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설명 :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 주연의 공황장애를 다룬 영화 ‘패닉 룸’의 한 장면. 네티즌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화·음악 등 문화생활을 불안 증세에 대한 해소방법으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잠자기, 운동, 술 등을 꼽았다. |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 부장 이 모(47)씨는 대인공포증을 속병으로 앓고 있다. 광고주 모아놓고 광고계획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이 갑자기 너무 힘들게 느껴지고, 자신을 무능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종일 전전긍긍 한다. 그는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감추려다 보니 불안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 3월부터 항불안제를 복용 중이다.
스트레스·고독감 등 호소
최근 신경정신과에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경쟁 스트레스’와 ‘성공 강박관념’, ‘고독감’ 등을 호소하는 30~40대 벤처기업인, 증권회사 직원, 전문직 종사자, 중산층 주부들이 정신과 주고객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매주 1~2번씩 정기적으로 단골 정신과 의사와 만나 40~50분 동안 고민을 털어놓는다. 본격적인 정신분석을 6개월에서 3년 정도 받는 사람도 있다.
사회정신의학연구소 이시형 소장은 “IMF 이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은 늘어난 반면, 완충역할을 하던 가족·친구 등 1차 집단은 빠른 속도로 해체됐다”며 “불안 증세를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털어놓고 상담하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치료는 어떻게
본래 ‘불안’이란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알람 시스템’이며 정상적인 현상이다. 정상적인 불안과 불안장애는 차이가 있다. 강도의 칼을 봐서 생기는 불안은 정상이지만, 안 봐도 불안한 것은 장애에 해당된다. 또 불안장애는 고통의 정도가 개인의 인내력을 넘어서고 기간이 길다. 사고 날까봐 불안해서 버스를 안 타는 것처럼 일상 생활의 행동에 변화가 왔어도 불안장애이다.
불안장애의 요인으로는 심약한 심리체계와 함께 정신적 부담이 되는 생활과 사건 등이 꼽힌다. 환자들은 사고나 질병 등을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재정·업무·결혼 등에 지나치게 두려움을 갖는다. 또한 긴장이 일상화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현기증·식은 땀·메스꺼움·설사·빈번한 배뇨감 등을 호소한다. 대개 만성으로 이어지며 환자의 25%는 극도의 불안 발작을 보이는 ‘공황장애’를 겪을 수 있다. 나중에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6개월 지속땐 의사 상담을
◆ 행동을 바꿔라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모두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일시적으로 몇 주 동안 불안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다. 대개 불안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안증’이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는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불안장애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불안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행동치료의 첫 번째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끊는 것이다. 카페인은 편안한 수면을 방해하는 등 불안을 가속화시킨다.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걷기·자전거 타기·조깅 등은 근육을 이완시켜 긴장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명상이나 요가 등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일상 생활 중에 잠시 깊은 호흡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코로 숨을 들이마신 후 3초 동안 정지한다. 그후 입으로 숨을 내쉰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러한 호흡법을 몇 번씩 반복한다면 자제력을 회복하는 데 좋다.
마음누리 신경정신과 정찬호 원장은 “과도한 업무는 제일 중요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분산시켜 극심한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며 “사회생활에서 노!(No)라고 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해 놓는 것도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다.
2~4주간 약 먹으면 '효과'
◆ 약물로도 고친다 =불안증 치료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등을 차단하거나 분비 촉진시키는 ‘아자피론’ 계열과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들이 있다. 이들 약은 복용 후 2~4주가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6주 정도 지난 후에 최대 약효를 낸다.
고대구로병원 신경정신과 정인과 교수는 “처음 며칠 동안 복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약을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효과가 빨리 나타나면 불안증의 근본 원인에 대한 치료를 등한시하게 돼 병을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불안에 대한 뇌의 반응
불안 상황을 대할 때 뇌가 느끼는 반응은 즉각적인 것과 분석적인 것 2가지이다.
A경로(빨간색 화살표) 는 불안을 감지하는 뇌의 ‘편도체’로 가는 응급통로. 갑작스런 불안에 접하면 뇌는 자동적으로 이 핫라인을 통해 편도체로 정보를 보낸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몸의 여러 곳에 한꺼번에 신호를 보내주고 그 결과 손에 땀이 나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는 등 불안 반응이 즉시 생긴다. 이 과정은 무엇 때문에 두렵고 불안한 지 의식하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반응이다.
B경로(노란색 화살표) 는 불안을 의식한 후 일어나는 우회로. 경로는 감각정보를 제일 먼저 감지하는 뇌의 ‘시상’ 정보를 분석하는 대뇌피질 뇌의 앞부분 전두엽 순으로 간다. 대뇌피질에서 정보를 분석, 불안 반응이 정말로 필요한지 가리게 되고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전두엽으로 정보를 보내 몸에 불안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위협적이라고 판단하면 다시 편도체에 불안 반응 신호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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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장애 자가 검진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필립 롱 박사는 불안·초조감을 느낄 때 다음의 18가지 증상 중 6개 이상 해당되면 불안장애라고 분석된다.
- 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몸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
- 화가 나면 근육에 긴장이 오고 때로는 통증을 느낀다( )
- 몸을 어찌할 바를 모른다( )
- 피로를 쉽게 느낀다( )
- 숨이 가빠지고 목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낀다( )
- 손에 차가운 땀이 나면서 끈적끈적해진다( )
- 입이 마른다( )
- 어지럼증을 느낀다( )
- 메스껍고 설사가 나며 배에 통증이 몰려온다( )
- 몸이 확 뜨거워지거나 갑자기 차가워진다( )
- 화장실에 끊임없이 간다( )
- 목에 뭔가가 걸린 것 같아서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
- 무언가 머리를 조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몹시 초조해진다( )
- 조그만 일에도 매우 놀란다( )
- 집중이 안된다( )
- 불면증이 온다( )
- 아무것도 아닌 일로 주위 사람에게 짜증을 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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