡옵션(stock option)은 잘 아시는 대로 주주들이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주식을 주는 것입니다.
옵션이라는 말이 일종의 선택권을 의미하는 만큼 정확히 말하면 주식을 살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인데 월급쟁이들에게 주인처럼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미국에서 1920년경 처음 등장한 스톡옵션제도는 오랫동안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1980년대에 들어 붐을 이루고 전세계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이나 심지어는 중국음식점까지 스톡옵션을 주고 있습니다.
가히 스톡옵션시대라고 부를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주식매수선택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들어온 것은 1997년이지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옛날 머슴들의 경우 대개는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가족의 일부로서 의복 ·식사 ·술 ·담배를 제공받는 외에 일정한 사경(私耕:年俸)을 받았습니다.
이들 머슴들이 주인집에 일을 잘해줄 경우 주인은 사경외에도 나중에 살림을 차려준다든지, 혹은 천민의 신분에서 양민으로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머슴은 고용주와 인습적 ·신분적인 주종관계에 있으므로 지금의 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만 단순히 급료만으로는 나의 일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 집안과 기업이 잘 되려면 사람이 좋아야 하고, 좋은 사람이 오게 하려면 함께 일한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것이죠.
▼돈을 벌려면 나눠줘라▼
스톡옵션을 활용해 크게 성공한 기업은 이루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얼마전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에 간 일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대단히 많았는데 그 비결을 물으니 종업원들에게 이를테면 스톡옵션과 같은 것을 준 것입니다.
그집 주인은 미국으로 이민가서 있고 종업원들이 스스로 운영해서 이익을 주인에게 보내주고 나머지는 나누어 갖는다는 겁니다.
주주나 다름없는 종업원들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열심히 하니 식당이 잘 된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스톡옵션이 별 것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외국의 대표적인 경우가 세계적인 갑부 빌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회사입니다.
미국 서부 시애틀의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있는 수백만달러짜리 고급 별장의 주인중엔 20-30대의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부근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떼돈을 벌어 사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한때 스톡옵션으로 1백만달러이상을 행사한 직원이 1000명이 넘었고 미국 10대 부자중 3,4명이 이회사 출신이었습니다.
주식을 받은 직원들이 주인처럼 열심히 일해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주인도 월급쟁이도 모두 부자가 됐습니다.
미국의 한 커피점 종업원이 30년전에 조그만 커피숍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벅스도 스톡옵션을 잘 활용한 곳입니다.
이회사에는 종업원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사무실직원 뿐만 아니라 손님을 맞는 파트타임 종업원들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누어 주고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지금 이회사는 전 세계에 5천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스톡옵션으로 유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경영학 교과서에도 등장한다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봉급보다 스톡옵션을 선택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월급쟁이 행장이지만 주인처럼 일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김행장은 경영에 성공해서 큰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그는 국민은행과 합병한 주택은행장에 임명되면서 월급은 1원만 받고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습니다.
또 합병 국민은행장으로 70만주를 추가로 받으면 현재 주가 5만원으로 쳐서 어림잡아도 300억원이 넘습니다.
▼스톡옵션 아무나 받나 ▼
그러나 아무나 스톡옵션을 받을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론 기업의 임직원만이 받을수 있습니다.
기업의 발전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벤처기업에 한해 임직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스톡옵션을 줄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게 말썽을 일으킨 겁니다.
벤처기업특별법을 만들어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연구원등에게는 스톡옵션을 줄수 있도록 예외적인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벤처기업이 자금이 부족해 고문변호사 비용등을 주식으로 낼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부패방지위원장으로 내정됐던 변호사가 스톡옵션을 받은 일은 윤리적으로는 몰라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죠.
회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변호사나 변리사등의 자격증이 없는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줄수 없게 됩니다.
벤처기업의 주가가 엄청나게 치솟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벤처주식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많은 때에는 스톡옵션을 받으려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parkyk@donga.com
안녕하십니까.
저는 논설위원실에서 경제분야 논설을 맡고 있는 박영균입니다.
그동안 동아닷컴에서 세상보기 칼럼을 재미있게 만드셨던 황호택 논설위원이 한번 써보라고 적극 권유하는 데 힘입어 글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경제분야에 별로 재미있는 얘기가 많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만 흥미로운 글 보다는 경제정보나 최근에 바뀐 규정 등을 소개해드리는 데 중점을 두고 주제를 잡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로는 얼마전 부패방지위원장에 내정됐던 분이 그 자리를 사퇴한 빌미가 됐던 스톡옵션을 골랐습니다.》
스톡옵션(stock option)은 잘 아시는 대로 주주들이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주식을 주는 것입니다.
옵션이라는 말이 일종의 선택권을 의미하는 만큼 정확히 말하면 주식을 살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인데 월급쟁이들에게 주인처럼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미국에서 1920년경 처음 등장한 스톡옵션제도는 오랫동안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1980년대에 들어 붐을 이루고 전세계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이나 심지어는 중국음식점까지 스톡옵션을 주고 있습니다.
가히 스톡옵션시대라고 부를만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주식매수선택권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 이 제도가 들어온 것은 1997년이지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게 있었습니다.
옛날 머슴들의 경우 대개는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가족의 일부로서 의복 ·식사 ·술 ·담배를 제공받는 외에 일정한 사경(私耕:年俸)을 받았습니다.
이들 머슴들이 주인집에 일을 잘해줄 경우 주인은 사경외에도 나중에 살림을 차려준다든지, 혹은 천민의 신분에서 양민으로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머슴은 고용주와 인습적 ·신분적인 주종관계에 있으므로 지금의 노동자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만 단순히 급료만으로는 나의 일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 집안과 기업이 잘 되려면 사람이 좋아야 하고, 좋은 사람이 오게 하려면 함께 일한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것이죠.
▼돈을 벌려면 나눠줘라▼
스톡옵션을 활용해 크게 성공한 기업은 이루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얼마전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에 간 일이 있었습니다.
손님이 대단히 많았는데 그 비결을 물으니 종업원들에게 이를테면 스톡옵션과 같은 것을 준 것입니다.
그집 주인은 미국으로 이민가서 있고 종업원들이 스스로 운영해서 이익을 주인에게 보내주고 나머지는 나누어 갖는다는 겁니다.
주주나 다름없는 종업원들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열심히 하니 식당이 잘 된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스톡옵션이 별 것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외국의 대표적인 경우가 세계적인 갑부 빌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회사입니다.
미국 서부 시애틀의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 있는 수백만달러짜리 고급 별장의 주인중엔 20-30대의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부근에 본사가 있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떼돈을 벌어 사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한때 스톡옵션으로 1백만달러이상을 행사한 직원이 1000명이 넘었고 미국 10대 부자중 3,4명이 이회사 출신이었습니다.
주식을 받은 직원들이 주인처럼 열심히 일해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주인도 월급쟁이도 모두 부자가 됐습니다.
미국의 한 커피점 종업원이 30년전에 조그만 커피숍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벅스도 스톡옵션을 잘 활용한 곳입니다.
이회사에는 종업원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사무실직원 뿐만 아니라 손님을 맞는 파트타임 종업원들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누어 주고 파트너라고 부릅니다.
지금 이회사는 전 세계에 5천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스톡옵션으로 유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경영학 교과서에도 등장한다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봉급보다 스톡옵션을 선택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인물입니다.
월급쟁이 행장이지만 주인처럼 일하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김행장은 경영에 성공해서 큰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그는 국민은행과 합병한 주택은행장에 임명되면서 월급은 1원만 받고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습니다.
또 합병 국민은행장으로 70만주를 추가로 받으면 현재 주가 5만원으로 쳐서 어림잡아도 300억원이 넘습니다.
▼스톡옵션 아무나 받나 ▼
그러나 아무나 스톡옵션을 받을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론 기업의 임직원만이 받을수 있습니다.
기업의 발전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벤처기업에 한해 임직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스톡옵션을 줄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게 말썽을 일으킨 겁니다.
벤처기업특별법을 만들어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연구원등에게는 스톡옵션을 줄수 있도록 예외적인 조항을 만들었습니다.
벤처기업이 자금이 부족해 고문변호사 비용등을 주식으로 낼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부패방지위원장으로 내정됐던 변호사가 스톡옵션을 받은 일은 윤리적으로는 몰라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죠.
회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변호사나 변리사등의 자격증이 없는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줄수 없게 됩니다.
벤처기업의 주가가 엄청나게 치솟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벤처주식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많은 때에는 스톡옵션을 받으려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을 듯 합니다.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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