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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거품시대] “사시합격=평생보장” 옛말
자격증이 ‘공급과잉 시대’를 맞고 있다. 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MBA(경영학석사)·세무사 같은 고급·전문 자격증은 과거 한국 사회에서 ‘평생이 보장되던 인생 보증서’였으나, 자격증 소지자가 급증하면서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격증의 ‘시장(市場)가치’는 어디까지 떨어졌나. 현장을 점검해본다.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그 어렵다는 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쥔 정광일(鄭光壹·29) 씨는 요즘 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LG빌딩 29층의 LG투자증권 캐피탈 마켓팀으로 출근한다. 오전 7시30분에 나와 저녁 7시쯤 퇴근하는, 보통의 샐러리맨이다.
직급은 과장급. 정씨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팀원 14명 중 6명이 자격증을 갖고 있다. MBA(경영학석사)가 2명, 공인회계사가 3명이다. 정씨는 변호사를 ‘괜찮은 자격증’ 정도로 여길 뿐 더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을 ‘장원급제’로 여기던 시절은 완전히 갔다”고 말했다.
정씨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세영(李世英·여·29)씨도 현대산업개발 법률팀에 취직, 변호사 대신 샐러리맨의 길을 택했다. 이씨 역시 변호사를 ‘조금 나은 보수를 받는 직업’ 정도로 여기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학을 다녀와 교수를 하고 싶다는 그녀는 “회사원과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 자격증의 ‘거품’은 꺼져가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 선발 예정인원은 1000명이다. 전국의 개업 변호사 수가 이미 5000명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5년만 있으면 변호사가 1만명에 달해 법조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시 합격=평생 보장’이라는 등식은 이제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일부에선 ‘변호사 무한경쟁의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법조 초년생’들은 기약없는 변호사 생활 대신 민간기업이나 정부산하단체 등 외부기관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인원은 712명. 이 중 판·검사로 203명만이 남았고, 55명이 정씨처럼 외부기관으로 나갔다. 기업체는 물론 감사원·금융감독원·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 같은 관청에서 민주노총까지,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가는 범위도 폭넓어졌다.
법조계 밖의 외부기관에 진출하는 경쟁률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사법연수원 출신 2명을 뽑은 재정경제부엔 무려 32명이 몰려 1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2명을 뽑은 LG투자증권도 16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몰렸다.
변호사 업계의 취업문도 좁아지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선망하는 대형 로펌(법률회사)들은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고참 검사·법관 영입엔 적극적이지만, 새내기 변호사의 채용은 거의 늘리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법률회사인 ‘김&장’의 경우, 지난해 연수생 10명에 군법무관 출신 5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연수생 5명에 군법무관 8명 등 13명만을 새로 채용했다. 올해 연수원을 수료하고 개업한 변호사 K(34)씨는 “예년엔 중소 로펌만 가도 월 500만~600만원은 보장받았는데, 올해는 400만원으로 낮춰 부르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사법시험 인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공대생까지 사시 공부에 열중이고, 작년 2만7000명이던 사법시험 응시자가 올해는 3만1000명으로 늘었다. 내년엔 3만5000명이 몰릴 것으로 법무부는 예상한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은 아직 사시 합격을 큰 매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이모(44) 변호사는 “사시에 붙기만 하면 인생이 풀린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자격증 과잉’의 시대에선 변호사도 전문 영역을 특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 崔源奎기자 wkchoi@chosun.com )
자격증이 ‘공급과잉 시대’를 맞고 있다. 변호사·공인회계사·변리사·MBA(경영학석사)·세무사 같은 고급·전문 자격증은 과거 한국 사회에서 ‘평생이 보장되던 인생 보증서’였으나, 자격증 소지자가 급증하면서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자격증의 ‘시장(市場)가치’는 어디까지 떨어졌나. 현장을 점검해본다.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그 어렵다는 변호사 자격증을 손에 쥔 정광일(鄭光壹·29) 씨는 요즘 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LG빌딩 29층의 LG투자증권 캐피탈 마켓팀으로 출근한다. 오전 7시30분에 나와 저녁 7시쯤 퇴근하는, 보통의 샐러리맨이다.
직급은 과장급. 정씨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팀원 14명 중 6명이 자격증을 갖고 있다. MBA(경영학석사)가 2명, 공인회계사가 3명이다. 정씨는 변호사를 ‘괜찮은 자격증’ 정도로 여길 뿐 더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는 “사법시험 합격을 ‘장원급제’로 여기던 시절은 완전히 갔다”고 말했다.
정씨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세영(李世英·여·29)씨도 현대산업개발 법률팀에 취직, 변호사 대신 샐러리맨의 길을 택했다. 이씨 역시 변호사를 ‘조금 나은 보수를 받는 직업’ 정도로 여기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학을 다녀와 교수를 하고 싶다는 그녀는 “회사원과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 자격증의 ‘거품’은 꺼져가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 선발 예정인원은 1000명이다. 전국의 개업 변호사 수가 이미 5000명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5년만 있으면 변호사가 1만명에 달해 법조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시 합격=평생 보장’이라는 등식은 이제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일부에선 ‘변호사 무한경쟁의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수의 ‘법조 초년생’들은 기약없는 변호사 생활 대신 민간기업이나 정부산하단체 등 외부기관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인원은 712명. 이 중 판·검사로 203명만이 남았고, 55명이 정씨처럼 외부기관으로 나갔다. 기업체는 물론 감사원·금융감독원·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 같은 관청에서 민주노총까지,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가는 범위도 폭넓어졌다.
법조계 밖의 외부기관에 진출하는 경쟁률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사법연수원 출신 2명을 뽑은 재정경제부엔 무려 32명이 몰려 1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2명을 뽑은 LG투자증권도 16명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몰렸다.
변호사 업계의 취업문도 좁아지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선망하는 대형 로펌(법률회사)들은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고참 검사·법관 영입엔 적극적이지만, 새내기 변호사의 채용은 거의 늘리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법률회사인 ‘김&장’의 경우, 지난해 연수생 10명에 군법무관 출신 5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연수생 5명에 군법무관 8명 등 13명만을 새로 채용했다. 올해 연수원을 수료하고 개업한 변호사 K(34)씨는 “예년엔 중소 로펌만 가도 월 500만~600만원은 보장받았는데, 올해는 400만원으로 낮춰 부르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사법시험 인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공대생까지 사시 공부에 열중이고, 작년 2만7000명이던 사법시험 응시자가 올해는 3만1000명으로 늘었다. 내년엔 3만5000명이 몰릴 것으로 법무부는 예상한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은 아직 사시 합격을 큰 매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이모(44) 변호사는 “사시에 붙기만 하면 인생이 풀린다는 생각은 이제 접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자격증 과잉’의 시대에선 변호사도 전문 영역을 특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 崔源奎기자 wk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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