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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수필 낮추면 살아남는다 -설악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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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야기]
2006. 10. 13일
20여년 만에 1,708m 설악산을 찾았습니다.
친구 두 분과 동행하여 동서울bus터미널 07:35분발 한계령(오색)에 도착한 것은 10:30분.
보도를 통해서만 알고 있었던 지난해의 수해 현장은 아직도 그 상흔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물살에 밀려온 무게가 1톤은 실히 될 바위들과 나무들이며 도로들도 임시 개통이었고, 아직도 복구 중인 곳이 많았습니다.
10:50분 오색매표소 출발 - 대청봉 17:00시 - 중청봉 대피소 ---6시간
중청 06:00 출발 - 소청 -(천불동 계곡)- 희운각 - 양폭산장 - 비선대 - 소공원(설악동) ---7시간
산행입니다만,
저희 일행엔 제가 가장 나이 젊은 터라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코-스도 난이도가 가장 적은 구간으로 택하였습니다. '오색 - 대청' 등정은 5km 로 정상 속도면 4시간, 전문가들은 3시간대에도 주파한다지만, 우리는 6시간으로 늘려 잡았지요.
산행 내내 운무속이어서 가시거리가 50m ~ 100m 에 불과했지만. 나뭇잎에 모여 떨어지는 이슬을 맞으며 오르는 길이 오히려 상쾌하였습니다.
여러 분으로부터 격려 SMS를 받으며 처음엔 놀며, 나중에는 힘겨워하며 6시간 등정.
시간은 이미 16:30시, 정상을 50m 남겨 놓았을까?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근엄한 대청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6시간 운무속 산행에 지친 가슴을 단 번에 활짝 열어 새 힘을 얻고는 이 대단한 빛을 놓칠세라 카메라를 꺼내들고 앞서 내 달았습니다. 하늘은 청명, 발아래 내려다 뵈는 운해가 아름답고, 높던 나무들은 고산 특유의 낮은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수백 년 묵은 철쭉 진달래 자작나무와 고사한 주목을 보며 교만한 인생사를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정상엔 이미 2~30명이 있었고, 번갈아 사진을 찍으며 오랜 만의 대청을 감상한 후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니 석양은 짙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피소에 예약을 확인하고 배정받은 방은 지하 2층 침대 마루방 51, 52, 53번. 168cm 키에 겨우 맞는 침상, 50cm폭이 주어진 잠자리(\7,000.--원 + 모포 1장/\1,000.--)상이이지지만 안도의 대피소가 그저 고맙기만 하였습니다. 매점에 국물있는 음식은 없었고, 준비 없는 우리는 젊은이들이 버너 코펠에 끓는이는 라면 냄새를 부러워하며 김밥 한 줄에 냉수만으로 저녁식사를 만족해야 했습니다. 사방은 곧 칠흑 한 밤이고 곧 별들이 하늘 가득하였습니다.
오,
북쪽 하늘에 '북두칠성' 동쪽 하늘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카시오페아 좌', 달님은 손에 잡힐 듯하고 머리 위 은하수는 구슬을 뿌려 놓은 듯 가득. 어릴 적 뛰놀던 고향 하늘을 예서 다시 보았습니다. 구름 걷히니 저 아래 속초 시내가 시야에 들어왔고, 마땅히 해볼 만한 일도, 기운도 없는지라 다음 날 일출을 기대하며 이른 잠을 청하였습니다.
잠자리 화장실 출입은 노인의 일, 두 세 시간 마다 맑은 공기를 흠씬 마시며 하늘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모포 1장에 50cm 폭이 전부인 마루방에 60여명. 코 고는 소리 적은 것은 다행, 옆 자리는 이를 가나?, 공기가 탁한 것 외엔 편안하였습니다.
새벽 4시, 은하는 정수리쯤에 있고 북두성은 동쪽에 카시오페아는 북쪽으로 자리를 옮겼군요.
초저녁과는 정반대 자리인데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하늘에 별이 몇 개냐 물으면 도시 아이들은 혹 10개, 20개 라 말하고 1,000개쯤으로 답하는 아이가 드물다고 합니다.
와, 대피소에서 대청, 중청을 바라보고 놀랐습니다.
그 시간에, 머리에 전등을 켜고 줄지어 내려오는 사람들이 끈이지 않더니 이내 대피소가 발 디딜 틈이 없군요. 장관이었습니다. '어디서 오시느냐?' 물으니 오색에서 자정 넘어 출발한 분들과 한계령에서 출발한 이들이라는군요. 젊음만한 재산이 없음에 부러웠습니다.
06:00시, 일어나 모포를 반납한 후, 물 한잔, 일출은 06:13분이라 하였지만 일출을 볼 수는 없을 거라 해서 하산에 나섰습니다. 여명을 가득 느끼며 조심조심.
10분 쯤 지났을까, 동녘이 붉게 타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10분 쯤 얕은안개를 뚫고 가뿐하게 태양은 솟아올랐습니다. 아차 ! 일출을 찍어라 ! 불과 2~30초 사이 구식 카메라, 조건을 역광으로 놓고 몇 장 담았습니다. 하산 길은 수해 복구에 더하여 잘 보수되고 있어서 편안했지만, 어제의 피로가 역간 느껴졌습니다.
오를 때 보지 못하던 천하 절경이 아름답고, 가뭄 탓인지 단풍은 이미 지나서 나뭇가지들은 나목이었습니다. 소청 갈림길에서 우리는 천불동 계곡으로 접어들었고요.
간간히 아직 남아 있는 단풍의 찬연한 빛깔이 눈부셨습니다. 중청에서 소청까지 1.0km, 다시 희운각까지 1.7km 계속 가파른 길이 험하고 이틀째 산행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희운각에서 그 맛난 컵 라면에 커피를 하나씩 얻을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더하여 그 깊은 산행 길에서 우리 교회 집사님 내외분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게서 양폭 대피소까지가 2.0km. 가도 가도 비선대는 나타나지 않아 지처 갔습니다. 그래도 속도를 내서 다시 3.5km 후 비선대에 다다라 아이스케익을 하나씩 맛있게 먹고는 좀 느긋하게 쉬었습니다. 게서 또 3.0km 신흥사 소공원 주차장까지 내려오는데 총 11.2km 를 주파하고 시간을 보니13:30분입니다. 6시강 30분 정도에 내려온 셈이지요.
나이든 마련으로 성공적인 산행에 안도했습니다.
이루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봉우리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름다운 산, 남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산, 설악산 1,708m 정상 대청봉 산행에 성공했습니다.
정상 능선에 엎드린 듯 낮은 자세의 소나무(-8-번)가 두고두고 가슴 저몄습니다.
그렇구나!
이 높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저리 낮출 수 밖에 없었던 거 로구나!
자작나무도 철죽도 진달래도 주목도 한결같이 같은 모습!
진리는 하나 뿐.
산에 오르면 우리는 전능자의 절묘한 솜씨에 놀라며 거기 부응하는 생명들에 놀랍니다.
이제도 배우고 잊지 말아서 아름다운 여생이 되고자 다짐하였습니다.
큰 산행 다시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2006. 10. 13일
20여년 만에 1,708m 설악산을 찾았습니다.
친구 두 분과 동행하여 동서울bus터미널 07:35분발 한계령(오색)에 도착한 것은 10:30분.
보도를 통해서만 알고 있었던 지난해의 수해 현장은 아직도 그 상흔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물살에 밀려온 무게가 1톤은 실히 될 바위들과 나무들이며 도로들도 임시 개통이었고, 아직도 복구 중인 곳이 많았습니다.
10:50분 오색매표소 출발 - 대청봉 17:00시 - 중청봉 대피소 ---6시간
중청 06:00 출발 - 소청 -(천불동 계곡)- 희운각 - 양폭산장 - 비선대 - 소공원(설악동) ---7시간
산행입니다만,
저희 일행엔 제가 가장 나이 젊은 터라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코-스도 난이도가 가장 적은 구간으로 택하였습니다. '오색 - 대청' 등정은 5km 로 정상 속도면 4시간, 전문가들은 3시간대에도 주파한다지만, 우리는 6시간으로 늘려 잡았지요.
산행 내내 운무속이어서 가시거리가 50m ~ 100m 에 불과했지만. 나뭇잎에 모여 떨어지는 이슬을 맞으며 오르는 길이 오히려 상쾌하였습니다.
여러 분으로부터 격려 SMS를 받으며 처음엔 놀며, 나중에는 힘겨워하며 6시간 등정.
시간은 이미 16:30시, 정상을 50m 남겨 놓았을까?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근엄한 대청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6시간 운무속 산행에 지친 가슴을 단 번에 활짝 열어 새 힘을 얻고는 이 대단한 빛을 놓칠세라 카메라를 꺼내들고 앞서 내 달았습니다. 하늘은 청명, 발아래 내려다 뵈는 운해가 아름답고, 높던 나무들은 고산 특유의 낮은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수백 년 묵은 철쭉 진달래 자작나무와 고사한 주목을 보며 교만한 인생사를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정상엔 이미 2~30명이 있었고, 번갈아 사진을 찍으며 오랜 만의 대청을 감상한 후 중청 대피소에 도착하니 석양은 짙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피소에 예약을 확인하고 배정받은 방은 지하 2층 침대 마루방 51, 52, 53번. 168cm 키에 겨우 맞는 침상, 50cm폭이 주어진 잠자리(\7,000.--원 + 모포 1장/\1,000.--)상이이지지만 안도의 대피소가 그저 고맙기만 하였습니다. 매점에 국물있는 음식은 없었고, 준비 없는 우리는 젊은이들이 버너 코펠에 끓는이는 라면 냄새를 부러워하며 김밥 한 줄에 냉수만으로 저녁식사를 만족해야 했습니다. 사방은 곧 칠흑 한 밤이고 곧 별들이 하늘 가득하였습니다.
오,
북쪽 하늘에 '북두칠성' 동쪽 하늘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카시오페아 좌', 달님은 손에 잡힐 듯하고 머리 위 은하수는 구슬을 뿌려 놓은 듯 가득. 어릴 적 뛰놀던 고향 하늘을 예서 다시 보았습니다. 구름 걷히니 저 아래 속초 시내가 시야에 들어왔고, 마땅히 해볼 만한 일도, 기운도 없는지라 다음 날 일출을 기대하며 이른 잠을 청하였습니다.
잠자리 화장실 출입은 노인의 일, 두 세 시간 마다 맑은 공기를 흠씬 마시며 하늘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모포 1장에 50cm 폭이 전부인 마루방에 60여명. 코 고는 소리 적은 것은 다행, 옆 자리는 이를 가나?, 공기가 탁한 것 외엔 편안하였습니다.
새벽 4시, 은하는 정수리쯤에 있고 북두성은 동쪽에 카시오페아는 북쪽으로 자리를 옮겼군요.
초저녁과는 정반대 자리인데 여러분은 아시는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하늘에 별이 몇 개냐 물으면 도시 아이들은 혹 10개, 20개 라 말하고 1,000개쯤으로 답하는 아이가 드물다고 합니다.
와, 대피소에서 대청, 중청을 바라보고 놀랐습니다.
그 시간에, 머리에 전등을 켜고 줄지어 내려오는 사람들이 끈이지 않더니 이내 대피소가 발 디딜 틈이 없군요. 장관이었습니다. '어디서 오시느냐?' 물으니 오색에서 자정 넘어 출발한 분들과 한계령에서 출발한 이들이라는군요. 젊음만한 재산이 없음에 부러웠습니다.
06:00시, 일어나 모포를 반납한 후, 물 한잔, 일출은 06:13분이라 하였지만 일출을 볼 수는 없을 거라 해서 하산에 나섰습니다. 여명을 가득 느끼며 조심조심.
10분 쯤 지났을까, 동녘이 붉게 타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10분 쯤 얕은안개를 뚫고 가뿐하게 태양은 솟아올랐습니다. 아차 ! 일출을 찍어라 ! 불과 2~30초 사이 구식 카메라, 조건을 역광으로 놓고 몇 장 담았습니다. 하산 길은 수해 복구에 더하여 잘 보수되고 있어서 편안했지만, 어제의 피로가 역간 느껴졌습니다.
오를 때 보지 못하던 천하 절경이 아름답고, 가뭄 탓인지 단풍은 이미 지나서 나뭇가지들은 나목이었습니다. 소청 갈림길에서 우리는 천불동 계곡으로 접어들었고요.
간간히 아직 남아 있는 단풍의 찬연한 빛깔이 눈부셨습니다. 중청에서 소청까지 1.0km, 다시 희운각까지 1.7km 계속 가파른 길이 험하고 이틀째 산행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희운각에서 그 맛난 컵 라면에 커피를 하나씩 얻을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더하여 그 깊은 산행 길에서 우리 교회 집사님 내외분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게서 양폭 대피소까지가 2.0km. 가도 가도 비선대는 나타나지 않아 지처 갔습니다. 그래도 속도를 내서 다시 3.5km 후 비선대에 다다라 아이스케익을 하나씩 맛있게 먹고는 좀 느긋하게 쉬었습니다. 게서 또 3.0km 신흥사 소공원 주차장까지 내려오는데 총 11.2km 를 주파하고 시간을 보니13:30분입니다. 6시강 30분 정도에 내려온 셈이지요.
나이든 마련으로 성공적인 산행에 안도했습니다.
이루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봉우리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아름다운 산, 남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산, 설악산 1,708m 정상 대청봉 산행에 성공했습니다.
정상 능선에 엎드린 듯 낮은 자세의 소나무(-8-번)가 두고두고 가슴 저몄습니다.
그렇구나!
이 높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저리 낮출 수 밖에 없었던 거 로구나!
자작나무도 철죽도 진달래도 주목도 한결같이 같은 모습!
진리는 하나 뿐.
산에 오르면 우리는 전능자의 절묘한 솜씨에 놀라며 거기 부응하는 생명들에 놀랍니다.
이제도 배우고 잊지 말아서 아름다운 여생이 되고자 다짐하였습니다.
큰 산행 다시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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