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죽을 지언정 병상에서 죽지 않겠다 > 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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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야기]

-기자에 대하여 정의를 내린다면
"기자를 선전도구 혹은 파괴자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기자는 관찰자다.
보도가 자져온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자신이 본 현장의 정확성에만 책임질 뿐이다."

-지금까지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은 뭔가.
"걸프전 개전 직전 미국 정부는 모든 가지의 철수를 권고했다.
CNN만 남았다. 전쟁 시작 최초 17시간 동안 나와 동료 2명이 상황을 생중계했다.
고독했지만 행복했다. '현장을 보는 유일한 기록자' 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당시 위성전화로 20여 차례 보도했다.
2개월이 지나자 떠났던 기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당신은 걸프전 개전 열흘 뒤 사담 후세인과 인터뷰했다.
97년 3월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역에서 오사마 빈 라덴도 만났다.
두 사람을 비교한다면.
"후세인은 잘 생겼지만 서구에 경도된 세속 군주다.
그러나 빈 라덴은 음식도 먹을 것 같지 않은, 종교적 색체가 강한 인물이다.
빈 라덴은 탈레반 정권 같은 회교원리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당신은 여러 차례 해고 위기를 겪고 실제로 당하기도 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나.
"권력자들은 진실을 두려워한다.
나를 매국노 혹은 반역자로 몰고 간 이유다.
CNN과 NBC에서 해고 이유도 그것이다."

-기자로서 일상이 궁금한데.
"상당한 재산을 모았고 상도 많이 탔다. 그러나 잃은 것도 많다.
미국에 꽤 큰집이 있지만 그곳에 거의 살지 못한다.
전처는 워싱턴에, 딸은 LA에, 아들은 뉴욕에,
형제들은 오타와와 시드니에 산다.
친구들과도 거의 만나지 못한다.
인간적인 삶은 내게서 모두 떠나갔다."

-앞으로도 취재를 하고 싶은가.
"물론이다. 난 여전히 기자다. 병상에서 죽느니 전쟁터에서 죽기를 택하겠다."

--- 2007.06.12 중앙일보 에서 ---

기자에 대한 궁금증을 이 글을 옮겼습니다.
사람이란 평생을 배우며 사는 것이지요.

'하루를 맹렬하게 살아낸 것인가.' 돌아보는 맛이 있습니다.
공자님은 50에 지천명知天命하였다고 했으나,
저는 벌써 64이고 이제야 감히 한발 물러서
하늘의 원리와 그에 순응하는 법을 안개 속으로나마 감지하는 것은 아닌지.
외람되지만 참아낸다는 뜻이 무엇이며,
내 생각으로 천명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 게 편안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도모하는 일의 흐름에 하늘의 간섭을 느끼면,
두려운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떠벌일 일도 아니며 죽는 시늉을 할 일도 아닙니다.

이제는 다만 하늘이 어찌 처분하시는 지 지켜봄이 도리일 듯도 합니다.
더욱 다듬고 닦아서 보암직한 작품으로 보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