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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론실
댓글 0건 조회 538회 작성일 02-03-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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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단초를 소망하며 ...



사회부 김수혜 기자


조선일보 사회부 김수혜 기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 경제과학부 소속 평기자 7명과 교육 담당 데스크 1명이 특별취재팀을 구성, ‘교육 이대로는 미래 없다’ 취재에 들어간지도 두달이 됐습니다.

반응은 뜨겁습니다. 아침에 이메일 우편함을 열면 새로온 편지가 쏟아집니다. “자기 애만 잘 되라고 외화를 버리며 조기유학 가는걸 ‘교육이민’이라고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고, “안무너질 교실도 언론이 자꾸 무너진다, 무너진다 하니까 덩달아 무너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와 학교는 좀더 얻어맞아야 한다. 나와 내 아이는 학교에서 너무나 큰 고통을 당해왔다”고 박수를 치는 분도 있고, “외국에 보낼 형편이 못되는 사람은 어떻하냐”고 하소연하는 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컴퓨터 화면에서 금새라도 육성이 터져나올 듯 격앙돼있다는 점만은 공통적입니다. 웃자고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자판을 두드리다 흥분하신 나머지 “기사를 읽고 느낀 점이 있어 반박문을 씁니다”라고 시작했다가 “야, 너 뭐야? 조선일보가 그렇게 잘났어? 있는 사람만 사람이냐? 어떤 목적으로 이따위 기사를 쓰는거야? 기자는 다 ???(견공의 어린 새끼를 일컫는 순우리말)야!”로 이메일을 끝맺는 분도 실제로 더러 계십니다. 오죽 답답하면 그러시겠습니까.

‘교육’이라는 화두의 속성이 바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우리들 중에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여자도, 남자도, 교사도, 학생도, 기자도, 관료도 있습니다만, 한때 대한민국 학생이 아니었거나, 지금 혹은 과거나 미래의 학부형이 아닌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한민국 공교육’은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공히 듣고 보고 겪었던 어떤 제도입니다. 요컨대 납세의 의무나 병역의 의무처럼 누구나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겠지요. 그러나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그 전모를 알 수는 없다는 걸 잊어선 안됩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인만큼, 우리 모두 냉정하게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쓴 약을 꿀꺽 삼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 취재를 하면서 크게 놀랐습니다. 졸업한지 10여년만에 찾아가본 중고등학교 교실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같은 기간 지구촌은 정보화와 세계화 물결을 탔습니다.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치렀고, OECD에 가입했고,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넘었습니다.

학생 역시 변해도 너무 변했죠. 어디까지나 일반론입니다만, 잘 먹고 자라서 키 크고, 잘 생기고, 고생을 잘 모르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요구도 많습니다. 저만 해도 구세대인지, 취재중 만난 학생 중 솔직히 ‘요놈 봐라’ 싶은 아이가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눈을 말똥말똥 뜨고 “학교 수업은 선생이 불쌍해서 안자고 듣는다”고 말하던 한 여학생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 멘트는 정말 한자도, 한획도 틀림없이 그 학생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이 아이가 특별히 나쁜 아이, 되바라진 아이였을까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좀더 폭넓고 균형되고 올곧게 생각할 여유를 잃어버렸을 뿐이죠. 물론, 열여덟살 나이에 벌써 “나는 희망이 없는 놈”이라고 극언하는 하위권 학생도 만났습니다. “잘 때 깨워주는 선생님은 그래도 고마왔다”고, “깨우지도 않는 선생님을 보면 ‘나는 책상이나 걸상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말 직유법을 제대로 배우고 구사한 이 멘트 역시 한 부산 출신 ‘44등’ 남학생이 토씨 하나 틀림없이 육성으로 말한 내용입니다.

학부모 욕심도 커졌습니다. 예전엔 ‘서울대’ 보내는게 야심의 끝이었지만, 요즘은 ‘아이비리그’에 보내 ‘월스트리트’에 진출하길 꿈꾸는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욕심’이라고 일컫기 미안한, 참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궁리도 있습니다. “여기서 계속 고등학교를 다녀봤자 대학도 못가고, 학교에선 온전히 관심도 못받는다. 차라리 뉴질랜드에서 하숙하며 공립학교 다니면 1000만원만 가지고도 영어와 고교 졸업장은 건진다”는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성공율이 5%니, 10%니 말이 많은 조기유학이지만, 여기서 성공한 사람에겐 더 큰 기회의 관문으로, 절망한 사람에겐 손바닥만한 햇살로 여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엔 ‘총화단결’이라는 구호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어딜 가든 ‘뛰어난 개인’의 ‘자유’가 지상 명제입니다. 전국민이 호크 달린 검정 교복을 입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전설처럼 여겨질만큼, 요즘 우리는 ‘중졸 조기유학’이 개인의 자유로 합법화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은건 교실과 입시경쟁 뿐입니다. 학생들을 만나면서, 회초리도 못드는데 이런 애들을 어떻게 가르쳐서 대학에 넣나, 사범대학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

현실이 옳거니 그르거니 따지는 것과 ‘현실이 이렇다’고 분석하고 묘파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입니다. 조기유학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예컨대, 몇년전 제가 조선일보 입사 시험을 치를 때, 면접관이 물으셨던 문제도 ‘조기유학’이었습니다. 후보자 5명이 둘러앉아 토론을 벌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당시 모두들 어떻게 답했는지 전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여하간 “일부 특권층 사이에 ‘놀 유(遊)’자 조기유학이 성행하고 있으니,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막을 명분이 없고, 오히려 국가든 개인이든 나서서 대대적으로 외국 유학생을 길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토론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습니다. 토론이란 우리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침마다 이메일 함을 열면서 생각하는게 바로 그런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조선일보 교육취재팀의 취재와 보도가 완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어떤 변화의 단초만은 되었기를 염원하는 마음입니다.

/김수혜기자 s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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