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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민에게 버림받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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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민에게 버림받는 나라
이민 가는 사람,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가운데 60%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정말 아찔한 이야기다.
***자녀 때문에 이민 택할까
뉴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근간인 30~40대가 대거 이민을 가고 있는데, 대부분이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을 택한다고 한다. '개혁' 을 할 때마다 더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 돼가는 우리의 교육제도가 가장 직접적 이유겠지만 우리 사회는 정말 여러 면에서 지겹고 '정 떨어지는' 곳이다. 어떤 날은 9시 뉴스 내내 살벌하고 우울한 소식만 들려서, 뉴스를 보고 나면 우리나라는 무법천지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법.편법의 천재인 것 같이 느껴진다.
그토록 강경한 투쟁으로 의약분업을 따낸 약사들이 이제는 무자비한 손님 쟁탈 경쟁을 해서 소형 약국들이 고사(枯死) 하고 있다고 한다.
차의 엔진을 상하게 하고 암을 유발시키는 가짜휘발유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자기 차에는 어떤 휘발유를 넣는지? 여당과 야당이 자리를 바꿨는데, 서로 반대편에서 하던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고, 정치적 부패와 정경유착도 증가하고 있으니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 이런 나라를 자녀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느 민족에게나 민족성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지만, 부패와 비리가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에 새겨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 국민의 생활방식은 물론 의식구조도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한다.
19세기 말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이자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당시 한국인들이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불결하기 짝이 없었는데, 시베리아의 한국인 거주지에 가서는 한국인들이 근면으로 이룬 번영과 마을의 깨끗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게으르고 불결했던 것은 천성적인 결함 때문이 아니고, 근면해서 모은 재물이 화를 불러오고 집이 깨끗하면 덜 가난해 보여서 수탈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70년대와 80년대에 한국인들이 세계 제일의 일벌레였던 것은 주지하는 바다.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우리사회에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자주 한국사람으로서 한국사회를 이렇게 모르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하고 두려웠다.
한국사람들의 우회적 화법은 직선적 성격의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가부간 곧 연락을 드리겠다" 고 거듭 자발적으로 약속을 하고는 무소식이어서 연락을 해보면 "소식이 없으면 안된 줄 알 것이지 왜 전화를 해서 입장 곤란하게 만드나"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요새는 우회화법을 쓸 만한 마음의 여유들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눈치 없는 나에게는 편한데, 최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어법을 보면 차라리 그가 우회화법의 '9단' 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웃어른에게 깍듯이 예를 표했는 데도 "당돌하다" 고 했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 했더니 다른 젊은 사람들은 (힘 있는) 어른 앞에서는 몸둘 바를 모르고 쩔쩔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전전긍긍' 의 흉내도 낼 줄 모른다. 또 예전에는 민원창구의 아주 어린 직원들도 극도로 불친절하고 고압적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친절하다.
***부패한 정치 척결이 과제
이런 것은 사소한 예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민족성은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의식과 풍토를 바꿔 많은 관행과 '제2의 천성' 을 고칠 수 있다. 우리 정치만 깨끗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따라서 정화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지상천국은 아니다. 우리나라 현실을 못 견뎌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홀가분하게 희망에 벅차서 떠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영주하는 동포를 보면, 성공을 하고 잘 살고 있어도 모두 어딘지 쓸쓸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 국민이 대거 이민생활의 고초와 이방인의 서글픔을 맛보지 않고, 우리나라가 탈출할 능력과 결단력이 없는 낙오자만 남은 나라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비장한 각오로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민 가는 사람,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가운데 60%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정말 아찔한 이야기다.
***자녀 때문에 이민 택할까
뉴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근간인 30~40대가 대거 이민을 가고 있는데, 대부분이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을 택한다고 한다. '개혁' 을 할 때마다 더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 돼가는 우리의 교육제도가 가장 직접적 이유겠지만 우리 사회는 정말 여러 면에서 지겹고 '정 떨어지는' 곳이다. 어떤 날은 9시 뉴스 내내 살벌하고 우울한 소식만 들려서, 뉴스를 보고 나면 우리나라는 무법천지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법.편법의 천재인 것 같이 느껴진다.
그토록 강경한 투쟁으로 의약분업을 따낸 약사들이 이제는 무자비한 손님 쟁탈 경쟁을 해서 소형 약국들이 고사(枯死) 하고 있다고 한다.
차의 엔진을 상하게 하고 암을 유발시키는 가짜휘발유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자기 차에는 어떤 휘발유를 넣는지? 여당과 야당이 자리를 바꿨는데, 서로 반대편에서 하던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고, 정치적 부패와 정경유착도 증가하고 있으니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 이런 나라를 자녀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어느 민족에게나 민족성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지만, 부패와 비리가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에 새겨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 국민의 생활방식은 물론 의식구조도 사회적 조건에 따라 변한다.
19세기 말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이자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당시 한국인들이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불결하기 짝이 없었는데, 시베리아의 한국인 거주지에 가서는 한국인들이 근면으로 이룬 번영과 마을의 깨끗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게으르고 불결했던 것은 천성적인 결함 때문이 아니고, 근면해서 모은 재물이 화를 불러오고 집이 깨끗하면 덜 가난해 보여서 수탈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70년대와 80년대에 한국인들이 세계 제일의 일벌레였던 것은 주지하는 바다.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우리사회에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자주 한국사람으로서 한국사회를 이렇게 모르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하고 두려웠다.
한국사람들의 우회적 화법은 직선적 성격의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가부간 곧 연락을 드리겠다" 고 거듭 자발적으로 약속을 하고는 무소식이어서 연락을 해보면 "소식이 없으면 안된 줄 알 것이지 왜 전화를 해서 입장 곤란하게 만드나" 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요새는 우회화법을 쓸 만한 마음의 여유들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눈치 없는 나에게는 편한데, 최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어법을 보면 차라리 그가 우회화법의 '9단' 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웃어른에게 깍듯이 예를 표했는 데도 "당돌하다" 고 했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 했더니 다른 젊은 사람들은 (힘 있는) 어른 앞에서는 몸둘 바를 모르고 쩔쩔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전전긍긍' 의 흉내도 낼 줄 모른다. 또 예전에는 민원창구의 아주 어린 직원들도 극도로 불친절하고 고압적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친절하다.
***부패한 정치 척결이 과제
이런 것은 사소한 예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민족성은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의식과 풍토를 바꿔 많은 관행과 '제2의 천성' 을 고칠 수 있다. 우리 정치만 깨끗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따라서 정화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지상천국은 아니다. 우리나라 현실을 못 견뎌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홀가분하게 희망에 벅차서 떠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영주하는 동포를 보면, 성공을 하고 잘 살고 있어도 모두 어딘지 쓸쓸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우리 국민이 대거 이민생활의 고초와 이방인의 서글픔을 맛보지 않고, 우리나라가 탈출할 능력과 결단력이 없는 낙오자만 남은 나라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비장한 각오로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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