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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심리 소중함에 대한 망각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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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사고가 나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일은 이제 더이상 '드문' 사건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한다면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다른 곳에 팔지 않고 온통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물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한 군데에만 치우친 삶은 그리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내 자신도 균형 잡힌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 순 없다.
1960년 중학교 2학년 때 이민을 온 나는 옷 몇 가지를 빼고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당시 내게 있어서는 돈과 명성이 중요했다. 소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항상 의욕이 넘쳐서 돈을 버는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1997년 겨울, 나에게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때 아내 마르셀라와 나는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비록 세미나 때문에 가는 것이긴 했지만 파리는 우리 부부가 가장 동경하던 도시라서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나 목적지에 거의 도착해서는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자꾸 선회하길래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약 20분 후, 기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방송했다. '착륙 장치의 고장으로 비상 착륙을 해야 한다. 공항이 폐쇄되었고 응급차와 구조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일이나 세미나, 명예, 그리고 돈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자꾸 생각났다. 아내에게 좀 더 잘해줬더라면. 우리가 없으면 우리 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평소에 애들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하지 못했는데. 소중한 친구와 동료들에게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도 나는 얼마나 인색했던가.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돈도, 명예도 지식도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었다. 기장이 베테랑이어서 그랬는지, 비행기는 별다른 충격 없이 안전하게 비상 착륙에 성공했다. 승객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신을 다른 곳에 팔지 않고 온통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죄인가? 그렇게 하면 돈과 명성, 그리고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이제부터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자.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부모와 동료들을 챙기자.
그들은 직업상 하는 일보다 더 소중한 존대다. 그들은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담요이며, 뒤에서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후원자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현재 자신의 모습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전화를 걸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지나 동료에게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을 해보라. 배우자나 자녀들을 좀더 자주 안아 주어라. 부모가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듯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라. 내일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비상 착륙 경험으로 알 수 있듯이, 오늘 저녁에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내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집에 가면 바로 실천하자.
에너지와 시간을 따로 떼내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할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이 겪는 곤경에 대해 상담해 주어도 좋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말 하지 않고 단지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친지나 동료의 자녀가 아프거나 가족 중 누군가 죽었을 때 진솔한 우정과 도움은 큰 몫의 기여를 한다.
큰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다니는 회사를 보고 도와주지는 않는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보고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오직 '나' 하나만 보고 기꺼이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그것은 평소에 여러분이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했는지를 돌아보면 나름대로 답이 나올 것이다.
최근 내가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던가? 한번 생각해보라. 삶에서 균형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항상 이 사실을 잊지 말자. 진정으로 중요한 곳에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인데도 우리는 잘 실천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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