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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논쟁] 초등학교 한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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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용이냐, 한자병용이냐.’
한치의 양보가 없는 형국이다.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민관식ㆍ 閔寬植)가 9일 전 교육부 장관 13명의 서명을 받아 초등학교 과정에 한자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하면서 한자논쟁이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 단체는 “우리 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인데도 국민이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해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언어습득 능력이 왕성한 시기인 초등학생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글학회(이사장 허웅)는 다음 날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암기 위주인 한자를 초등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일제시대에 교육받은 인물의 구시대적 사고에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진태하(陳泰夏) 상임집행위원장(명지대 교수)과 한글학회의 이현복 부회장(서울대 명예교수)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봤다.
국가경쟁력 위해 배워야 학습법 개발로 재미 붙이게
▦ 한자 병용은 국가경쟁력 확보의 지름길
“한글전용으로 된 어느 신문을 보니 ‘비극성 유기용제’란 말이 나옵디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짐작이나 갑니까? 한자가 붙어있으면 금방 이해 될 텐데 왜 한자병기를 않는 겁니까?”
진 위원장은 “요즘 한글로만 된 매체를 읽으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면서 “한자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우리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자리잡고 있고 한자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레를 쳤다.
“중국, 일본, 싱가폴, 홍콩 등 현재 한자 사용자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17억명입니다. 게다가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떠오르는 경제 대국의 국민이 가까운 장래에 관광, 경제협력 등의 이유로 한국을 찾아 올 텐데 여기에 대비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자는 암기 위주여서 초등학생에게 가르치기 곤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 문부성 연구에 따르면 6~10세에 한자를 공부해야 가장 학습효과가 높고 오래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자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학습법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한자 학습법 개발에 나서면 한자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언어가 될 겁니다.”
국민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아 국가 경쟁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진 위원장의 진단이다.
“지난해 전국 대학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버지 이름을 제대로 쓴 응답자가 44.9%에 불과했어요. 정부가 현행 한자교육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바랍니다.”
/ 진태화 한자교육추진회 상임집행위원장
한글세대 아무런 불편없어 필요한 사람은 중국어를
▦ 우리 말 좀먹는 한자는 추방돼야
“미국인이 한자를 공부해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습니까? 한자를 공부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이 부회장은 “한자가 병기돼 있지 않아 이해가 어렵다는 주장은 대부분 일제시대 교육 받은 분들이 제기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한글만으로도 아무런 불편을 겪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글만으로 이해가 어려운 이유는 한자를 통해 뜻을 이해하도록 학습 받았기 때문이지요. 자동차란 단어를 공부할 때 ‘스스로(自) 움직이는(動) 차(車)’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굴러다니는 물체’로 이해하면 되는 겁니다. 후자 방식으로 학습 받은 한글세대에게 한자를 통해 언어를 이해하라는 말은 사서 고생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생이 부모 이름도 한자로 쓰지 못한다는 설문을 근거한 한자병용론자의 주장에도 못마땅해 한다.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것이 왜 문제입니까, 아니면 부모 이름을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까? 한자 이름을 쓰지 못하면 문제라는 논리는 한자를 알아야 지식층이라는 사대주의 사상이 깔려 있지요.”
동북아권이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으므로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자가 필요한 분은 중국어를 제 2외국어로 공부하면 됩니다. 중국어 공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마치 일상 생활에서 우리 말인 것처럼 자리잡고 있는 외국어를 추방하자는 것입니다.”
이 부회장은 “한글학회가 독자적으로 전직 장관들에게 의견을 수렴한 결과 70%이상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반대했다”면서 “교육부가 흔들림 없이 현행 한글 교육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이현복 한글학회 부회장
■ 72년이후 중ㆍ고교서만 가르쳐
1948년 한글전용법이 제정됐지만 65년까지 초등학교 4~6학년 국어 교과서는 한자를 병기했다.
70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금지시키는 등 한글전용 정책을 강력 추진하자 한국어문교육연구회(69년 발족ㆍ당시 회장 이희승) 주도로 한자병용 운동이 벌어졌다.
72년 문교부(현 교육부)는 중ㆍ고교에서 각각 900, 1,000자를 가르치고 초등학교 한자 철폐는 유지하는 현행 방안을 확정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특별활동을 통해 희망자에 한해 한자를 배울 수 있게 돼 있으나 실제 초등학생의 한자학습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한치의 양보가 없는 형국이다.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민관식ㆍ 閔寬植)가 9일 전 교육부 장관 13명의 서명을 받아 초등학교 과정에 한자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하면서 한자논쟁이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 단체는 “우리 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인데도 국민이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해 국가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언어습득 능력이 왕성한 시기인 초등학생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글학회(이사장 허웅)는 다음 날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암기 위주인 한자를 초등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일제시대에 교육받은 인물의 구시대적 사고에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진태하(陳泰夏) 상임집행위원장(명지대 교수)과 한글학회의 이현복 부회장(서울대 명예교수)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봤다.
국가경쟁력 위해 배워야 학습법 개발로 재미 붙이게
▦ 한자 병용은 국가경쟁력 확보의 지름길
“한글전용으로 된 어느 신문을 보니 ‘비극성 유기용제’란 말이 나옵디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짐작이나 갑니까? 한자가 붙어있으면 금방 이해 될 텐데 왜 한자병기를 않는 겁니까?”
진 위원장은 “요즘 한글로만 된 매체를 읽으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면서 “한자를 공부하지 않는 것은 우리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자리잡고 있고 한자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레를 쳤다.
“중국, 일본, 싱가폴, 홍콩 등 현재 한자 사용자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17억명입니다. 게다가 중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떠오르는 경제 대국의 국민이 가까운 장래에 관광, 경제협력 등의 이유로 한국을 찾아 올 텐데 여기에 대비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자는 암기 위주여서 초등학생에게 가르치기 곤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본 문부성 연구에 따르면 6~10세에 한자를 공부해야 가장 학습효과가 높고 오래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자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학습법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한자 학습법 개발에 나서면 한자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언어가 될 겁니다.”
국민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아 국가 경쟁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진 위원장의 진단이다.
“지난해 전국 대학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버지 이름을 제대로 쓴 응답자가 44.9%에 불과했어요. 정부가 현행 한자교육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바랍니다.”
/ 진태화 한자교육추진회 상임집행위원장
한글세대 아무런 불편없어 필요한 사람은 중국어를
▦ 우리 말 좀먹는 한자는 추방돼야
“미국인이 한자를 공부해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렸습니까? 한자를 공부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이 부회장은 “한자가 병기돼 있지 않아 이해가 어렵다는 주장은 대부분 일제시대 교육 받은 분들이 제기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한글만으로도 아무런 불편을 겪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글만으로 이해가 어려운 이유는 한자를 통해 뜻을 이해하도록 학습 받았기 때문이지요. 자동차란 단어를 공부할 때 ‘스스로(自) 움직이는(動) 차(車)’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굴러다니는 물체’로 이해하면 되는 겁니다. 후자 방식으로 학습 받은 한글세대에게 한자를 통해 언어를 이해하라는 말은 사서 고생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생이 부모 이름도 한자로 쓰지 못한다는 설문을 근거한 한자병용론자의 주장에도 못마땅해 한다.
“부모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것이 왜 문제입니까, 아니면 부모 이름을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까? 한자 이름을 쓰지 못하면 문제라는 논리는 한자를 알아야 지식층이라는 사대주의 사상이 깔려 있지요.”
동북아권이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으므로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자가 필요한 분은 중국어를 제 2외국어로 공부하면 됩니다. 중국어 공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마치 일상 생활에서 우리 말인 것처럼 자리잡고 있는 외국어를 추방하자는 것입니다.”
이 부회장은 “한글학회가 독자적으로 전직 장관들에게 의견을 수렴한 결과 70%이상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반대했다”면서 “교육부가 흔들림 없이 현행 한글 교육정책을 밀고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이현복 한글학회 부회장
■ 72년이후 중ㆍ고교서만 가르쳐
1948년 한글전용법이 제정됐지만 65년까지 초등학교 4~6학년 국어 교과서는 한자를 병기했다.
70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금지시키는 등 한글전용 정책을 강력 추진하자 한국어문교육연구회(69년 발족ㆍ당시 회장 이희승) 주도로 한자병용 운동이 벌어졌다.
72년 문교부(현 교육부)는 중ㆍ고교에서 각각 900, 1,000자를 가르치고 초등학교 한자 철폐는 유지하는 현행 방안을 확정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특별활동을 통해 희망자에 한해 한자를 배울 수 있게 돼 있으나 실제 초등학생의 한자학습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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