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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도덕주의의 덫에 걸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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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주의의 덫에 걸린 사람들
도덕적인 사람과 도덕주의적인 사람은 전혀 다르다.
도덕적인 사람은 스스로 도덕적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덕적
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다.도덕주의적인 사람은 남에게 도덕을 강요하는 사람이다.
도덕과 도덕주의가 엉키면 4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먼저 도덕적이면서 도덕주의적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지행합일(知行合一),
언행일치(言行一致)라는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사회에는 맞지 않다.
우선,도덕이 하나일 수 없는데 자신의 도덕을 남에게 강요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런 인간형은 다만 조선과 같은 전(前)근대 사회서는 선비(士)라 해서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도덕적이면서 도덕주의적이지 않은 사람이 가장 좋은 평을 듣게 된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인간형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자신에게 엄격하기는 어렵고 남에게 관대하기는 더 어려워서 그런지,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가능한 한 스스로 도덕을 지키고자 노력하며 살아간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가지, 도덕적이지도 않고 도덕주의적이지도 않은 경우와, 도덕적
이지 않으면서 도덕주의적인 경우다. 앞의 것은 솔직히 필부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리 지탄할 만한 일은 아니다.사람이 도덕적으로만
산다는 것은 극소수의 성직자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욕망의 억제보다는 욕망의 정당한 분출을 인정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가장 일반
적인 인간형이기도 하다.
문제는, 도덕적이지도 않으면서 도덕주의를 내세우는, 가장 안 좋은 경우다.
많은 정치인들, 특히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서 이런 비도덕적
도덕주의를 보게 된다는 것은 우울한 역설이다.
이들이 신봉하는 가치는 분명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자신들의 부도덕이 문제되면 당신들이 더 부도덕했잖아? 라고 반격하는 한마디면 된다.
참으로 편리한 논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스스로 도덕적인 사람이라도 남에게 도덕을
강요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상당히 민망하거나 낯 두꺼운 짓이다.
게다가 이들이 손에 권력을 쥐면 ‘도덕주의’는 더욱 강화된다.
권력과 도덕을 함께 잡았으니 뭔들 못하겠느냐는 자만(自慢)도 여기서 나온다.
전에 정부가 반복했던 길이다. 하지만 어디 그렇게 도덕이 성취되었나. 과거에 비해서
부패 규모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부도덕의 행태나 본질은 오십보백보
(五十步百步)였다.
권력집단이 이 덫에 걸리면 처음 나타나는 증상이 여론 무시다.
당연히 여론조사 결과도 불리하면 불신한다.
뭔가 부도덕한 세력들의 공작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래야 심리적으로 편할 것이다.
그러나 먼 역사는 차치하고 불과 두 차례의 앞 정권만 돌아보아도 권력이 도덕주의의
덫에 걸리는 시점부터 오만과 독선이 시작되었고 국민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여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들에서 도덕주의의 덫을 읽어내는
것까지를 이해찬 총리가 말한 ‘까부는 짓’으로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한우 조선일보 문화부 기획팀장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요한복음 5:3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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