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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돌이
댓글 0건 조회 1,290회 작성일 08-09-0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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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
주소도 없이 보낸 편지를 받아 들고 좀 당황했다네.
최군의 딱한 상황, 절박한 심경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 역시 가슴이 옥죄는 답답함을 느꼈다네.
열 여섯, 철부지 응석을 부리며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나이. 묘한 인연이다.
나 역시 그 나이에 가난뿐인 집, 열세 식구의 가장 노릇을 했으니 말일세, 동병상련인가.
자살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최군의 심경이 내겐 절절히 다가온다.

서둘러 붓을 들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기분부터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용기를 잃지마라. 희망을…
이런 말로 위로.격려하기엔 자네가 처한 상황이 너무 절박하고.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네. 최선을 다하자. 끝까지….
이 역시 지금의 최군에겐 설득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최군, 실은 나도 최근 죽음이라는 숙제를 두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일세.
얼마 전 계조모님 초상을 치르고 난 후부터 부쩍 심해진 것 같아.
1백세를 두 해 앞두고 돌아가신 우리 할매. 염을 하고 입관을 하는데
어찌나 초췌하고 마르고 작은지, 갑자기 가여운 생각에 또 한번 왈칵 울음이 치솟았네.
그래도 할매는 용했다. 이 가냘픈 몸으로 한 세기를 버티고 살아왔으니 말일세.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가슴이 저려왔다.

최군도 그렇겠지만 요즘 사람들에겐 이런 경험이 잘 없는 것 같지.
그래서일까. 우리 사회 자살률이 심상치 않다.
국위가 올라가니 자살도 세계 상위권에 성큼 들어섰다.
특히 청소년은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요즘의 신록의 계절이 상대적으로 더욱 자신을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이젠 웬만한 사연이 아니면 신문에도 안 난다.
정신과 의사로서 큰 걱정일세.
왜 살아야 하느냐.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줄 알면서 또 물어야 했던 자네 심경은 이해가 가지만
나 역시 대답은 없어.
그냥 살아야 한다는 것밖에.
살아 있으니까. 그래 봐도 어째 말장난 같다.

최군, 막심 고리키의 절규를 함께 들어보자.
"삶이란 대단히 좋은 건 아니다. 지독하고 잔혹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의 인생을 버릴 만큼 지독한 건 아니다. "
이 말이 설득력이 있는 건 그의 인생역정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11세에 학업을 포기,
막일로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 했다.
자살 시도.결핵.혁명.투옥.망명, 그의 예명 고리키는 `고통, 어려움` 이란 뜻이라고 한다.
삶은 지독하게 힘든 것, 그렇다고 해도 삶을 버려야 할 만큼
지독한 게 아니더라는 그의 절절한 체험담.
최군, 공감이 갔으면 좋겠다.

그래, 산다는 건 모순 덩어리다.
불공평한 사회, 약육강식의 무서운 경쟁, 질병, 고통….
왜 살아야 하나, 절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다 우린 또 얼마나 고독한가! 결국은 나 혼자다.
온 우주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섬뜩하고 무섭다.
리어왕의 말처럼 "사람은 울면서 태어난다. "
그리곤 울면서 살다 울면서 죽는다.
혹독한 삶이다.
“그럴 바엔 왜 살아?” 최군의 항의가 들린다.
하지만 또 한편, “언젠가는 죽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 이 말도 꼭 하고 싶다.

최군, 자네는 자신을 약하다고 했지만 그것만은 오해일세.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사람이 어찌 약한 자랴.
우리가 살면서 때론 비굴해야 하고 자존심을 죽여야 하는 치사함도,
궁극적으로는 죽음이 두려워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무슨 일을 못해.
그 힘으로 조금만 더 버텨 보세.
최군, 깊은 바닥에서 웅크리고 앉은 자네 모습이 선하네. 탈출구가 없다.
막막하고 절박한 심경이겠지.
하지만 조금만 그렇게 기다려 보자.
바닥에 앉았으니 더 이상 떨어질 일도 없다.
이제 남은 건 올라가는 것뿐이다. 조금만 기다려 보자.
인생의 승부는 몇 해, 혹은 몇 달에 나는 게 아닐세. 인생 1백년일세.
이것도 나이라고, 살다 보니 인생이 참 길다는 생각을 하게 되던 걸,
왜 그렇게 조급히 서둘러야 했는지, 후회도 되네.
최군, 죽음에의 고민을 앓아봐야 인생의 깊은 의미를 알게 된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 체험인가는 조금만 살아보면 알 수 있다네.
조금만 더 기다려 주게.

어느 하늘 아래 울고 있을 최군에게,
이 절규가 빈 메아리가 안 되길 손 모아 빌겠네.

이시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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