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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심리 일상속의 작은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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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들이 있다. 그런 말들은 수식어가 필요 없다. 녀석들은 묘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백지 위에 대충 적어놓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작게 소리내어 읽어보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남겨 놓는다. 숨가쁘게 살다가 문득 이런 말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크나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지닌 매력을 한껏 즐기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금과옥조가 있다.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꾸 만나면, 자꾸 보면 그 매력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종내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나만 아낀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주위의 다른 이들이 그 말을 헤프게 쓰면 내가 아무리 아낀다 한들 ‘일상어’가 되어 버리고 만다. 마치 자연재해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극인데 의외로 빈번히 발생해서 날 안타깝게 하곤 한다. 그렇게 우리들에게 일상어가 되어 버린 말 중에 ‘러브레터’란 말이 있다.
러브레터. 무척 많이, 또 무척 흔히 쓰는 말인지라 내게는 밋밋하고 두리뭉실한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언젠가 상영된 일본영화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착각할 때마저 있다. 하지만 이 ‘러브레터’란 말은 힘없이 일상어로 전락(?)하기엔 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는 녀석인지라 작은 기적을 경험하게 해준다. 마치 동화 속 마법사들이 시든 꽃을 활짝 피어나게 하듯, 나는‘러브레터’란 일상어를 야릇한 느낌이 담뿍 담긴 말로 되살리는 마법을 알고 있다.
우선 눈을 감는다.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리고 최대한 천천히 주문을 외운다. 작은 소리로 외는 것이 좋지만 속으로 해도 좋다. 대부분 단 한 번에 마법에 걸려들지만 효과가 없다면 마법에 걸릴 때까지 몇 번이고 상관없다. 그 주문은 다음과 같다.
러. 브. 레. 터. 내게는 효험을 발휘하는 이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도 역시 ‘마법’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만약 이 마법에 걸려들었다면 일상어이던 ‘러브레터’란 말이 가슴 한 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의 말로 바뀌는 작은 기적을 경험하리라. 그렇지 않은 이라면 엉터리 마법 얘기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한 나를 마음껏 욕하고 원망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마법에 걸려들 것이라 믿는다.‘러브레터’란 말 자체가 ‘일상’일 수 없는데다가 이 말을 천천히 읽을 때 아련한 추억 하나 정도 묻어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믿음에서 하는 큰 소리이고 보면 나는 마법사는 아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러브레터’라고 천천히 읽을 때 가슴 한 구석에서 묵은 먼지를 조심스레 털어 가며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그 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럴 때 그냥 ‘마법’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고 한 번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목조목 다 설명할 수 있으면 그건 이미 마법이 아니다. 자고로 마법은 그래야 한다.
이 마법에 걸린 이들을 상상해본다. 다락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초등학교 일기장 같은 느낌이 아닐까? 얼른 먼지를 툭툭 털고 펴보고 싶지만 혹시 다른 이들의 짓궂은 관심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싶어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게 되는 그런 느낌. 그렇게 조금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서툴고 유치했던 그 옛날 러브레터를 떠 올려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러브레터를 받은, 혹은 받았어야 할 수신인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러다가 ‘어? 내가 지금’ 하며 피식 한 번 웃고는 쉽게 마법에서 풀려났으리라.
우리는 그냥 잊고 있었던 거다. 그 옛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유치한 문장들을 써내려가던 그날 밤, 우리들은 이미 마법에 걸렸다는 사실을. 피식 한 번 웃는 것으로는 절대 깨어날 수 없던 정말 강력하고 신비한 마법에 걸렸다는 그 사실을. 평생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우습게도 우리는 어느새 잊고 있었던 거다.
‘러브레터’ 하면 괜히 ‘미사여구’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긴 사랑하는 이에게 내 마음을 적어 보내는 그 순간에는 어떤 미사여구도 모자라기만 할 터. 목이 터져라 외쳐도 모자랄 그 판국에 조그만 편지지에 그 맘을 쟁여 넣으려니 오죽했을까. 그런데 대부분의 러브레터들은 한 명의 독자만을 상정하고 있기에 역사상 유명한 러브레터 말고는 접하기 힘들다는 맹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서툰 치장과 수식을 배제하고 수수하고 담백하게, 하지만 정말 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러브레터의 고수들이 하늘의 별만큼 많을 수도 있다.
사람은 틀림없이 한 번은 마법에 걸린다고 나는 믿는다. 평생 깨어나지 않을 마법에 걸린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세상은 또 그렇지 않아서 꿈에서 깨어나듯 문득 그 마법에서 풀려난다. 풀려난 후에는 아쉬움도 남고, 후회도 남고, 부끄러움도 남는 것이 세상이치이건만 너무나 무뎌져서 마법에 걸릴 자신이 없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할 때에는 무척 아쉽고 야속하기도 하다. 그럴 때, 멋진 러브레터 한 통을 몰래 훔쳐보고 싶다. 그 멋진 러브레터를 탄생시킨 그 신비한 힘이 나를 또 마법에 걸릴 수 있게 할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정말이지 한 번쯤은 더, 밤을 꼬박 새서 러브레터 한 통을 써보고 싶다. 아침에 읽어 보면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얼른 찢어버릴 정도로 유치한 놈이면 더욱 좋겠다. 그렇게 쓰고, 쓰고 또 쓰다가 결국 내가 쓸 말은 단 한마디 외에는 없다는 걸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마법일 터. 그 마법이 내가 눈을 감는 그날까지 풀리지 않았으면....
그러나 이 녀석들이 지닌 매력을 한껏 즐기려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금과옥조가 있다.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꾸 만나면, 자꾸 보면 그 매력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종내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나만 아낀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주위의 다른 이들이 그 말을 헤프게 쓰면 내가 아무리 아낀다 한들 ‘일상어’가 되어 버리고 만다. 마치 자연재해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비극인데 의외로 빈번히 발생해서 날 안타깝게 하곤 한다. 그렇게 우리들에게 일상어가 되어 버린 말 중에 ‘러브레터’란 말이 있다.
러브레터. 무척 많이, 또 무척 흔히 쓰는 말인지라 내게는 밋밋하고 두리뭉실한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는 언젠가 상영된 일본영화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착각할 때마저 있다. 하지만 이 ‘러브레터’란 말은 힘없이 일상어로 전락(?)하기엔 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는 녀석인지라 작은 기적을 경험하게 해준다. 마치 동화 속 마법사들이 시든 꽃을 활짝 피어나게 하듯, 나는‘러브레터’란 일상어를 야릇한 느낌이 담뿍 담긴 말로 되살리는 마법을 알고 있다.
우선 눈을 감는다.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리고 최대한 천천히 주문을 외운다. 작은 소리로 외는 것이 좋지만 속으로 해도 좋다. 대부분 단 한 번에 마법에 걸려들지만 효과가 없다면 마법에 걸릴 때까지 몇 번이고 상관없다. 그 주문은 다음과 같다.
러. 브. 레. 터. 내게는 효험을 발휘하는 이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도 역시 ‘마법’일지 참으로 궁금하다. 만약 이 마법에 걸려들었다면 일상어이던 ‘러브레터’란 말이 가슴 한 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의 말로 바뀌는 작은 기적을 경험하리라. 그렇지 않은 이라면 엉터리 마법 얘기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한 나를 마음껏 욕하고 원망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마법에 걸려들 것이라 믿는다.‘러브레터’란 말 자체가 ‘일상’일 수 없는데다가 이 말을 천천히 읽을 때 아련한 추억 하나 정도 묻어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믿음에서 하는 큰 소리이고 보면 나는 마법사는 아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러브레터’라고 천천히 읽을 때 가슴 한 구석에서 묵은 먼지를 조심스레 털어 가며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그 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럴 때 그냥 ‘마법’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고 한 번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목조목 다 설명할 수 있으면 그건 이미 마법이 아니다. 자고로 마법은 그래야 한다.
이 마법에 걸린 이들을 상상해본다. 다락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초등학교 일기장 같은 느낌이 아닐까? 얼른 먼지를 툭툭 털고 펴보고 싶지만 혹시 다른 이들의 짓궂은 관심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싶어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게 되는 그런 느낌. 그렇게 조금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서툴고 유치했던 그 옛날 러브레터를 떠 올려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러브레터를 받은, 혹은 받았어야 할 수신인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러다가 ‘어? 내가 지금’ 하며 피식 한 번 웃고는 쉽게 마법에서 풀려났으리라.
우리는 그냥 잊고 있었던 거다. 그 옛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유치한 문장들을 써내려가던 그날 밤, 우리들은 이미 마법에 걸렸다는 사실을. 피식 한 번 웃는 것으로는 절대 깨어날 수 없던 정말 강력하고 신비한 마법에 걸렸다는 그 사실을. 평생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우습게도 우리는 어느새 잊고 있었던 거다.
‘러브레터’ 하면 괜히 ‘미사여구’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긴 사랑하는 이에게 내 마음을 적어 보내는 그 순간에는 어떤 미사여구도 모자라기만 할 터. 목이 터져라 외쳐도 모자랄 그 판국에 조그만 편지지에 그 맘을 쟁여 넣으려니 오죽했을까. 그런데 대부분의 러브레터들은 한 명의 독자만을 상정하고 있기에 역사상 유명한 러브레터 말고는 접하기 힘들다는 맹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서툰 치장과 수식을 배제하고 수수하고 담백하게, 하지만 정말 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러브레터의 고수들이 하늘의 별만큼 많을 수도 있다.
사람은 틀림없이 한 번은 마법에 걸린다고 나는 믿는다. 평생 깨어나지 않을 마법에 걸린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세상은 또 그렇지 않아서 꿈에서 깨어나듯 문득 그 마법에서 풀려난다. 풀려난 후에는 아쉬움도 남고, 후회도 남고, 부끄러움도 남는 것이 세상이치이건만 너무나 무뎌져서 마법에 걸릴 자신이 없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할 때에는 무척 아쉽고 야속하기도 하다. 그럴 때, 멋진 러브레터 한 통을 몰래 훔쳐보고 싶다. 그 멋진 러브레터를 탄생시킨 그 신비한 힘이 나를 또 마법에 걸릴 수 있게 할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정말이지 한 번쯤은 더, 밤을 꼬박 새서 러브레터 한 통을 써보고 싶다. 아침에 읽어 보면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얼른 찢어버릴 정도로 유치한 놈이면 더욱 좋겠다. 그렇게 쓰고, 쓰고 또 쓰다가 결국 내가 쓸 말은 단 한마디 외에는 없다는 걸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마법일 터. 그 마법이 내가 눈을 감는 그날까지 풀리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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