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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시험 논술시험 읽기 자료: ‘영원한 제국’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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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공간성․영구한 시간성 갖춘 전천후 제국…“적극 참여, 우리 문화 영토 건설해야”
전자 매체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의미에 대해 폭 넓고도 철학적인 성찰을 하는 인물로 잘 알려진 마셜 맥루한의 주장은 ‘매체가 곧 메시지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터네트를 다룬 특집 기사에서 ‘만약 매체가 곧 메시지라면, 이제 그 메시지는 웹(World Wide Web)이다’라는 명제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월드 와이드 웹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디지털 시대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맥루한의 사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학자는 해럴드 이니스다.
그는 인류 역사에 등장한 제국들을, 매체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시간 중심적 매체’이다. 이는 돌판․비석․ 점토판처럼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매체이다. 이집트 같은 고대 제국은 이처럼 시간에 잘 견디는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건설되었다. 이러한 사회는 그것의 기반이 되는 매체의 속성상 전통 중심적이고 또 변화에 저항하는 보수적인 성격을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 왕국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거의 같은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였을 뿐, 넓게 퍼뜨리는 공간적인 확장은 결코 이룩하지 못하였다.
이와 대비되는 것은 ‘공간 중심적 매체’이다.
시간에 잘 견디는 매체가 대체로 무겁고 운반하기 어려운, 예컨대 돌덩이 같은 것인 데 반해, 공간 중심적인 매체는 양피지나 종이처럼 가볍고 운반하기 편하다. 로마 제국이 거대 영토를 지배한 것은 양피지라는 매체에 기반을 두어 이루어졌다. 또 근대 유럽 사회는 좀더 공간 중심적 매체인 종이 인쇄물이 발달한데 힘입어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니스 논의의 핵심이다.
나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바로 몇 시간 전에 전두환씨가 구속되는 장면을 월드 와이드 웹 서비스로 제공하는 국내 일간지와 전자 신문을 통해 생생하게 보았다. 서울에 있는 사람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가 서울에서 일어난 일을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비용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네트는 완벽한 공간 중심적 매체라 할 수 있다(<전자 신문>은 아직 무료이다. 인터네트로 연결되므로 국제 전화비도 들지 않는다). 이니스가 살아 있었다면 그는 분명 전지구적인 새로운 제국이 탄생했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정보망인 인터네트는 이니스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공간 중심적인 매체는 대체로 시간에 오래 견디지 못한다. 예컨대 종이는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대신 약하고 비바람에 쉽게 손상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간 중심적인 매체에 기반을 둔 제국은 언제나 역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
천만년 유구한 완전 복제성
그러나 디지털 정보는 공간 중심적일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내구적인 희한한 존재다.
수 천 년 된 비석에 씌어진 글은 아무리 정성껏 보존해도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언젠가는 삭아 없어지고 말겠지만, 디지털 정보는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엔트로피 법칙으로부터도 자유로우며, 따라서 시간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원본과 복제본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 정보는 천년 만년 지나도 똑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니스의 이론을 확대 적용하자면, 인터네트에 기반을 두는 제국은 완벽한 공간성과 영구한 시간성을 동시에 지니는, 그야말로 ‘영원한 제국’이 될 것이다.
전자 매체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의미에 대해 폭 넓고도 철학적인 성찰을 하는 인물로 잘 알려진 마셜 맥루한의 주장은 ‘매체가 곧 메시지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터네트를 다룬 특집 기사에서 ‘만약 매체가 곧 메시지라면, 이제 그 메시지는 웹(World Wide Web)이다’라는 명제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월드 와이드 웹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디지털 시대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맥루한의 사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학자는 해럴드 이니스다.
그는 인류 역사에 등장한 제국들을, 매체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시간 중심적 매체’이다. 이는 돌판․비석․ 점토판처럼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매체이다. 이집트 같은 고대 제국은 이처럼 시간에 잘 견디는 매체를 기반으로 하여 건설되었다. 이러한 사회는 그것의 기반이 되는 매체의 속성상 전통 중심적이고 또 변화에 저항하는 보수적인 성격을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 왕국은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거의 같은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였을 뿐, 넓게 퍼뜨리는 공간적인 확장은 결코 이룩하지 못하였다.
이와 대비되는 것은 ‘공간 중심적 매체’이다.
시간에 잘 견디는 매체가 대체로 무겁고 운반하기 어려운, 예컨대 돌덩이 같은 것인 데 반해, 공간 중심적인 매체는 양피지나 종이처럼 가볍고 운반하기 편하다. 로마 제국이 거대 영토를 지배한 것은 양피지라는 매체에 기반을 두어 이루어졌다. 또 근대 유럽 사회는 좀더 공간 중심적 매체인 종이 인쇄물이 발달한데 힘입어 이루어졌다는 것이 이니스 논의의 핵심이다.
나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바로 몇 시간 전에 전두환씨가 구속되는 장면을 월드 와이드 웹 서비스로 제공하는 국내 일간지와 전자 신문을 통해 생생하게 보았다. 서울에 있는 사람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가 서울에서 일어난 일을 거의 같은 시간에 같은 비용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네트는 완벽한 공간 중심적 매체라 할 수 있다(<전자 신문>은 아직 무료이다. 인터네트로 연결되므로 국제 전화비도 들지 않는다). 이니스가 살아 있었다면 그는 분명 전지구적인 새로운 제국이 탄생했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정보망인 인터네트는 이니스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공간 중심적인 매체는 대체로 시간에 오래 견디지 못한다. 예컨대 종이는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대신 약하고 비바람에 쉽게 손상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간 중심적인 매체에 기반을 둔 제국은 언제나 역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
천만년 유구한 완전 복제성
그러나 디지털 정보는 공간 중심적일 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내구적인 희한한 존재다.
수 천 년 된 비석에 씌어진 글은 아무리 정성껏 보존해도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언젠가는 삭아 없어지고 말겠지만, 디지털 정보는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엔트로피 법칙으로부터도 자유로우며, 따라서 시간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원본과 복제본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 정보는 천년 만년 지나도 똑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니스의 이론을 확대 적용하자면, 인터네트에 기반을 두는 제국은 완벽한 공간성과 영구한 시간성을 동시에 지니는, 그야말로 ‘영원한 제국’이 될 것이다.
모든 제국이 언젠가는 망한다는 역사의 법칙은 역사 시대에나 통했던 과거의 법칙이 되어버릴는지도 모른다. 지금 막 형성되고 있는 이 영원한 제국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문화 영토를 건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영 주변인으로 남게 될는지 모른다.
사이버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이 제국에서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는 우리 세대에게 커다란 숙제이다. <시사저널 / 95. 12. 27>
정보출처: 동원고등학교 국어과 (창의력 신장을 위한 수준별 논술 읽기 자료 모음)
댓글목록
개발자님의 댓글
개발자 작성일95년도에 이걸어떻게썻는지 ,, 기사로서 아주훌륭한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