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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지식 논술시험 읽기 자료: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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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논술시험의 원조격이다.
오랜 역사와 수준 높은 문제의 출제로 특히 이름높은 바칼로레아(프랑스에서는 줄여서 박 ‘BAC’이라 부른다)는 유럽에서도 이미 하나의 모범적인 입시 모델로 자리잡았다.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유럽학제의 특수성 때문에 6월께 치러지는 바칼로레아는 지원하려는 대학의 전공분야에 맞춰 계열별로 시행된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면 바칼로레아 L(문학)을, 사회과학은 바칼로레아 ES(경제 - 사회), 순수자연과학은 바칼로레아 S(과학), 산업기술분야는 바칼로레아 T(테크닉)를 통과해야 한다.
어떤 계열이건 상관없이 불어, 외국어 한 과목, 역사 및 지리, 수학, 철학은 공통필수 과목에 속한다. 영어의 경우 외국어 선택과목 가운데 한 가지 선택과목에 불과하며 필수는 아니다. 입시생은 공통필수과목에 지원하는 계열별로 한 과목씩 추가해 보게 된다. 바칼로레아 문학계열일 경우는 외국어 두 과목을 더 봐야 하고, 바칼로레아 경제-사회계열의 경우는 경제사회과학 과목을 추가하는 식이다.
채점기준표․교사 자질로 공정성 확보
외국어 시험은 필기와 회화 시험을 동시에 보고 수학은 주관식 풀이문제로 출제되지만 나머지 과목들은 대부분 완전히 논술하거나 논평하라는 식의 문제로 일관된다. 보통은 논술문제 하나와 텍스트 논평문제 등 두 문제 가운데 택일하도록 돼 있다. 텍스트 논평이란 하나의 유명한 텍스트를 주고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보는 문제인데, 이 텍스트에 대한 개괄적 설명, 자신의 평가 등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채점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논리성과 이해력이다.
독일, 영국 등 이웃나라에는 없는 프랑스 입시만의 고유한 과목인 철학의 경우는 출제문제의 높은 수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그 해 출제된 철학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며 국민 전체가 각자 한번씩 생각해 보는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작년의 철학문제가 더더욱 그러했는데 출제된 문제는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였다. 바로 바칼로레아 ‘철학’과목의 존재는 근본적으로 따지기 좋아하고 토론․ 논쟁이 습관화된 프랑스인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논술식 문제에서 채점의 객관성의 보장은 이곳 프랑스에서도 중요한 문제중 하나다. 우선 바칼로레아 시험문제는 각 도별로 다르게 출제된다. 도교육위원회에서 과목당 약 10여명의 일선교사를 선발, 소집해 과목당 장학감독관의 주관 아래 출제방향에 관한 몇 차례의 회의를 가진다. 참가한 교사는 최종적으로 각 하나씩의 문제를 제안하는데 이 때 개략적인 모범답안을 제출한다. 제안된 문제 중 하나의 문제를 선택하는 것은 장학감독관의 고유한 권한이다. 채점의 경우는 거의 모든 일선 교사들이 참여한다. 일단 채점자로 소집되면 그들은 채점의 원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모범답안 예와 채점기준표를 지급받고 철저히 여기에 의거하여 채점한다고 한다.
채점은 과목당 20점 만점에 몇 점씩으로 채점되는데 16점 이상이면 트레 비엥(매우 우수), 14점-16점이 비엥(우수함), 12점-14점은 아세 비엥(제법 잘함), 10점-12점은 파사블(합격가능)이라는 평점을 받게 된다. 10점 이하는 물론 불합격이다. 1회 채점 원칙이어서 우리로서는 공정성 문제를 의심할 수도 있겠으나 프랑스에서 채점의 주관성 문제는 전혀 논란거리가 되지 않고 있다. 채점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작성된 채점기준표와 이미 질적 수준이 보장된 교사자격시험을 거친 교사들의 자질이다. 채점기준표는 가령 어떤 대목이 나오면 몇 점을, 어떠한 요지이면 몇 점을 주라는 식의 지침이다.
제도의 전통․교육 과정 완성도가 관건
앞서 언급했다시피 1회 채점 원칙이지만, 당락이 결정되는 선인 10점 이하일 경우에 한해서 다른 채점자가 한번 더 채점해 공정성을 보완한다. 또한 이 경우는 고등학교 전학년 과정의 성적도 참조하므로 일종의 보완적 내신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제한 교사의 경우 만일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유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이 주어지는데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해 해당 바칼로레아가 전면 무효화되는 사고가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대입시험이 절대적 비중을 갖지 않는 데다 오랜 역사를 통해 제도적으로 정착돼 입시부정이란 위험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문제가 되는 것은 채점의 공정성이겠지만 뚜렷한 주관성과 논리의 중요성이 이미 국민적으로 수용된 상황에서 채점교사가 나름대로의 자율성을 가지고 채점하는 데 대해서는 어떠한 반발도 없다.
더군다나 교육의 철저한 국가관리가 실현되고 있고, 교육에서의 부정이 거의 전무한 프랑스에서 교사가 의도적으로 주관식 채점을 하는 것은 교사 자신으로서도 아무런 이득 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국민 교육 교과과정 자체가 이미 토론과 논리주장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상태에서 바칼로레아란 고등학교 때의 시험과 계속성을 가지는 하나의 공식적인 국가시험 정도로 인식된다.
요는 논술고사의 공정성이나 제도적 보완장치가 우선인 것이 아니라 논술식의 시험제도가 교과과정에 얼마나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의 문제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바칼로레아 제도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1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바칼로레아 제도의 전통과 프랑스 교육과정의 질적 완성도다. 성문법이냐 불문법이냐가 민주주의 완성도의 기준이 될 수 없듯이 바칼로레아 논술시험의 성숙도의 기준이 제도적 장치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겨레21 96.1.24>
토론식 수업 도입 “할 말은 해라”
김정근(19․서울ㄷ고3년)군은 1학년 때부터 최근까지 약 50여권의 책을 읽었다. 현대 한국소설 등 문학작품을 비롯해 철학 역사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시사잡지나 신문 등에 좋은 칼럼이나 사설이 나면 노트에 스크랩해 밑줄을 쳐가며 읽기도 하고, 짬짬이 시중에 나온 논리시리즈 등 논술에 도움이 되는 책도 뒤적였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친구 3명과 함께 설악산과 속초 등을 여행한 뒤 여행기를 써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글을 읽고 토론하기도 했다.
내신 3등급인 김군은 “평소에 책읽기와 여행을 좋아하지만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고민스러울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다양한 직․간접적 체험이 대입 준비에도 도입이 된다는 생각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19․여․서울 ㄷ여고3)양은 “교과서 외에도 소설이나 신문사설, 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읽으니 재미있고, 글쓰기도 처음에는 막막했으나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특히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이들이 논술에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많은 고교들은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에게 논술시험 대비 입학 과제물을 내주었다. 고교학습과정을 예습하게 한다는 목적에서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문제풀이 과제물을 내주던 과거의 경우와 달리 필독서 읽어 오기, 독후감 쓰기 등 논술시험에 대비한 과제물이 주어져 신입생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올해는 더욱 많은 학교들이 더욱 다양한 논술 과제물을 내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생의 사고력과 체험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논술교육이 그 취지에 걸맞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기는 아직 이르다. 많은 학생 수에 비해 논술을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교육도 쉽지 않다. 각 대학의 논술문제가 갈수록 다양화하는 데 반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하다.
김아무개군(18․서울 ㅅ고3년)은 “1, 2학년 때는 방학기간중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었으나, 3학년이 되면서 대입을 눈앞에 두고는 기존 참고서에서 문제를 뽑아 글쓰는 형식과 방법 등을 집중 훈련하는 등 논술 육이 대입 준비로 변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능시험 인문계 여자 수석을 차지한 구효정(18․이화여자외국어고3)양은 “현재와 같이 한 반에 50명 가까이 되면 효과적인 토론수업을 진행하기 불가능하다”며 “주로 시중에 나온 책읽기 자료와 신문사설 등을 주요 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 접해보지 않은 문제가 출제될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ㅅ고 최아무개(42․국어)교사는 “논술 전담교사 2명이 4개 반을 맡아 첨삭지도를 하다보니 1달에 2편 정도 밖에 쓰지 못한다”며 “주당 수업시간이 20시간 이상이고 담임까지 맡으면 국어교과서 진도 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만족할 만한 논술교육을 실시하지 못하다 보니 고액 논술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입시학원 논술반이 성업중이며 일부 학생들은 일선 학원 국어강사와 현직 국어교사는 물론 국문과 대학원생들에게 시간당 10~30만원씩을 주고 논술과외를 받고 있다.
고3 학생을 개인지도하는 이아무개(30․ㅅ대 국문과 박사과정)씨는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하는 논술교육에 불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도 글쓰는 훈련이나 논리적, 철학적 사고 기반이 없이 단기간에 글 쓰는 요령만을 배우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논술 교사 태부족, 고액 과외 부작용도
논술 열풍은 고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강남이나 목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이웃 학부모들끼리 강사를 데려와 국교생 자녀들에게 `글짓기 과외를 실시하는 게 붐을 이루고 있다. 이런 수요에 따라 논술시장도 급격히 팽창해 논술 관련 참고서만 70~80종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책들도 대부분 논리적 철학적 사고력을 키우기보다는 논술에 출제 가능성이 높은 글을 캡슐식으로 모은 것이거나 글쓰는 요령 등을 가르치는 것으로 진정한 논술 서적과는 거리가 먼 교재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고교의 논술교육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입논술의 형태가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상식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하며, 고교에서도 입시교육이 아닌 인성교육적 측면에서 논술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21, 96.1.26>
정보출처: 동원고등학교 국어과 (창의력 신장을 위한 수준별 논술 읽기 자료 모음)
오랜 역사와 수준 높은 문제의 출제로 특히 이름높은 바칼로레아(프랑스에서는 줄여서 박 ‘BAC’이라 부른다)는 유럽에서도 이미 하나의 모범적인 입시 모델로 자리잡았다.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유럽학제의 특수성 때문에 6월께 치러지는 바칼로레아는 지원하려는 대학의 전공분야에 맞춰 계열별로 시행된다. 인문학을 전공하려면 바칼로레아 L(문학)을, 사회과학은 바칼로레아 ES(경제 - 사회), 순수자연과학은 바칼로레아 S(과학), 산업기술분야는 바칼로레아 T(테크닉)를 통과해야 한다.
어떤 계열이건 상관없이 불어, 외국어 한 과목, 역사 및 지리, 수학, 철학은 공통필수 과목에 속한다. 영어의 경우 외국어 선택과목 가운데 한 가지 선택과목에 불과하며 필수는 아니다. 입시생은 공통필수과목에 지원하는 계열별로 한 과목씩 추가해 보게 된다. 바칼로레아 문학계열일 경우는 외국어 두 과목을 더 봐야 하고, 바칼로레아 경제-사회계열의 경우는 경제사회과학 과목을 추가하는 식이다.
채점기준표․교사 자질로 공정성 확보
외국어 시험은 필기와 회화 시험을 동시에 보고 수학은 주관식 풀이문제로 출제되지만 나머지 과목들은 대부분 완전히 논술하거나 논평하라는 식의 문제로 일관된다. 보통은 논술문제 하나와 텍스트 논평문제 등 두 문제 가운데 택일하도록 돼 있다. 텍스트 논평이란 하나의 유명한 텍스트를 주고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보는 문제인데, 이 텍스트에 대한 개괄적 설명, 자신의 평가 등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채점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논리성과 이해력이다.
독일, 영국 등 이웃나라에는 없는 프랑스 입시만의 고유한 과목인 철학의 경우는 출제문제의 높은 수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그 해 출제된 철학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며 국민 전체가 각자 한번씩 생각해 보는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작년의 철학문제가 더더욱 그러했는데 출제된 문제는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였다. 바로 바칼로레아 ‘철학’과목의 존재는 근본적으로 따지기 좋아하고 토론․ 논쟁이 습관화된 프랑스인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논술식 문제에서 채점의 객관성의 보장은 이곳 프랑스에서도 중요한 문제중 하나다. 우선 바칼로레아 시험문제는 각 도별로 다르게 출제된다. 도교육위원회에서 과목당 약 10여명의 일선교사를 선발, 소집해 과목당 장학감독관의 주관 아래 출제방향에 관한 몇 차례의 회의를 가진다. 참가한 교사는 최종적으로 각 하나씩의 문제를 제안하는데 이 때 개략적인 모범답안을 제출한다. 제안된 문제 중 하나의 문제를 선택하는 것은 장학감독관의 고유한 권한이다. 채점의 경우는 거의 모든 일선 교사들이 참여한다. 일단 채점자로 소집되면 그들은 채점의 원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모범답안 예와 채점기준표를 지급받고 철저히 여기에 의거하여 채점한다고 한다.
채점은 과목당 20점 만점에 몇 점씩으로 채점되는데 16점 이상이면 트레 비엥(매우 우수), 14점-16점이 비엥(우수함), 12점-14점은 아세 비엥(제법 잘함), 10점-12점은 파사블(합격가능)이라는 평점을 받게 된다. 10점 이하는 물론 불합격이다. 1회 채점 원칙이어서 우리로서는 공정성 문제를 의심할 수도 있겠으나 프랑스에서 채점의 주관성 문제는 전혀 논란거리가 되지 않고 있다. 채점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작성된 채점기준표와 이미 질적 수준이 보장된 교사자격시험을 거친 교사들의 자질이다. 채점기준표는 가령 어떤 대목이 나오면 몇 점을, 어떠한 요지이면 몇 점을 주라는 식의 지침이다.
제도의 전통․교육 과정 완성도가 관건
앞서 언급했다시피 1회 채점 원칙이지만, 당락이 결정되는 선인 10점 이하일 경우에 한해서 다른 채점자가 한번 더 채점해 공정성을 보완한다. 또한 이 경우는 고등학교 전학년 과정의 성적도 참조하므로 일종의 보완적 내신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제한 교사의 경우 만일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유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이 주어지는데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해 해당 바칼로레아가 전면 무효화되는 사고가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대입시험이 절대적 비중을 갖지 않는 데다 오랜 역사를 통해 제도적으로 정착돼 입시부정이란 위험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문제가 되는 것은 채점의 공정성이겠지만 뚜렷한 주관성과 논리의 중요성이 이미 국민적으로 수용된 상황에서 채점교사가 나름대로의 자율성을 가지고 채점하는 데 대해서는 어떠한 반발도 없다.
더군다나 교육의 철저한 국가관리가 실현되고 있고, 교육에서의 부정이 거의 전무한 프랑스에서 교사가 의도적으로 주관식 채점을 하는 것은 교사 자신으로서도 아무런 이득 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국민 교육 교과과정 자체가 이미 토론과 논리주장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상태에서 바칼로레아란 고등학교 때의 시험과 계속성을 가지는 하나의 공식적인 국가시험 정도로 인식된다.
요는 논술고사의 공정성이나 제도적 보완장치가 우선인 것이 아니라 논술식의 시험제도가 교과과정에 얼마나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의 문제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바칼로레아 제도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1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바칼로레아 제도의 전통과 프랑스 교육과정의 질적 완성도다. 성문법이냐 불문법이냐가 민주주의 완성도의 기준이 될 수 없듯이 바칼로레아 논술시험의 성숙도의 기준이 제도적 장치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한겨레21 96.1.24>
토론식 수업 도입 “할 말은 해라”
김정근(19․서울ㄷ고3년)군은 1학년 때부터 최근까지 약 50여권의 책을 읽었다. 현대 한국소설 등 문학작품을 비롯해 철학 역사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시사잡지나 신문 등에 좋은 칼럼이나 사설이 나면 노트에 스크랩해 밑줄을 쳐가며 읽기도 하고, 짬짬이 시중에 나온 논리시리즈 등 논술에 도움이 되는 책도 뒤적였다. 지난 여름 방학에는 친구 3명과 함께 설악산과 속초 등을 여행한 뒤 여행기를 써 친구들과 함께 서로의 글을 읽고 토론하기도 했다.
내신 3등급인 김군은 “평소에 책읽기와 여행을 좋아하지만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고민스러울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다양한 직․간접적 체험이 대입 준비에도 도입이 된다는 생각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19․여․서울 ㄷ여고3)양은 “교과서 외에도 소설이나 신문사설, 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읽으니 재미있고, 글쓰기도 처음에는 막막했으나 점차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특히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이들이 논술에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많은 고교들은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에게 논술시험 대비 입학 과제물을 내주었다. 고교학습과정을 예습하게 한다는 목적에서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문제풀이 과제물을 내주던 과거의 경우와 달리 필독서 읽어 오기, 독후감 쓰기 등 논술시험에 대비한 과제물이 주어져 신입생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올해는 더욱 많은 학교들이 더욱 다양한 논술 과제물을 내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생의 사고력과 체험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논술교육이 그 취지에 걸맞게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기는 아직 이르다. 많은 학생 수에 비해 논술을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교육도 쉽지 않다. 각 대학의 논술문제가 갈수록 다양화하는 데 반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하다.
김아무개군(18․서울 ㅅ고3년)은 “1, 2학년 때는 방학기간중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었으나, 3학년이 되면서 대입을 눈앞에 두고는 기존 참고서에서 문제를 뽑아 글쓰는 형식과 방법 등을 집중 훈련하는 등 논술 육이 대입 준비로 변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능시험 인문계 여자 수석을 차지한 구효정(18․이화여자외국어고3)양은 “현재와 같이 한 반에 50명 가까이 되면 효과적인 토론수업을 진행하기 불가능하다”며 “주로 시중에 나온 책읽기 자료와 신문사설 등을 주요 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 접해보지 않은 문제가 출제될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ㅅ고 최아무개(42․국어)교사는 “논술 전담교사 2명이 4개 반을 맡아 첨삭지도를 하다보니 1달에 2편 정도 밖에 쓰지 못한다”며 “주당 수업시간이 20시간 이상이고 담임까지 맡으면 국어교과서 진도 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만족할 만한 논술교육을 실시하지 못하다 보니 고액 논술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입시학원 논술반이 성업중이며 일부 학생들은 일선 학원 국어강사와 현직 국어교사는 물론 국문과 대학원생들에게 시간당 10~30만원씩을 주고 논술과외를 받고 있다.
고3 학생을 개인지도하는 이아무개(30․ㅅ대 국문과 박사과정)씨는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실시하는 논술교육에 불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도 글쓰는 훈련이나 논리적, 철학적 사고 기반이 없이 단기간에 글 쓰는 요령만을 배우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논술 교사 태부족, 고액 과외 부작용도
논술 열풍은 고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강남이나 목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이웃 학부모들끼리 강사를 데려와 국교생 자녀들에게 `글짓기 과외를 실시하는 게 붐을 이루고 있다. 이런 수요에 따라 논술시장도 급격히 팽창해 논술 관련 참고서만 70~80종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책들도 대부분 논리적 철학적 사고력을 키우기보다는 논술에 출제 가능성이 높은 글을 캡슐식으로 모은 것이거나 글쓰는 요령 등을 가르치는 것으로 진정한 논술 서적과는 거리가 먼 교재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고교의 논술교육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입논술의 형태가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상식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하며, 고교에서도 입시교육이 아닌 인성교육적 측면에서 논술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21, 96.1.26>
정보출처: 동원고등학교 국어과 (창의력 신장을 위한 수준별 논술 읽기 자료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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