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참 좋아 > 지식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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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요플레를 뜯어먹을 때
뚜껑에 묻어 있는 거
숟가락으로 긁어먹고 혀로 마무리하면
난 눈흘기며 "아우~" 야유를 보내지만
사실 난 때묻지 않은 당신이 참 좋아.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내가 해 주는 음식 무엇이든 맛있다며
장가 잘 들었다고
"우적우적" 소리내며 먹는 당신을 보고
소리 좀 내지 말라고 구박하지만
사실 난 반찬 없어도 잘 먹는 당신이 참 좋아.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얼굴 끈적인다고 20 여 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갖은 핑계를 대며 안 바르는 로션을
꽥꽥 소리지르며 심통으로 "철퍼덕" 발라주지만
사실 난 그런 당신이 귀여워서 참 좋아.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비누가 곽에서 안 덜어진다고
통째로 문질러서 얼굴에 상처 냈을 때,
성질도 잘 못 부리면서
한번 부려봤다가 본전도 못 찾을 때,
다 큰애들 앞에서도 속옷차림으로 집안을 휘젓고 다닐 때,
코앞에 있는 것도 못 보고 어디 있느냐고 물어올 때 등등
이거말고도 열 몇 개는 더 있을 텐데.
나한테서 야단 맞고 무안해하며 신문 뒤적이던 일들 말야.
그때. 그때 말야.
막 화내고 소리지르고 심한 소리하고 그러지 만
사실 난 당신이 좋아.

이십여 년 살면서
한번도 욕심 내지 않고
한결같이 하루 30분이라도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 보여주며
미련해 보일 정도로 깊게 한 우물을 파는
그래서 참 박식한 당신을 보면
내 모습은 창피하고 내 가슴은 뿌듯하고 막 그래.

가진 건 많지 않지만
내가 욕심내고 살지 않는 건
당신이 늘 내 곁에 있기 때문이야.
난 당신을 가져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제일 부자야.
큰집도 좋은 차도 다 필요 없고
당신이 오랫동안 지금 같이만 있었음 좋겠어.
내 곁에.

여보, 당신 생일 축하하고 많이많이 사랑해.
다시 태어나도 장가온다는 약속 꼭 지켜야 된다.
알았지?

사랑과 존경을 보내며 당신의 아내가.
--- 정문순(45 독일 거주) 중앙일보에서 ---

눈에 띠는 글이 있으면 아내에게 주곤 하는 데
오늘 아침 이 글이 실린 신문을 아내에게 건넸습니다.
어찌나 활짝 웃는 지,......
출근 준비중에 보니 잘 오려서 창가에 놓아두었군요.

아내는 무슨, 남자를 쥐락 펴락하는 여인네는 아니고,
나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내 눈치를 살피는 여자네요.
때로는 못나 뵈는 속에,
너무 깊은 도량이 가득하니 난 언제나 판정패랍니다.

성질이 날 때마다,
"참아요." 한마디 따라 내려앉은 덕에 오늘의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믿구요.

아내와 함께!
우리 결혼 전에 가 봤던 곳,
새 색시 때 한 번 가봤던 고향으로 휴가 떠납니다.
아내의 건강이 염려되지만,
아내와 동행하면 길도 잘 뚫리고, 전철을 타도 빈자리가 많으니
이 번에도 형통하리라 믿네요.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