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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프로그램의 문제점 13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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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제목: TV토론 프로그램의 문제점 13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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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사안 선정의 어려움 - 무엇을 TV토론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2. 의제 설정 과정의 독립성 문제
3. 방송국 자체로부터의 독립
4. 시청자의 참여 혹은 시청자 쪽에 의한 견제 가능성
5. 패널 선정의 어려움.
6. 비합리적인 패널
7. 인신 공격의 가능성
8. 토론의 공정성 확보의 어려움
9. 동문서답을 통한 쟁점 회피 가능성과 제재의 불가능성
10. 즉각적인 사실 확인의 어려움 - 인용의 경우
11. 정치인들이 패널로 등장할 경우
12. 선거법상의 문제점
13. TV 토론은 결론을 집행하지 못 한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그나마 보는 것이 뉴스나 토론 같은 프로이다. 오늘날 TV와 같은 방송매체는 우리의 의식과 여론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방송매체의 토론프로는 상당한 문제점을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TV토론의 문제점은 크게 '의제를 선정하는 과정상의 문제점'과 '의제를 선정한 이후 실제토론과정에 있어서의 문제점'으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순서대로 알아보기로 하겠다.
1. 사안 선정의 어려움 - 무엇을 TV토론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TV 토론의 문제점으로 우선 지적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토론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과 관련되는 문제다. 어떤 사안을 TV토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곧 그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 만큼 그 사안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TV토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중요성의 순서에 따라서 논의의 순서를 잡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어떤 사안이 사회적 중요성에서 우선 순위에 오는가 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 논의의 여지가 있는 문제다.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기성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니며 사회계층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르게 파악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 의제 설정 과정의 독립성 문제
그렇기 때문에 이어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토론 의제 선정 과정에 누가 개입하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 독재 정권의 시절과는 다르게 명백한 권력의 방송에 대한 개입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권력으로부터 방송이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전히 TV 토론은 금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토론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의 결과일 수도 있고 방송 자체가 권력과 공유하는 속성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3. 방송국 자체로부터의 독립
TV토론 프로그램의 편성자들이 방송국으로부터 독립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되는 것이다. 특정 프로그램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함은 물론 방송국 내부의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방송국이라는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TV토론 의제가 설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4. 시청자의 참여 혹은 시청자 쪽에 의한 견제 가능성
TV 토론 프로그램 편성자들의 독립성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양심에 맡겨질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의해서 끝없이 견제되고 확인 받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과정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층이 광범해지고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활발해 지면서 이런 문제점이 해결될 가능성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 패널 선정의 어려움
특정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할 때 4-6명 정도의 패널이 선정되는 것이 보통인 TV토론에서 누구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좌와 우를 극으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스펙트럼에서 대개 좌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과 우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을 패널로 선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때로는 중도적인 사람과 한쪽에 치우친 사람이 패널로 선정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극단적인 경우 패널로 선정된 사람이 기대했던 발언을 하지 않고 정반대의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6. 비합리적인 패널
예전에 호주제에 대한 폐지 여부를 두고 유림측 대표와 여성단체의 대표가 나와서 각자 긍정/부정의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여성단체의 대표는 호주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로 이혼한 여성들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혼한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살 경우 그녀가 재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전 남편의 호적에 남아 있게 된다. 재혼한 남편과 아이가 성이 달라서 아이가 학교를 들어갔을 때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고 놀림을 당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비합리적인 호주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여성단체측 발언을 들은 유림측 대표는 "그러길래 왜 이혼을 해 가지고 그런 문제를 발생시키느냐?" "결혼을 했으면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꾹 참고 살아야지 이혼을 하니까 그런거 아니냐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이혼을 자제함으로써 해결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 날 토론이 엉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상호 존중과 합리적인 이해라는 토론의 기본 규칙을 지키지 않는 비합리적인 패널이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실례였다고 볼 수 있다.
7. 인신 공격의 가능성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것인가를 논의하는 TV 토론회에 패널로 나온 홍근수 목사와 김원웅 국회의원이 변화한 한반도의 현실을 고려하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상대방 패널로 나온 사람들이 그 논리를 공격하다가 논리가 모자라자 홍근수 목사가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빨갱이 시비를 들고 나온 적이 있다. 합리적인 논거에 의한 토론이 아니라 불합리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인신상의 문제점을 들고 나오는 경우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날의 토론이 엉망으로 되고 서로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결과만을 가져왔던 것이다.
8. 토론의 공정성 확보의 어려움
TV 토론을 지켜 보다 보면 사회자가 한쪽의 패널에 치우친 감이 있는 경우가 있다. 사회자가 사안에 대해서 특정한 견해를 지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특정 패널에게 발언의 기회를 더 주는가 하면 발언 시간도 연장해주는 횟수가 많은 것 같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
이런 발언기회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개의 경우 토론의 규칙으로 발언 시간과 발언의 기회를 똑같이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법은 한 편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기계적인 느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쪽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봐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인데 이런 방식은 그런 경우를 상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9. 동문서답을 통한 쟁점 회피 가능성과 제재의 불가능성
발언 시간이 제한된 경우 궁지에 몰린 패널이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의 쟁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경우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 뻔하게 되면 논점에서 일탈해서 했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발언시간을 넘겨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럴 경우 사회자가 직권으로 했던 질문의 요지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속수무책이었다.
10. 즉각적인 사실 확인의 어려움 - 인용의 경우
TV 토론에서 패널이 특정 여론 조사나 특정 문헌을 인용하여 자기 주장을 펼칠 경우 주장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즉석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비슷한 경우로서 관련 문헌의 일부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경우 즉석에서 해석론을 둘러싸고 논의가 전개될 경우 어려움이 있다.
과거 시민 사회단체의 도덕성 문제를 둘러싸고 총선 시민 연대측에서 패널로 나왔을 때 상대측 패널이 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연씨의 회고록의 일부를 예로 들어서 시민사회단체의 도덕성 시비를 걸고 나온 적이 있었다. 이 때 박원순 변호사는 이석연씨의 회고록에 대한 해석과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론을 폈다.
그런데 시청자로서는 이석연이라는 인물이 몹시 생소할뿐더러 그 사람이 펴냈다는 회고록의 내용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학문적인 논의의 자리나 시사 잡지를 통한 토론이라면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었을 주제가 2시간 안 팎의 짧은 TV 토론의 자리에서 논의되자 토론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얼마전 총선과정에서 TV 토론에 패널로 나온 자민련의 한 국회의원이 한겨레 신문의 만평을 예로 들면서 한겨레신문도 자기를 지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서도 찾아 볼 수 있다.
11. 정치인들이 패널로 등장할 경우
많은 경우 정치인들이 패널로 등장하여 각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이 이루어지곤 한다. 이 경우는 앞서 지적한 비합리적인 패널의 유형에 해당하겠지만 경우를 따로 다루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책임자들이 패널로 나와서 국민경선 이후의 민주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각 당의 패널들은 논의의 쟁점은 완전히 제껴두고 상대방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 혈안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들이 패널로 나오는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12. 선거법상의 문제점
지금처럼 특정 정당 중심의 대선 예비후보자와 광역자치 단체장의 공천신청자를 대상으로 TV정치토론을 한다는 것은 군소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을 홀대하고 차별화한 결과 헌법상의 기회균등과 방송법상 공정성이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더구나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 기간을 두고 있듯이 TV정치 또한 각 정당별 후보자가 확정되고 난 이후「TV토론위원회」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선거별 전체토론의 총량을 통제하고 진행자와 토론자를 엄선하여 토론의 의제까지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TV정치토론이 새 천년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자들의 당내 경선에 지상파 메이저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직접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홍보와 정치선전에 이용당한 나머지 끝내 사전 선거운동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 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 82조에서도 후보자 대담, 토론회는 선거 운동기간에 한정하고 있다.
13. TV 토론은 결론을 집행하지 못 한다.
TV 토론은 말 그대로 토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TV 토론에서 다루어진 사안은 그만큼 사회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인데도 막상 논의가 끝나더라도 TV 토론에서 어느 정도 도달한 결론이 집행당국에 의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시민사회 안에서 특정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TV토론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위에서 살펴본 것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과 같이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는 이러한 토론방송이 더더욱 빈번하게 이뤄지며, 중요성 또한 더 강조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문제점 역시 평소보다 더욱더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시급히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대로 방치해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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