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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신년계획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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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를 맞이하며, 여러분들은 마음 속에 새로이, 어떠한 다짐을 하셨나요?
이런 질문에, 각각의 인생이 다양한 만큼 응답의 내용도 각기 다르게 나올 것입니다. 농부의 경우엔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하는 식으로, 승진을 하겠다는, 시험을 잘 보겠다는, 다이어트를 통해 몸무게를 줄이겠다는 식의, 자기 사정에 따라 각각의 다양한 마음가짐이 있을 겁니다.
특히나,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할 수 있는 현대인들은, 단순히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차원 이상의 목표치를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미디어는 화려한 스타들을 조명하고, 자기계발서들은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부추기고, 젊은이들은 SPEC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람들이 떠올리는 2011년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해가 바뀌는 것을 기점으로 각오를 다져보는 일은, 분명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관성적으로, 어제와 비슷한 오늘을 내일도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것에서 벗어나, 가던 길을 잠시 멈추어, 과거의 후회로부터 고쳐야 할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해주죠. 하지만, 이런 각오가 연말 쫑파티 후의 신년 개회사마냥 형식적인 희망론을 되풀이하는 식에 머물게 되면 안되겠죠. 연초마다 금연을 새로 시작하는 식의 되풀이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식의 새출발 반복증을 멈추기 위해서는 신년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인생 전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우선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글을 쓸 때에도, 전체적인 개요가 있어야 각각의 문장들이 유기체와 같은 연결성을 갖게 된다는 것과 같죠.
소위 ‘전문백치’라고 하는, 특정 부문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었지만, 통합적 사고력은 갖추지 못하게 되는 역설이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도, 특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음에도, 전체적인 삶에서는 행복함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겠죠. 예를 들어, 어느 의대생의 인생의 목표가 그저 의사라는 명함에 한정된다면, 의사가 되어 행복할 수 있을까? 또는 의사가 된 이후의 꿈은 무엇일까? 라는 문제에 부딪쳤을 때는 그저 흰 가운복을 입은 백치환자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대학진학에 두고, 더 높은 차원의 꿈을 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문백치는 늘어날 공산이 크죠.
부와 명예는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자가 아닌, 그럴만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 저절로 찾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사사로운 목표를 위해 살고, 그것에 휘둘리는 삶은 도리어 그 사사로움조차 이루지 못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 앞으로 얼마의 돈을 모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이미 그는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일지 모릅니다. 삶의 질을 위해 돈을 번다는 것과, 돈을 벌기 위해 산다는 것은 전혀 반대의 뜻이지만, 어찌보면 이것은 삶에 대한 계획의 미묘한 차이에서부터 비롯된 결말일지 모릅니다.
인생에 관한 빅플랜이 부재한 채로, 오직 사사로운 계획에 집착하고 해마다 이를 되풀이하는 것은, 오히려 삶에 대해 고뇌할 시간을 스스로 빼앗아 ‘인생백치’가 되도록 하는, 소위 ‘근면의 역설’에 빠지는 지름길입니다. 해야 할 일들만으로도 빼곡해져버린 달력 속에서 자신의 나태함과 시간의 부족함을 탓하며 괴로워하기 전에, 과연 이게 확실한 최선인지를 생각해볼 여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여유 속에서 수많은 계획들 중에 무엇이 진정한 행복을 위한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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