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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수필 오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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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야기]
간밤에 비 내리고 도랑 물소리
또랑또랑 들려온다
연초록 잎새에 고운 햇살 빛난다
새들이 제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맑게 씻긴 잎 잎 사이로
해 그림자도 몇 장 떨어져 있다
세상은 아무 일 없고
유월이 오면 녹음은 짙어질 것이다
아이들도 키가 더 다랄 것이다
--- 김용화 시 ---
내 고향 안면도.
어릴 적 학교 가고 오는 길, 봄부터 주전부리가 넉넉하였답니다.
산길 벗어나 가시덤불로 조금만 들어서면 찔레 새순이며, 한 뼘 실히 되는 여달매꽃(시골말로 그리 불렀던 자생난)을 아름으로 뽑아 움켜 안고는 그 달착지근한 맛, 남으면 토끼에게도 나누어줬었지요. 아마 오월 이맘때면 벌써 길섶 딸기가 발그레 익어갈 테고, 겨울 오고 눈 와야 끝나는 산딸기나무와 정금, 개금, 다래, 으름은 우리들의 고픈 배를 위해 넉넉한 인심으로 거기 있었습니다.
붉은 딸기 먹으면 입 속이 붉게 물들고, 보라색 딸기 먹으면 온통 보라색으로 절었지요.
맨발에 고무신 신은 발, 뱀들도 많았지만 용케 물리지 않고 잘도 자라서는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렸고, 나중엔 속 썩고 썩혀드렸지만 그땐 어른들의 자랑거리가 분명했습니다.
재너머 나를 따르던 아이며, 등 하교길 가로 건너지 않으려고 물지게 진 채 기다리던 동갑내기 순이, 어느 방학 때 내려가보니 시집가고 없던 소꿉친구는 지금쯤 손주 어르고 있을까?
가슴으로 떠올려보면 보일듯하련만 이름도 얼굴도 잘 뵈지는 않는 애들아!
선친께서는 가끔, 밥상머리 둘러 앉은 7남매 헤아려보시며 껄껄 웃으셨는데 지금쯤 알 듯도 합니다. 작년에 가보니 중학교 다니던 골자기는 휴양림으로 개발되어 돈 내야 들어가는 곳이고 그 많던 딸기나무들은 모두 두산개발 목장으로 변하여 간데 없었습니다.
엊저녁 아내와 산책 나서 보니 가로수 은행 잎은 연둣빛 거의 벗고 제법 녹음이군요.
손주 놈들과 나서면 양손에 매달려 드니 즐겁기 그지없으나 이리저리 잡아당기는 틈에 갑절이나 힘이 듭니다.
오월이면 또 유월,
우리집 능소화 필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간밤에 비 내리고 도랑 물소리
또랑또랑 들려온다
연초록 잎새에 고운 햇살 빛난다
새들이 제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맑게 씻긴 잎 잎 사이로
해 그림자도 몇 장 떨어져 있다
세상은 아무 일 없고
유월이 오면 녹음은 짙어질 것이다
아이들도 키가 더 다랄 것이다
--- 김용화 시 ---
내 고향 안면도.
어릴 적 학교 가고 오는 길, 봄부터 주전부리가 넉넉하였답니다.
산길 벗어나 가시덤불로 조금만 들어서면 찔레 새순이며, 한 뼘 실히 되는 여달매꽃(시골말로 그리 불렀던 자생난)을 아름으로 뽑아 움켜 안고는 그 달착지근한 맛, 남으면 토끼에게도 나누어줬었지요. 아마 오월 이맘때면 벌써 길섶 딸기가 발그레 익어갈 테고, 겨울 오고 눈 와야 끝나는 산딸기나무와 정금, 개금, 다래, 으름은 우리들의 고픈 배를 위해 넉넉한 인심으로 거기 있었습니다.
붉은 딸기 먹으면 입 속이 붉게 물들고, 보라색 딸기 먹으면 온통 보라색으로 절었지요.
맨발에 고무신 신은 발, 뱀들도 많았지만 용케 물리지 않고 잘도 자라서는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렸고, 나중엔 속 썩고 썩혀드렸지만 그땐 어른들의 자랑거리가 분명했습니다.
재너머 나를 따르던 아이며, 등 하교길 가로 건너지 않으려고 물지게 진 채 기다리던 동갑내기 순이, 어느 방학 때 내려가보니 시집가고 없던 소꿉친구는 지금쯤 손주 어르고 있을까?
가슴으로 떠올려보면 보일듯하련만 이름도 얼굴도 잘 뵈지는 않는 애들아!
선친께서는 가끔, 밥상머리 둘러 앉은 7남매 헤아려보시며 껄껄 웃으셨는데 지금쯤 알 듯도 합니다. 작년에 가보니 중학교 다니던 골자기는 휴양림으로 개발되어 돈 내야 들어가는 곳이고 그 많던 딸기나무들은 모두 두산개발 목장으로 변하여 간데 없었습니다.
엊저녁 아내와 산책 나서 보니 가로수 은행 잎은 연둣빛 거의 벗고 제법 녹음이군요.
손주 놈들과 나서면 양손에 매달려 드니 즐겁기 그지없으나 이리저리 잡아당기는 틈에 갑절이나 힘이 듭니다.
오월이면 또 유월,
우리집 능소화 필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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