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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시험 논술시험 읽기 자료: '땀'의 대가만이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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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론실
댓글 0건 조회 904회 작성일 05-02-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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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용구조가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쯤은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고학력 실업자는 나날이 늘어가는 한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양성화해 달라는 아우성이 일어 날만큼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오로지 대학 졸업장 하나만을 위해서 재수, 삼수로 몇 년씩 노동력 을 사장시키고도 고급 인력의 확보는 고사하고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되는 참혹한 결과로 나타날 뿐이다.

이미 고졸 4년차의 임금 수준이 대졸 초임을 압도한지가 꽤 오래 전인데도 이런 기현상이 좀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 ‘학력간 임금격차’라는 경제적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려는 경향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람이 직접 땀을 흘려야만 되는 일이 아직도 도처에 널려 있는 현실에서 누구도 선뜻 땀을 흘리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그 모든 일들에 그다지 땀이 필요하지 않도록 작업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두말할 나위 없이 최선책이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누구나 땀 흘리는 일을 기꺼워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고, 아무래도 개개인의 욕망까지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면 결국 누구도 땀흘리는 일로부터 면제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이쯤 되면 ‘강제 노동’의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분명히 있는데 도무지 해결할 길이 없다면 그 다음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선택은 상징조작을 통해 허위의식을 유포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곧이 들리지 않을 ‘땀 한 방울의 소중함’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떠들어대면서 땀 흘리는 일을 기피하는 태도가 마치 대단한 부도덕한 욕망인 듯이 매도하는 한편으로, ‘땀 흘리는 일과는 좀체로 거리가 멀다’고 인식되고 있는 사람들의 ‘땀 흘리는 모습’을 억지로 꾸며서라도 연출함으로써 ‘땀 흘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덕적 자기만족을 제공하는 동시에 ‘실제로 땀을 흘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소외감 또는 열패감을 적절하게 상쇄하고자 의도하게 된다. <체험! 삶의 현장>은 겉으로 봐서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연예인들이나, 땀보다는 밑천 안 들어 보이는 ‘말’로 호구를 삼는 학자 문필가 예술가 등을 포함한 소위 ‘저명 인사’, 또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비록 하루나마 직접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 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미 하루하루를 ‘삶의 현장’에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에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출연자들의 하루치 땀은 전혀 상반된 의미로 동시에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서툴기만 한 몸놀림들을 보며 혀를 차는 동안 은연중에 묘한 ‘냉소적 우월감’을 경험함으로써 현실에서의 열패감에 대한 심리적 보상을 얻는 동시에 단 하루에 지나지 않을망정 ‘땀의 소중함’을 느끼리라는 기대를 어느 만큼은 충족 시켜 주는 출연자들의 반응들을 접하면서 서로 딴 세상에라도 사는 듯 할 정도로 한없이 멀었던 심리적 거리가 새삼스럽게 가까워짐으로써 소외감이 완화된다. 이러한 만족감 속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바로 이러한 만족감이 실제 현실의 변화와는 무관한 단지 심리적 보상에 불과한 한낱 허위의식이라는 점이비판의 근거로 작용한다. 그들의 ‘체험’이 출연자들에게는 얼마나 감동적일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감동이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되기는커녕 속된 말로 “쇼하고 있네!”라는 빈정거림이 저절로 튀어나올 만큼이나 여러모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것이다.

방송을 전제로 그것도 진짜 ‘삶의 현장’이었다면 당장에라도 쫓겨날 법한 엉성한 일매무새나 심지어 동료 작업자들을 더 힘들게 할뿐 아니라 업주에게는 물질적 손실까지 초래하는 실수까지도 적당히 배려 받고도 게다가 고작 그만큼을 마치 대단한 고생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하게 ‘땀의 소중함’과 ‘땀흘리는 사람들의 노고’를 역설하는 모습이 그보다 훨씬 더 각박한 ‘삶의 현장’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달가울 리가 없다. ‘보여주기 위한 체험’은 설령 아무리 진지해도 처음부터 거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 프로그램은 어쩌면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데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편견 어린 통념을 전제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예인들의 생활이 과연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만큼 화려한지 또는 나아가 지식인들의 정신노동이 과연 단지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육체노동보다 손쉽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육체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비록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의 ‘삶의 현장’에서 다른 의미에서나마 어쩌면 훨씬 더 열악할 수도 있는 작업조건을 무릅쓰고 성실하게 분투하는 또 다른 ‘체험’을 폄하한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도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법한 스타급 연예인이나 저명한 지식인들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육체노동과 비교할 때 큰 고생하지 않는 편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하루 체험이 과장되고 심지어 희화화되는 과정에서, 육체노동과 비육체노동이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분법적 논리가 다시금 고착된다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땀흘리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단 40분이라도 심리적 위안이나마 경험할 수 있다면 단지 ‘쇼’에 지나지 않는 허위의식일지라도 무가치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일하는 사람’과’일하지 않는 사람’ 사이의 구분을 엉뚱하게도 적어도 그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땀흘리는 사람’과 ‘땀 흘리지 않는 사람’의 구분으로 대치해 버리는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의도된 착각’이다. 과연 격무에 시달리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힘겨운 일상을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 또는 전문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소득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물며 극심한 인력난을 반영하듯 ‘육체 노동’의 임금 수준이 이미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현실은 또 어떻게 설명할까. 서두에 전제한 대로 사실상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3D기피를 ‘힘들게 번’ 하루치의 일당을 통해 ‘땀의 가치’ 문제라고 오도함으로써 정작 문제의 본질은 아무런 비판적 검토 없이 은폐되는 것이다.
<96. 1. 9.> 변정수 (나우누리 ID ddonggae)

정보출처: 동원고등학교 국어과 (창의력 신장을 위한 수준별 논술 읽기 자료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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