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투약이 아닌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경제대책 > 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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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의 경제노트, 2006.10.27)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금리 인하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콜금리가 4.5%에 불과하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 총재는 거꾸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성태 한은총재 파격 발언 배경은… "집값은 금리로 잡을테니 경기부양은 규제 풀어서" ' 중에서 (한국경제, 2006.10.27)

잇따르는 불황심화 싸인과 경고, 솔솔 나오는 경기부양론, 아파트 값 급등, 신도시 개발 발표...
한국경제가 숨가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경제정책 뱡향이 중요한 고비에 온 느낌이고, 다시말해 우리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불황이 심각해질 때 정부가 손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입니다. 더구나 내년은 대통령 선거라는 커다란 정치행사까지 있는 해입니다. 불황에 따른 국민들의 '원성'과 선거를 앞둔 여당의 '압력'에 접하는 정부는 이런 전형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금리를 내리고 재정 조기집행, 추가경정예산편성 등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나 정부의 빚으로 돈을 풉니다. 이런 돈은 중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연구개발이나 기반시설이 아닌 '이곳저곳 파헤치기'식의 투자로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먀약'을 맞은 듯 잠시 고통이 사라질테고, 하지만 조금 뒤에는 더욱 커다란 '고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며칠전 발표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도 서울의 아파트값 안정보다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가장 효과가 큰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요 며칠 경기를 둘러싸고 보여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 부근의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형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해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는 얘깁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콜금리 4.5%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좀더 길게 소개해드리면 이렇습니다.
"5% 성장을 한다고 해도 이런 불경기는 없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성장이 4~5%, 물가가 2~3%라면 소박한 경제논리, 주먹구구식 논리라 해도 균형금리가 6~8%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콜금리 4.5%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사실상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 총재는 오히려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친 셈입니다. 당장 금리를 올리겠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현재의 금리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중앙은행 총재가 '균형금리'의 수치를 찍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금리를 내려 일시적으로 경기 사이클을 조작하려하지 말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금리를 올려 집값을 잡고 경기부양은 경쟁력 제고라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이루자는 방향의 생각은 정치권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칠 겁니다. 금리를 올리겠다고 하면 당장 "경기를 죽이자는 것이냐"는 반발이 거세질 것이고, 한국은행으로서도 금리인상의 여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신은 갖지 못할테니 주저하게 될 겁니다.

'근본적인' 경기대책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만, 정부가 실제로 이렇게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진정한 경기활성화 대책을 세워 추진할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위축된 기업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관료주의적인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는 등 '경제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정책은 그 성과가 1~2년 안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임기중에 성과나 나오지 않아 내가 빛을 보지 못해도 좋다, 아니 거꾸로 내 임기 내내 '융통성'이 없다고 욕을 먹어도 좋다, 다음 정권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높아져 국민들이 잘 살 수 있게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정치지도자, 경제부처 총수만이 실천할 수 있는 정책방향입니다.

지금 부터 정부, 아니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이 어떤 경기대책을 내놓고 실시할지 지켜보아야하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질이 달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