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십계 > 예화우화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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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들에는 대대로 재물을 지키고 모으는 그 가문 나름의 가훈이 있었다.
이를 축산훈이라 했는데 이색적인 것이 많았다.
이를테면 광해군 때 고비라는 이는 조손대대로 재산이 늘기만 했지 준다는 법이 없는 이례적인 부자였다.
집이 부자면 부족함 없이 자란 자손대에 망쳐먹고,
부족함에 쪼들려 산 자손대에 다시 부자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빈부의 기폭이 없이 부를 유지했기에 입에 자주 오르내렸던 것이다.
그 비결이 바로 자손을 둔 축산훈이었다.

그 가문의 가풍에 성인식이랄 관례를 마치면 동구밖 정자나무 아래로 데리고간다.
나무에 오르게 하여 가지에 매달리게 한다. 그리고 가지의 가는 쪽으로 조금씩 옮겨가게 한다.
바지춤이 내려와 못보일 것이 드러나도 손을 쓸 수 없으니 창피 막심이다.
그리고 가지를 쥐고 있는 한쪽 손을 놓으라 시킨다.
떨어져 죽을 게 아니냐면서 비명을 지르지만 막무가내다.
이렇게 곤혹을 주고 내려오게 해서 타이른다.
「마저 한 손을 놓으면 죽고 붙들면 살듯이 돈이란
단 한푼일지라도 붙들고 있는 가지로 생각해야 된다.
그리고 그 한푼 붙드는데 어떤 창피나 수모도 감당해야 하느니라」고ㅡ.

순흥의 만석군 황부자는 천석이 찰 때까지
조상 제사상에 보리밥 세 그릇에 밴댕이 세 마리 이상 차리지 못하게 하는 노랑이 축산훈으로 유명하다.

보도된 바로 세계적 거부들이 모여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
거부들끼리 모여 부잣집 아이들을 훈육하는 십계를 정했다는 외지 보도가 있었다.
그에 보면 인생의 의미가 차나 비행기 별장 같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이나 타인에의 배려나 관계에 있음이며 옷장 정리나 설거지는 자신이 하도록 다섯살부터 버릇 들이고,
요구하는 용돈보다 항상 적게 주고 그 돈에서 자선기금을 내도록 버릇 들인다.
차 사고가 났다고 새 차를 사주지 말고 고쳐 쓰도록 하여 의존심을 약화시키며,
재산은 물려주되 일부를 공익재단으로 만들어 물린다.
한국의 전통 축산훈은 돈에 인간을 구속시키는데
맨해튼의 그것은 돈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돈 많은 이들이 참고했으면 한다.

[이규태 코너] 맨해튼 십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