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사람이 만성적인 피로를 갖고 있는데 여러가지 검사를 해보아도 특별한 질병을 진단할 수 없고, 이런 저런 영양제를 복용해도 피로가 가시지 않습니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을 갖고 있는 것일까? 대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병은 드문 질환이고 특별한 진단 기준에 맞을 때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1988년 미국질병관리센터(CDC)에서는 만성피로증후에 대한 진단기준을 공포하고 이를 진료와 연구에 이용하도록 권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병이 어떤 감염인지, 류마티스 질환인지, 면역질환인지, 정신질환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아는 것은 이 병은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병이지만, 이 병 자체 때문에 사망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만성피로를 갖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 근로자의 20%내외로 매우 흔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은 피로를 호소하여 병원을 찾는 사람의 1% 정도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만성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은 구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도 지장을 줄 정도의 피로감을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느낍니다. 아울러 다음 증상 중 8개 이상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즉 미열, 목구멍의 통증, 목이나 겨드랑이의 통증성 림프절 비대, 전신 근육 약화, 근육통, 전에 잘했던 운동을 하고나도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전신피로, 두통, 관절통, 신경정신학적 호소(수명, 일시적 눈의 암점, 착란, 건망증, 신경과민, 사고 장애, 집중불능, 우울), 수면장애 중 8가지 이상이 한꺼번에 혹은 교대로 나타납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이렇게 심각한 증상이 있는데도 안타깝게 치료는 쉽지 않습니다. 이 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신뢰할만한 의사로부터 적절한 검사를 받은 다음에는 더 이상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검사하고 이 약 저 약 복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병이 심해지고 약의 부작용으로 몸을 망치게 됩니다. 실제로 만성피로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 중 여러 의사를 찾아 다니고 여러 치료법을 시도하는 경우에 증상은 더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 병은 적절한 영양 섭취와 단계적 운동법으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으며, 몇 가지 증상과 관련된 약물치료도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치료 중에도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고 또 저절로 호전되기 때문에 치료자를 바꾸지 말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해당되면 일단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만든 진단기준(1994년) | * 만성피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 반복됩니다. * 병원에서 진찰,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습니다. * 충분히 휴식하고 일을 줄여도 피로 증상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 피로 때문이 이전보다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런 사람은 다음 8가지를 체크해봅니다> * 기억력이나 집중력 감소 * 안두통 * 목부분이나 겨드랑이 부분 임파선이 붓고 통증 * 근육통 * 관절통 *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두통 - 잠을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증상 * 평소와 다르게 운동 후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한 피로감
이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해서 경험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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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철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