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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심리 모의 몸살과 우리의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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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8.27)
"모판에 있는 모를 논에 옮겨 싦으면 그때부터 자기 힘으로 커야 한다.
더 이상 모가 아니다. 그것은 벼다.
좁은 모 상자에서 빽빽하게 밀집해서 사는 것보다 넓은 논바닥에서 홀로 커가는 것이
벼에는 훨씬 좋다. 넓은 세상을 마주하면 여린 놈들도 강하게 자란다."
'대학운동권서 변신한 중년 농사꾼 한승오` 중에서 (조선일보, 2007.8.25)
우리는 가끔 몸살을 치릅니다. 원인은 다양할 겁니다.
계절이 바뀌거나, 일하는 주위 환경이 바뀌었는데 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때.
무언가 새롭고 힘든 것을 시도했을 때....
그런데 이 '몸살'이란 것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닌가봅니다. '몸살'을 하는 모...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여유로이 이것 저것 읽다가, 좋은 표현과 만났습니다. 모가 '몸살'을 한다...
"어떤 모종이든 땅에 옮겨 심으면, 그 땅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사람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다 흙으로 나가 혼자 힘으로 자리를 잡으려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모를 논에 내면, 처음 며칠 동안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시들시들해진다.
이를 보고 모가 몸살을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죽이는 듯한 몸살을 겪으며 어린 벼는 인위의 껍질을 벗고야 만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공활(공장 노동운동)을 하다가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7년전 충남 홍성으로 내려가 농사꾼으로 변신한 올해 47세의 한승오씨.
그가 농사를 지으며 바라본 모와 벼의 모습입니다.
"지칠 대로 지친 몸에는 오한이 일었다.
논에 갓 내놓은 모가 앓았던 심한 몸살이 나에게로 온 듯 했다...
나는 몸살을 앓을 여유조차 없는 형편이었다...
논에는 이제 모가 뿌리를 내렸다. 여리고 여리던 모의 모습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볏대에는 힘이 들어가고 줄기와 잎을 곧추세우고 땅에 뿌리를 굳게 박았다.
노란 기운이 돌던 이파리는 푸른 녹색의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모가 벼로 쑥쑥 커가고 있었다."
중년의 40대에 농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그는 모판에서 사람의 보살핌으로 크던 모가
논으로 나아가 자신의 힘으로 땅에 뿌리를 박는 과정에서 '몸살'을 겪는다고 자신이 관찰한 것을 표현했습니다.
여리디 여린 모가 이 몸살이라는 통과의례를 이겨내며 당당하고 강한 벼로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그 벼는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겁니다.
'몸살'을 겪는 모... 파아란 모를 떠올리며, 저도 '몸살'을 겪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언가 힘은 들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며 겪는, 그런 몸살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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